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스물 즈음에
★★★☆
최근 한국 영화의 작은 경향 중 하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20대에 진입한 젊은이들 현실과 그들의 내면을 담아낸 작품들의 등장이다. 이우정 감독의 <최선의 삶>, 박이웅 감독의 <불도저에 탄 소녀>, 이정곤 감독의 <낫아웃>, 이승환 감독의 <아이를 위한 아이>까지 ‘스물 즈음’에 대한 영화들이 관객과 만났다. 앞에서 언급한 영화들이 다소 고통스럽고 힘겨운 청춘의 기록이라면 이재은 임지선 감독이 함께 연출한 <성적표의 김민영>는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일상적이다. 하지만 그 감성과 표현 방식은 독특하고 때론 비범하며, 미묘한 뉘앙스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솜씨는 발군이다. 김주아와 윤아정, 두 배우의 느슨하면서도 인상적인 케미도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내 마음 같지 않던 관계의 모든 순간들
★★★☆
관계가 내 마음 같지 않던 모든 순간, 끝내 어긋나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포개고 싶었던 감정의 정수를 뜰채로 살살 건져올려 만든 듯한 영화. 공감의 포석을 깔아두는 연출의 솜씨는 기술적으로 서툰 부분들을 눈 감게 한다. 열아홉에서 스무 살이 되는 특정 시기의 인물들이 주인공이지만, 상대를 향한 서운함의 크기는 곧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의 깊이와 비례하다는 것을 깨달은 적 있는 모두의 보편적 경험으로 확장하는 섬세함이 뛰어난 편. 세상의 기준이 아닌 ‘우리 사이'의 관계로 상대방을 정의하고 부르고 싶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분명, 위로가 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민영/정희였다
★★★☆
이 세상 ‘텐션’이 아닌 활기를 극 전반에 두르고 있는 이 통통 튀는 영화는 참신한 화법으로 불특정 다수의 관객 기억을 건드리는 놀라운 신공을 발휘한다.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던 친구들이 대학 입학으로 다른 환경에 놓이면서 벌어지는 순간의 낙차를 엉뚱하면서도 세심하게 포착한 덕이다. 누군가에겐 ‘여전한 우리’지만, 누군가에겐 ‘과거의 우리’가 되기도 하는 일. 그 엇갈림 안에서 새어 나오는 서운함과 안타까움과 이기적인 마음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영화 끝에서 누구나 자신의 성적표를 들여다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친구들에게 나라는 사람은 몇 점일까. 혹은 그때 그 친구는 나에게 몇 점이었나.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성장 청춘 영화의 우수생
★★★☆
2022년 국내 영화제들을 휩쓴 올해의 영화. 해마다 나오는 성장 영화, 청춘 영화가 얼마나 특별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색다르게 보여줄 수 있을까 싶지만 이 영화는 자기만의 답안지로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다.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인물들의 행동에 기어코 동화되게 만드는 이재은, 임지선 감독의 실력이 발군이다. 날것에 가까운 배우들의 연기는 자꾸만 마음을 건드린다. 열아홉과 스무 살의 간극을 체험한 이들이라면 영화 속 친구들을 다독여주고 싶어질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아무리 이상하고 엉뚱한 짓을 해도 무심한 척 나를 이해해주던 그 시절 친구들이 떠오른다. 완벽한 정답을 추구하는 영화가 아니기에 오답조차 정겹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