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상반기를 지나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9일부터 12일까지, 총 4일이라는 긴 연휴 동안 일상을 잠시 쉬어갈 타이밍이다. 황금연휴에 영화와 드라마가 빠질 수 없는 법. 쏟아지는 OTT 오리지널 콘텐츠 속에서 놓쳤던 시리즈를 정주행할 기회가 찾아왔다. 올 8월까지 공개됐던 2022년 OTT 오리지널 시리즈 중 국내 작품들 위주로 선정했다. 창문을 열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미뤄두었던 시리즈들을 정주행해보자.  

넷플릭스

<소년심판>
총 시즌 1, 10부작
감독│홍종찬
출연│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나이에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일컫는 ‘촉법소년’. <소년심판>은 실제 촉법소년 사례를 모티브로 에피소드별 옴니버스 형식을 통해 소년범의 민낯과 빈틈을 그린 법정 드라마다. 싸늘한 태도로 소년범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그 누구보다 소년범들이 갱생되고 범죄가 근절되기바라는 심은석(김혜수) 판사가 지방법원 소년부에 새로 부임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개 직후 탄탄한 각본 속에 소년범들의 현실을 신파 또는 극적 요소 없이 잘 녹여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주연을 맡은 김혜수의 열연에 호평이 쏟아졌으며, 강렬했던 첫 에피소드의 주인공 백성우를 연기한 이연 배우가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tvN 드라마 <디어마이 프렌즈>, jtbc <라이프>를 연출한 홍종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
총 시즌 1, 12부작
감독│이재규, 김남수
출연│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등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사극에 좀비를 더한 좀비물로 넷플릭스 초기 유입을 잡고 시청자층을 탄탄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좀비물로 재미를 본 넷플릭스가 이번엔 현대로 넘어와 ‘학교’라는 한정적 공간 안에서 좀비 서바이벌을 펼쳐 보였다. 올 1월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2009년 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주동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시리즈는 인간을 좀비화하는 요나스 바이러스가 발생한 효산고등학교와 그 안에 갇혀 고립된 아이들을 구하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윤찬영, 박지후, 조이현, 로몬 등 주목받고 있는 젊은 라이징 스타들과 <오징어 게임>으로 급부상한 이유미가 출연했다. 크리쳐물에 강한 넷플릭스의 K-좀비물답게 좀비 연출이 상당히 생동감 있는 편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
총 시즌 1, 6부작 
감독│김홍선
출연│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박명훈, 김성오, 김지훈, 장윤주 등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2위에 올랐던 스페인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각 분야의 범죄 전문가들이 모여 막대한 규모의 돈을 훔치려 한다는 점에서 하이스트 장르라는 공통점을 갖지만, 디테일에서 변화를 주어 원작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를 꾀했다.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페인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한 원작과 달리 한국판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라는 가상의 배경이 등장한다.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경제적 활동을 하는 공동경제구역을 타깃으로 삼아 교수(유지태)를 중심으로 8명의 멤버가 구성된다. 사상 초유의 인질극이 일어나게 되고, 현장의 리더 베를린(박해수)의 강압적인 태도로 인해 무리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유지태, 박해수 외에도 김윤진, 전종서, 이원종, 김지훈, 장윤주 등 핫한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됐다. <손 the guest>, <보이스> 등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개와 늑대의 시간>, <괴이>를 집필한 류용자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오는 하반기 파트 2 공개를 앞두고 있다.

웨이브

<트레이서>
총 시즌 2, 각 8부작
감독│이승영
출연│임시완, 고아성, 손현주, 박용우, 박호산, 추상미 등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한 서사가 보고 싶다면? 드라마 최초 국세청을 배경으로 한 <트레이서>.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 5국에 나쁜 돈 쫓는 전문가 황동주(임시완)이 팀장으로 들어온다. 입사 전 회계사 시절부터 업계를 씹어먹던 독함과 비상한 머리로 조세 5국을 조용할 날 없이 만드는 장본인이지만, 사건만큼은 속 시원하게 해결해내고야 마는 인물. 동주는 이제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 국세청장 인태준을, 나아가 국세청의 비리를 파헤치려 한다. MBC에서 동시 방영했던 드라마 <트레이서>는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다. 일반적인 16부작 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으나 각 8편씩 총 시즌 2부로 나누어져 방영했다. 시즌 2의 경우, 방영 전 웨이브를 통해 회차 전편을 공개하였다. 드라마 <미생>에서 어리숙했던 인턴사원 ‘장그래’ 역을 맡은 임시완의 연기 변신이 인상적이다. 명절 잔소리로 사이다가 필요하다면 <트레이서> 정주행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총 12부작

