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2>가 개봉 25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극장 산업이 커다란 타격을 입으면서 앞으로 천만 영화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뛰어넘은 희소식이었다. 실내 거리두기의 해제, 큰 성공을 거둔 전작의 속편, 그리고 <나의 해방일지>로 순식간에 한국에서 가장 핫한 배우가 된 손석구의 맹활약 등 여러 눈에 띄는 요인들이 맞물린 결과다. <범죄도시 2>가 추가되면서 총 20편이 된 천만 관객 돌파 한국영화들을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해봤다. 


관객수 TOP 3
 
명량  ······ 1761만
극한직업  ······ 1626만
신과함께-죄와 벌  ······ 1441만

<명량>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은 이순신과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명량>이다. (외화 <겨울왕국>과 <인터스텔라>를 포함해 총 4편의 천만 영화가 나온) 2014년 여름휴가 시즌에 개봉해, 1000만을 훌쩍 뛰어 넘어 총 1761만 관객을 동원했다. <명량> 이전 근 2년간 최고 흥행작 자리를 지키고 있던 <도둑들>이 1300만 관객을 살짝 밑돌았던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굉장한 수치였다. 그로부터 각각 5년 후, 3년 후에 개봉한 <극한직업>과 <신과함께- 죄와 벌>(이하 <죄와 벌>)이 어마어마한 기세로 <명량>의 기록을 쫓았지만 1700만이라는 기록적인 벽은 넘어서지 못했다. 


천만 도달 기간
 
명량 ······ 12일
극한직업 ······ 15일
신과함께-죄와 벌 ······ 16일

<극한직업>

관객수와 천만 도달 기간의 최상위권 순위도 같다. 휴가 시즌이라는 타이밍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역사적 인물인 이순신을 내세운 <명량>은 무려 12일 만에 천만 기록을 세웠고, 개봉하고 3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사이 1500만을 훌쩍 넘긴 관객을 동원했다. 2019년 설날 시즌에 개봉한 <극한직업>은 15일, 2017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죄와 벌>은 16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세 작품 모두 천만 기록을 세울 때까지 박스오피스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고, 역사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영화 외국영화를 통틀어 가장 빨리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11일 만에 천만을 넘어 현재까지 외화 최고 흥행작으로 남아 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다.


최다 배출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 ······ 7
쇼박스 ······ 5
NEW ······ 3

가장 많은 천만 영화를 배출한 배급사는 CJ 엔터테인먼트다. 2009년 여름휴가 시즌에 개봉한 <해운대>를 시작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국제시장> <베테랑> <극한직업> 그리고 <기생충>까지 총 7편. 다음은 두 번째 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괴물> - 두 영화 사이에 6년의 텀이 있다 - <도둑들> <암살> <택시운전사>를 배급한 쇼박스. 쇼박스 대표였던 김우택이 설립한 NEW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부산행> 3개의 천만 영화를 배출했다.  


천만 달성 최장 간격

<괴물>~<해운대> ······ 1093
<해운대>~<도둑들> ······ 1087
<기생충>~<범죄도시 2> ······ 1056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극장 산업이 이전만큼의 기력을 잃을 거라고 내다봤기 때문일까, 팬데믹 이전 마지막 천만 영화였던 <기생충> 이후 <범죄도시 2>가 다시금 천만 관객을 돌파한 텀이 유독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긴 텀이 있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가장 긴 간격은 2006년 여름휴가 시즌에 개봉한 <괴물>과 2009년 같은 시즌에 개봉한 <해운대> 사이의 1093일이다. 한국에서 제일 큰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재난영화라는 점이 나름 흥미롭다. <해운대> 이후 2012년 휴가철에 개봉한 <도둑들>이 천만 영화가 되기까지도 그에 못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천만 달성 최단 간격
 
<암살>~<베테랑> ······ 14일

한편, 천만 영화가 나온 가장 짧은 텀은 최동훈 감독의 <암살>과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사이의 14일이다. 두 작품 모두 2015년 여름휴가 시즌을 노리고 개봉한 텐트폴 영화였고, 딱 2주 차를 두고 개봉해 모두 25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최종 스코어는 각각 1270만, 1341만으로 <베테랑>이 70만 가량을 앞섰다. 


