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ING <나를 사랑하지 않는 X에게> 캐릭터 포스터

청춘의 계절, 여름이다. 찬란하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로 짙은 녹음이 펼쳐진 캠퍼스만큼 청춘과 사랑이 모이는 장소가 또 있을까. 여름이 되면 꼭 챙겨 봐야 할 장르 중에 로맨틱 코미디, 특히 캠퍼스 로맨스가 빠지지 않는 건 그러한 이유에서 일 테다. 올여름도 어김없이 풋풋한 청춘들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한 편이 우릴 찾아왔다. 티빙 <나를 사랑하지 않는 X에게>.

TVING <나를 사랑하지 않는 X에게>

자존감, 자기애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태솔로 작사가 지망생 희수(한지효) 어느 날 쓰기만 하면 사랑을 이루어주는 신비한 작사 노트를 발견한다. 문제는 그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 단, 한 달이 지나면 그 사랑은 제자리로 돌아가듯 없던 일이 된다. 그리고 그런 희수의 곁에는 희수와 작사노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오랜 남사친 시호(도영)가 있다. 의미 없는 연애를 반복하는 희수에게 진심을 감춘 채 충고를 하지만, 희수는 180도 바뀐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마법의 노트라는 소재로 약간의 판타지를 가미한 <나를 사랑하지 않는 X에게>는 캠퍼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드라마다. 클리셰 요소들이 다분하지만 로맨스란 원래 그런 장르가 아닌가. 알면서도 설레며 보는 맛.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잠들게 해줄 캠퍼스 로맨스를 다룬 국내 영화, 드라마를 모아 봤다. 2010년대 이후 개봉 및 방영된 작품들을 위주로 소개한다.


<건축학개론>

<건축학개론>
개봉│2012년 3월 
감독│이용주
출연│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조정석 등

2012, 전 국민을 첫사랑 신드롬에 빠지게 했던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 1996, 봄날의 캠퍼스 신입생으로 입학한 건축학도 승민(이제훈)은 음대생인 서연(수지)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용기가 없어 친구인 납뜩이(조정석)에게 조언을 구해도 보지만 서연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우연한 접점으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도 하기 전에 사소한 오해로 틀어지고 만다. 그리고 15년이 흘러 35살의 건축가가 된 승민(엄태웅). 그런 그 앞에 첫사랑 서연(한가인)이 나타나 자신의 집을 설계해달라는 의뢰를 하고, 서연을 집을 짓기 시작하며 두 사람은 20살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한다.

<건축학개론>

사실 <건축학개론>은 캠퍼스 로맨스보다는 순수 멜로 장르에 가깝다. 그러나 영화가 대중들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살 캠퍼스에서 만난 첫사랑의 풋풋함과 설렘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 있다. 신인급 배우였던 이제훈과 수지는 각각 승민과 서연으로 분해 짝사랑의 설렘과 이성 간의 긴장감을 섬세하게 연기해 내며 캠퍼스 로맨스의 정석을 선보였다. 두 사람이 맺게 된 첫사랑의 결말도 인상 깊다. 낭만적인 사랑에 해피엔딩만 있지는 않은 법.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서툴렀기에 이어질 수 없었던 청춘을 그려내며 첫사랑의 씁쓸함까지 고루 담은 <건축학 개론>은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물의 바이블로 여겨질만하다.

건축학개론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개봉 201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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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4>
방영│2013년 10월~12월
출연│정우, 고아라, 유연석, 손호준, 김성균, 도희, 차선우, 성동일, 이일화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90년대 캠퍼스 라이프를 보낸 이들에게 향수와 공감을 불러올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응답하라>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전국에서 올라온 연세대 학생들의 하숙 생활을 다뤘다. 의과대학생 쓰레기(정우)를 중심으로 대학교 최고의 투수 칠봉이(유연석), '신촌 하숙'의 딸 성나정(고아라), 빙그레(바로), 해태(손호준), 삼천포(김성균), 조윤진(도희)이 신촌 하숙 7인방을 맡아 시청자들의 웃음과 감동을 책임졌다. 연세대학교를 배경으로 캠퍼스 풍경들이 자주 등장하며 과 미팅, 복고 패션 등 섬세하게 고증된 당대 90년대 캠퍼스 문화가 향수를 느끼게 한다.  