감독│박보람
출연│김남길, 진선규, 김소진, 려운, 이대연, 김원해 등

방대한 범죄 데이터를 구축해 대한민국에 프로파일링 기법을 창시한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 그와 고나무가 집필한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연쇄살인마를 쫓는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수사 드라마다.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범죄자들을 모티브로 해 극강의 몰입도를 선보인다. 프로파일링이 낯설었던 당대 시대상을 충실히 반영해냈으며, 과한 연출이나 대사 없이 프로파일러의 객관적인 시점에서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점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권일용 교수가 직접 드라마 자문을 맡아 디테일을 더했다.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범죄행동분석팀 3인방 김남길, 진선규, 려운의 케미스트리가 소소한 재미를 담당한다. 2022년 웨이브의 두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이지만 SBS에서 동시 방영됐다. 연쇄살인마가 소재인 이상 19세 이상 시청가 판정을 받은 에피소드들이 꽤 있으며, 15세 시청가로 재방송한 지상파와 달리 웨이브를 통해선 원작 그대로 감상이 가능하다.

티빙

<유미의 세포들>
 
총 시즌 2, 각 14부작
감독│이상엽, 주상규
출연│김고은, 박진영, 안보현, 이유비 등

내 머릿속 감정들이 살아 움직인다? 2015년부터 5년간 인기리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유미(김고은)의 머릿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세포들이 또 다른 주연인 만큼 드라마 최초로 실사에 3D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웹툰 원작의 묘미를 살렸다. 서른 둘, 당차게 살고 싶지 연애도 현실도 쉽지 않아 노잼의 굴레에 빠져버린 유미. 그런 유미에게 구웅(안보현)이 다가오게 되고 유미는 설렘을 느낀다. 드라마는 유미의 달콤하고도 씁쓸한 연애사가 메인 스토리로 흘러가며 세포들을 통해 연애의 복잡다단한 이면을 귀엽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찌질했던 시즌 1의 남자주인공 구웅에 이어 시즌 2, 유미의 새로운 사랑으로 유바비(박진영)이 등장하면서 전 시리즈보다 더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시즌 2는 역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중 유료가입자기여자수 1위를 차지, 첫 주 대비 60% 이상 가입자 수를 증가시킨 효자 시리즈로 등극했다. 시즌 3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종영했지만, 아직 시즌 3 제작은 확정되지 않았다.  


<돼지의 왕>
총 시즌 1, 12부작

감독│김대진, 김상우
출연│김동욱, 김성규, 채정안 등


‘연니버스’를 아시는지. <사이비>, <부산행>, <지옥> 등 장르물의 귀재로 불리는 연상호 감독의 유니버스를 일컫는 말이다. 신선한 세계관 또는 염세적인 현실에 장르적 요소를 더해 사회를 고발하는 연상호 감독의 진정한 시작은 애니메이션이었다. 티빙 시리즈 <돼지의 왕>은 2011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드라마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10대 청소년들의 계급 사회를 고발한 원작의 주요 플롯을 확장하면서 범죄 요소를 더해 차별성을 꾀했다. 담고자 하는 메세지는 동일하나
, 인물들의 설정부터 엔딩까지 원작과는 다른 길을 택해 시리즈만의 재미를 추구했다. 서사의 개연성부터 연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뛰어난 작품으로, 결말 이후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다만 작품의 수위가 고어에 가까울 만큼 잔인한 편이니 시청 시 주의하시길 바란다.


<괴이>
총 시즌 1, 6부작
감독│장건재
출연│구교환, 신현빈, 김지영, 박호산, 곽동연, 남다름 등

내친김에 연상호 감독이 연관된 작품 하나를 더 소개하겠다. 지난 4월 티빙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는 땅속에 잠들어있던 저주받은 불상이 깨어나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기이한 상황의 단서를 쫓는 고고학자 기훈(구교환)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오컬트 물이다. 원작자로만 이름을 올렸던 <돼지의 왕>과 달리 <괴이>는 연상호 감독이 직접 각본에 참여해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와 함께 <괴이>에 스릴러 요소를 더한 류용재 작가는 영화 <반도>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구교환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현빈이 주인공 부부로 등장한다. 세계관만큼이나 극한의 상황 속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갈등에 강한 연상호인 만큼, 무질서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주요 인물들의 폭력성과 악함이 극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극을 휘젓는 트러블 메이커 곽용주로 분한 곽동연의 연기가 뇌리에 강렬하게 박힐 것.

