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의 사랑이라 하면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을 인간이나 로봇의 형상으로 상상하게 된다. 대부분의 SF 영화가 그래왔으니까. 영화 <그녀>는 그런 편견을 뒤집는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낭만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건조하기 짝이 없다. 아내와 별거 중인 상태로, 매일 외로움 속에서 홀로 잠들고 깨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러던 중 우리의 현실 속 시리(Siri)나 빅스비, 알렉사 같은 음성 비서인 '사만다'를 알게 되고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인스턴트 사랑이 당연한 <그녀> 속 세계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테오도르'는 자신에 맞춰 대화 방식을 학습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만다'와 깊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얼마 가지 못한다. 그전에는 그저 알고리즘으로 대화를 나누던 '사만다'가 감정을 터득했기 때문. 일방적인 소통 방식을 가진 '테오도르'는 그런 '사만다'가 익숙치가 않다. <그녀>는 자기 파괴적이고 차가운 SF 영화에 질린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다. 따뜻한 색감과 감각적인 OST가 호아킨 피닉스의 섬세한 연기와 조화롭게 어울린다. '사만다' 역의 스칼렛 요한슨이 매력적인 목소리 연기 또한 중요한 관점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