천만 영화 2편 연출한 감독
 
윤제균 <해운대> <국제시장>
최동훈 <도둑들> <암살>
김용화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
봉준호 <괴물> <기생충>

윤제균 / 최동훈

천만 영화를 2편이나 만든 감독은 모두 4명. <해운대>와 <국제시장>의 윤제균, <도둑들>과 <암살>의 최동훈, <신과 함께> 2부작의 김용화, <괴물>과 <기생충>의 봉준호다. 1969년생의 봉준호와 윤제균, 1971년생의 최동훈과 김용화 모두 2000년대 초반에 입봉한 감독이다.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다는 것 외에도 봉준호가 세 감독과 유독 다른 점들이 있다. 봉준호만 데뷔작이 흥행에 실패했고, 연달아 천만을 돌파하지 않은 두 영화가 서로 다른 배급사(<괴물>은 쇼박스, <기생충>은 CJ 엔터테인먼트)와 감독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 제작사(<괴물>은 청어람, <기생충>은 바른손이앤에이)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김용화 / 봉준호

데뷔작이 천만 영화가 된 감독
 
양우석 <변호인>
이상용 <범죄도시 2>

양우석 / 이상용

<변호인>의 양우석과 <범죄도시 2>의 이상용은 처음 연출한 장편영화로 곧장 천만 관객을 돌파한 감독이다. 다만 두 감독의 지난 경력은 서로 전혀 다르다. 여러 영화 제작사에서 실무를 담당하면서 취미로 웹툰 작가 활동을 하던 양우석은 웹툰용 시나리오 <변호인>을 완성했다가 학교 선배였던 최재원 대표를 만나 그 시나리오가 영화화 되고 감독까지 맡게 됐다. 한편 이상용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지난 15년간 <멋진 하루> <불신지옥> <소원> <싱글라이더> <범죄도시> 등 다양한 감독들의 작품에서 연출부/조감독으로 활동해오면서 연출과 현장의 감각을 익혔다. 


최장/최단 러닝타임

태극기 휘날리며
 ······ 145분
범죄도시2 ······ 106분

<태극기 휘날리며>

20개의 천만 영화 가운데 가장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건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다. 145분. 그 밖에도 대부분 작품들이 120분 130분 대에 포진돼 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에 화려한 볼거리까지 갖출 만큼 넉넉하면서도 상영회차에 있어서 타격을 입지 않을 만한 적절한 시간이기 때문일 터. 2시간을 넘기지 않은 영화는 <괴물> <부산행> <극한직업> 그리고 최신작 <범죄도시 2>까지 딱 4편이다. 나머지가 110분대라면, 전작 <범죄도시>보다 15분 짧은 <범죄도시 2>는 유일한 100분대 천만 영화다. 캐릭터 소개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는 속편 영화라는 점도 영향이 있을 터.

<범죄도시 2>

관람 등급

15세 이용가
······ 16편
12세 이용가  ······ 4편

관람등급의 비율도 러닝타임의 그것과 같다. 15세 이상 관람가는 16편, 12세 이상 관람가는 4편. 전체 이용가나 청소년 이용불가 작품은 없다. (외국 영화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1,2편만이 전체관람가다.) 전체 이용가는 다양한 관객층을 아우르기 어렵고, 청소년 이용불가는 자극적인 설정 대신 미성년 관객들의 티켓을 끌어올 수 없다는 난점이 작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4편의 12세 이용가 영화는 <괴물> <해운대> <국제시장> <신과함께- 인과 연>(이하 <인과 연>). 그 중 둘이 윤제균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 절묘하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