tvN <응답하라 1994>

방영 당시 케이블 드라마 사상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응답하라 1994>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남편 찾기다. <응답하라 1997>에서부터 시작해 시리즈의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남편 찾기는 로맨스를 소재로 긴장감과 설렘, 궁금증까지 유발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나정의 친오빠 같은 존재인 츤데레 쓰레기와 한없이 다정다감한 칠봉이 둘 중 누가 성나정의 남편이 될 것인가를 두고 '쓰레기파'와 '칠봉파'로 나뉘어 매회 높은 화제성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2.5%로 출발한 시청률은 마지막 화에서 최고 14.3%를 기록해 케이블 드라마 계에 새 역사를 남겼으며, 정우를 비롯한 고아라, 유연석, 손호준 등 주·조연 배우 모두 재주목을 받거나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응답하라 1994

연출 신원호

출연 고아라, 정우, 유연석, 김성균, 손호준, 차선우, 민도희, 성동일, 이일화, 윤종훈, NC.A, 나영석

방송 2013,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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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치즈인더트랩>

<치즈인더트랩>
방영│2016년 1월~3월
출연│박해진, 김고은, 서강준, 이성경, 남주혁 등

2016tvN을 통해 방영된 <치즈인더트랩>은 네이버에서 연재된 순끼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연이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평범한 모범생 홍설(김고은)이 완벽한 스펙의 4학년 선배 유정(박해진)의 본모습을 눈치채자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 '캠퍼스 로맨스물'하면 바로 연상되는 작품 중 하나이지만, 실상은 스릴러적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는 '캠퍼스 로맨스릴러' 물이다. 명석한 두뇌와 잘생긴 외모로 사람들을 통제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유정의 행동들을 홍설이 눈치채고, 홍설은 그를 멀리하려 하지만 유정은 상황을 역이용해 홍설을 제 편으로 만들려 한다. 홍설과 유정의 같은 과 사람들, '김상철', '손민수' 등 다양한 대학교의 인간 군상이 등장해 펼치는 미묘한 심리전 또한 드라마의 묘미로 뽑힐 만 하다.

영화 <치즈인더트랩>

대학 생활의 현실적인 이면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 <치즈인더트랩>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스물에 속한다. 유정과 홍설의 서사가 중심이 되어 흘러가기 때문이다. 마침내 감정이 싹트게 된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하고 달콤한 일상을 보낸다. 물론 그 기저엔 서로에 대한 의심이 미미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드라마의 완성도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 및 완결과는 별개로 중심을 잃고 엉뚱하게 흘러가게 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혹평 속에 종영을 맞이하며 원작 팬들의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원작자가 드라마 엔딩에 대해 요구한 부분이 들어지지 않아 항의까지 한 사실이 입장문을 통해 밝혀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2018, 드라마의 아쉬움을 덜어내보고자 영화화가 진행됐으나 드라마보다 더 한 혹평 속에 22만 관객을 끝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치즈인더트랩

연출 이윤정

출연 박해진, 김고은, 남주혁, 김기방, 이우동, 문지윤, 김희찬, 지윤호, 서강준, 황석정, 이성경, 고현, 박민지, 윤예주, 차주영, 신주환, 안길강, 손병호, 김진근, 윤복인, 윤지원, 오희준, 김혜지

방송 2016,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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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인더트랩

감독 김제영

출연 박해진, 오연서, 박기웅, 유인영

개봉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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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방영│2018년 7월~9월
출연│차은우, 임수향, 조우리, 곽동연 등