애플TV+

<파친코>
총 시즌 1, 8부작
감독│코고나다, 저스틴 전
출연│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진 하, 박소희, 정인지 등

한국 진출이 늦었던 애플티비+는 국내 OTT 시장에서 브랜드 네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한 편이었다. 그러한 흐름에 변곡점이 생긴 건 <파친코> 덕분이다. 한국에서 공개한 애플티비+ 두 번째 작품 <파친코>는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는 아니지만 한국어와 한국 배우,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드라마는 2017년 출간해 단숨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00년대 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약 80년에 걸쳐 주인공 선자(김민하, 윤여정) 가족의 연대기를 그린 대서사시다. 가난했던 삶을 바꾸고자 결혼 후 일본 오사카로 떠났지만 이주민으로서 정착마저 쉽지 않았던 선자는 계속된 역경의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며 뭉클함을 선사한다. 일제강점기가 배경이 되는 만큼, 억압되는 역사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시청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이 에피소드를 나눠 연출했다. 서사를 어우르는 음악과 미장센이 상당히 뛰어난 수작으로, 인기에 힘입어 시즌 2가 확정됐다.

디즈니플러스

<그리드>
총 시즌1, 10부작
감독│리건
출연│서강준, 김아중, 김무열, 김성균, 이시영

1997년, 지구를 덮어버린 태양풍. 멸망이 눈앞에 도래한 순간, 갑작스레 나타난 유령(이시영)이 신 과학기술인 ‘그리드’를 창시해 인류를 구원한다. 그렇게 그리드가 지구를 덮은 지 24년이 흘렀다. 어느 날, 편의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목격자 새하(서강준)는 자신이 오랜 시간 추적하고 있던 유령이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유령이 살인마로 지목된 마녹(김성균)과 공범이다? 혼란에 빠진 새하는 담당 형사 새벽(김아중)의 수사를 도우며 유령의 존재에 다가가는데. 디즈니 플러스의 첫 장르물이자 UHD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드>는 SF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가 집필한 만큼 방대한 세계관 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몰입감을 더한다. 신선한 한국형 SF 장르물을 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작품. 최종화에 등장하는 카메오와 수거되는 떡밥들이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사운드트랙#1>
총 시즌 1, 4부작
감독│김희원
출연│박형식, 한소희

남녀 사이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선우(박형식)와 작사가인 은수(한소희)는 19년 지기 친구다. 물론, 은수에게 선우는 그저 친구이지만 선우에게 은수란 8년간의 짝사랑 상대다. 은수는 어느 날 짝사랑에 관한 곡을 의뢰받게 되고, 해본 적 없는 감정 앞에 골머리를 썩인다. 지쳐버린 은수는 농담 삼아 흘러가듯 선우에게 자신의 조수가 되어달라 부탁한다. 선우는 그 말에 은수의 집으로 불쑥 찾아가 2주간의 동거를 제안한다. <사운드트랙
#1>은 소꿉친구가 애인으로 발전하기까지, 뻔하지만 설레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물이다. 한소희와 박형식이 주연을 맡아 달콤한 케미스트리를 뽐냈다. 인상적인 미장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돈꽃>, <왕이 된 남자>, <빈센조> 김희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독특한 점은 <사운드 트랙#1>이 뮤직 드라마라는 점이다. 신에 적절히 흐르는 OST는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감을 더하는 장치로써 훌륭하다. 규현, 다비치, 박보람, 김종국, 스탠딩에그, NCT 도영 등 유명 가수들이 OST 앨범에 참여했다. 총 4부작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가볍게 정주행 할 수 있는 작품.  

왓챠

<시맨틱 에러>
총 시즌 1, 8부작
감독│김수정
출연│박서함, 재찬, 송지오, 김노진, 김원기

캠퍼스 로맨스에 퀴어를 더한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 완벽하게 짜여진 일상을 살고 있는 컴공과 아싸 추상우(박재찬)과 인싸 중의 인싸 장재영(박서함)의 설레는 로맨스를 그린 BL(BOYS LOVE) 드라마다. 조별 과제 무임승차를 한 재영과 그를 고발한 상우. 결국 재영은 졸업에 실패, 유학의 꿈까지 사라지면서 재영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저수리 작가가 쓴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맨틱 에러>는 원작의 명성과 장르의 한계로 인해 드라마화가 결정되고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었으나, 완성도 있는 스토리와 빠른 전개, 배우들의 케미로 원작 못지않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오는 8월엔 OTT 시리즈 최초로 극장판 개봉이라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8주 연속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한 만큼 왓챠를 구독하고 있다면 관람 리스트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추천작이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