<늑대들>

오종혁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누군가에겐 클릭비의 멤버 중 한 명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예능 프로그램 <강철부대>의 해병 수색대 팀장으로 각인되었을 수 있겠다. 오종혁은 1997년 7인조 아이돌 그룹 클릭비로 데뷔해, 2006년에는 OJ라는 이름으로 솔로 데뷔를 하고, 2008년엔 뮤지컬 <온에어 시즌 2>, 2014년엔 연극 <프라이드>로 무대 데뷔를 하며 가수와 배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가수 출신 배우다. 아이돌 가수로 시작해 연기자로 전향한 배우들은 꽤 많은 편인데, 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는 그들과 달리 오종혁은 대개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만나왔다. 2008년부터 무대에 오른 작품들만 무려 30여 편 가량.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며 매번 새로운 얼굴로 대중들을 찾아오는 그가 이번엔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얼마 전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늑대들> 개봉을 맞아, 그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무대 밖 작품들을 살펴봤다.

드라마 <살맛납니다>(2009)
주연 홍진수

아이돌 그룹의 멤버에서 솔로 가수까지, 줄곧 '가수'라는 수식어로 불려오던 오종혁은 2009년 드라마 <살맛납니다>를 통해 배우로 데뷔를 한다. 물론 이보다 1년 앞서 뮤지컬 무대에 선 바 있지만, 브라운관에서 그의 연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드라마 <살맛납니다>는 결혼으로 연결되는 두 가족 내 여섯 커플의 삶과 사랑, 결혼,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오종혁은 극중 홍씨네 삼남매 중 막내이자 유일한 아들인 홍진수 역할을 맡아 외모도, 집안도, 학벌도, 모든 것이 평범하지만 성격 하나는 끝내주게 좋은 훈남을 연기했다. 첫 연기 도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무난한 신고식을 치렀고, 극중 연인인 나예주(김성은)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에서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며 가수 출신 배우의 역량을 톡톡히 보여주었다.

살맛납니다

연출 김대진, 강대선

출연 홍은희, 김성은, 권오중, 김유미, 이태성, 오종혁, 박인환, 고두심, 김일우, 임예진, 박정수, 임채무, 유호린

방송 2009,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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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2014 드라마 페스티벌-기타와 핫팬츠>(2014)
특별출연 기찬

첫 드라마 출연 이후 그는 다시 무대로 돌아갔다. 뮤지컬 <쓰릴 미> <오디션> <그날들> <웨딩싱어> <공동경비구역 JSA> 등 매년 새로운 작품으로 꼬박꼬박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을 만나오던 그가 다시 한 번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것은 단막극의 특별출연을 통해서였다. 그가 출연한 <2014 드라마 페스티벌-기타와 핫팬츠>는 과거에 갇혀 지내던 기타리스트와 현재 상황을 돌파하고 싶어 하는 아이돌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극중 오종혁은 천재 뮤지션이자 밴드 원데이의 보컬 기찬 역할을 맡아 연기했다. 특별출연이었기 때문에 비중이 크지 않았음에도 그는 등장하는 장면마다 존재감을 뽐냈고, 드라마의 첫 장면을 장식한 밴드 원데이의 콘서트 장면에서는 촬영 내내 실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며 스태프들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다는 후문. 

2014 드라마 페스티벌 - 기타와 핫팬츠

연출 박상훈

출연 한승연, 김다현, 김영훈, 장원영, 오종혁, 정윤혜, 정지순, 안소진

방송 2014,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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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힐러>(2014)
조연 오길한

이어 <2014 드라마 페스티벌-기타와 핫팬츠>이 방영된 같은 해 드라마 <힐러>에도 출연하며 오종혁은 연달아 브라운관 나들이를 한다. <힐러>는 부모 세대가 남겨놓은 세상에 맞싸우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오종혁은 극중 기자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 오길한을 연기했다. 그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최명희(정혜인)와 함께 해적 방송을 진행하며 당시 언론 검열 및 탄압의 부당함을 꼬집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간 여러 작품들에서 쌓아온 연기력을 바탕으로 첫 회부터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힐러

연출 이정섭, 김진우

출연 유지태, 지창욱, 박민영, 도지원, 이경심, 박상원, 우희진, 박원상, 오광록, 박상면, 김미경, 손승원, 조한철, 서체언, 지일주, 정혜인, 여호민, 태미, 우현, 박상욱, 오종혁, 장성범

방송 2014,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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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수단>(2016)
조연 유철환 중사

이듬해 그는 영화 <무수단>으로 스크린 데뷔를 한다. 영화는 비무장지대에서 원인불명의 사망과 실종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시작된다.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특전대 엘리트 출신의 조진호 대위(김민준)와 생화학 주특기 장교 신유화 중위(이지아)를 중심으로 한 최정예 특임대가 구성되는데, 영화는 이들이 벌이는 24시간의 사투를 담은 작품이다. 오종혁은 극중 신유화 중위의 오른팔이자 특임대의 분위기 메이커 유철환 중사 역할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오종혁은 실제 해병대 수색대 출신으로, 군대 상식이나 장비 운용 등에 뛰어난 면모를 보이며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크게 기여했고, 특히 해병대 시절의 경험을 살려 베레모 각 등 동료 배우들의 의상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세심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고. 

무수단

감독 구모

출연 이지아, 김민준

개봉 201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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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즈인더트랩>(2018)
오영곤

영화 <치즈인더트랩>은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원작도 워낙 인기가 많았고 드라마 또한 큰 사랑을 받아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또 드라마에서 유정 선배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해진이 영화에서도 또 한 번 같은 역할을 맡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베일에 싸인 유정(박해진)과 평범하지만 매력 넘치는 홍설(오연서)의 로맨스를 그리는 작품인데, 극중 오종혁은 홍설의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그녀를 곤란하게 만드는 집착남 오영곤으로 분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보는 이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해 이 작품으로 제14회 제천국제 음악영화제에서 JIMFF RISING STAR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치즈인더트랩

감독 김제영

출연 박해진, 오연서, 박기웅, 유인영

개봉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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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들>(2022)
주연 도훈

그간 출연한 두 편의 영화에서 줄곧 조연을 맡아왔던 오종혁이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 <늑대들>은 ‘타운 3부작’을 연출한 전규환 감독의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다. 영화는 여성들만 노리는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해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는데, 야쿠자 보스의 딸이 납치되며 그들도 살인마를 쫓다 경찰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종혁은 극중 야쿠자 조직의 2인자인 도훈을 연기하며 자신들의 구역을 침범한 고려인 마피아 조직원을 상대로 응징을 가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앞서 출연해온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그의 얼굴은 주로 온순하거나 따뜻한 혹은 찌질한 것이었다면, <늑대들>은 오종혁의 거친 얼굴을 처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제주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오종혁이 분한 조직 2인자의 정제되지 않은 얼굴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바로 오종혁의 등을 감싸고 있는 강렬한 용 문신이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실제 문신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21살 철없던 시절 한 것이지만 본의 아니게 영화 캐릭터와 잘 맞게 되었다고. 10대에 데뷔해 40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는 오종혁의 차기작이 벌써 궁금해진다.     

늑대들

감독 전규환

출연 오종혁, 박기덕, 정의욱, 이한위, 최희정, 배우희, 서명찬, 춘식

개봉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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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무비 에디터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