2018년 방영된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어릴 적부터 뚱뚱한 몸에 못생긴 외모로 '강돼지'라 놀림당하며 외모 트라우마로 고통받은 미래(임수향)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성형 수술대에 오르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기맹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성형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실 속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예리한 고찰을 담아냈다. '성형 후 새로운 삶을 상상하며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라는 캐릭터 설정에서 알 수 있듯, 캠퍼스를 주된 배경으로 한 캠퍼스 로맨스 드라마이기도 하다. 1화의 배경이 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악질적인 선배와의 스캔들, 과내 동기들 등 현실적인 캠퍼스 라이프를 그려내며 MZ 세대 사이 화제성을 불러일으켰다.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드라마를 구성하는 여러 이야기 갈래 중에서도 단연 흥미로웠던 것은 주인공들의 설레는 캠퍼스 핑크빛 로맨스다. 일명 '도래커플'로 불리는 도경석과 강미래 커플은 각각 배우 차은우와 임수향이 맡아 풋풋한 케미스트리를 선보였다. 두 사람은 대학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자취를 시작하며 이웃사촌이 되고, 서로와 가까워지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캠퍼스 로맨스에 대한 설렘과 흥미를 유발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은 각자가 지닌 내면의 트라우마를 서로를 통해 극복해나가게 된다. 이를 통해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성장 드라마로서의 면모를 보여줌과 동시에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시청자들에게 상기시켜주었다. 그 결과, 2.9%의 시청률로 출발한 드라마는 마지막 화에서 5.8%를 기록하며 약 2배가 증가한 수치 속에 종영하였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연출 최성범

출연 임수향, 차은우, 조우리, 이태선, 곽동연, 배다빈, 민도희, 류기산, 최성원, 박유나, 오희준, 이예림, 박주미, 우현, 지상혁, 김도연, 김지민

방송 2018,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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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시맨틱 에러>

<시맨틱 에러>
플랫폼│왓챠
연출│김수정 
출연│박서함, 박재찬

올 초, BL(BOYS LOVE) 장르를 소재로 뜨거운 화제성을 몰고 온 캠퍼스 로맨스물 드라마가 있다.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 드라마는 완벽하게 짜인 일상을 사는 듯한 컴공과 아싸 추상우(박재찬) 그의 정반대에 서있는 디자인과 인싸 장재영(박서함) 로맨스를 보여준다. 대학교에서 흔히 일어나는 조별 과제 무임승차로 인해 엮이고 만 추상우와 장재영. 재영은 상우를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히지만, 어느새 그 감정은 관심에서 사랑으로 이어지고 만다.

왓챠 <시맨틱 에러>

대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맨틱 에러>는 메가 히트급 성공을 거둔 저수리 작가의 동명의 웹소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2018년 리디북스 BL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유명세에 기존 팬층이 두껍게 형성된 작품인 만큼 드라마화에 대한 우려 역시 적지 않았다. 숱한 관심과 부담을 안고 제작된 <시맨틱 에러>는 편당 짧은 러닝타임에 빠른 전개, 그 틈으로 탄탄히 쌓아가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와 감정선이 설득력을 지니며 원작 못지않은 완성도를 선보였다. 두 사람의 사랑 외에도 대학 생활의 현실적인 면모를 유머러스하게 녹여낸 점도 높이 살만하다. 그 결과, 8주 연속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고 국내외 트위터에서만 지난 3개월간 언급량이 110만 건을 넘어서는 등 온라인상에서도 높은 화제성을 보여줬다. 무명에 가까웠던 아이돌 출신의 두 배우가 단숨에 라이징 스타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왓챠 <시맨틱 에러>

신드롬을 일으키며 OTT 업계에 놀라움을 안겨준 <시맨틱 에러>의 파급력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개한 지 약 반 년이 되어가는 지금, <시맨틱 에러>는 극장판 최초 공개를 준비 중에 있다. <시맨틱 에러: 더 무비>는 오는 8CGV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미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초청받아 최초 상영으로 팬들과 한차례 만남을 갖기도 했다. OTT를 통해 공개된 작품이 인기에 힘입어 극장판으로 제작된 최초의 선례를 남긴 셈이다. 또한, BL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도 증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들이 해당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영화사 NEW 영화사업부는 본격적으로 BL 드라마를 제작, 최근 웹드라마 <블루밍>을 공개했다. 이 역시 캠퍼스 로맨스가 가미된 퀴어 드라마다.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으로 소문이 나며 배우들의 오디션 지원도 늘고 있다고. 이처럼 캠퍼스 로맨스계에 새로운 획을 그은 <시맨틱 에러>. 그다음은 어떤 센세이션 한 소재가 덧씌워진 작품이 등장할지 기대해 보자.

시맨틱 에러: 더 무비

감독 김수정

출연 박서함, 박재찬

개봉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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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