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6일 개봉하는 <나이스 가이즈>(감독 셰인 블랙)는 버디무비야. 버디무비가 무슨 말이냐고? 만화 <톰과 제리> 봤지? 고양이 톰이 쥐 제리를 쉴 새 없이 쫓아다니면서 못 살게 굴잖아. 톰이 제리를 괴롭힐 때는 긴장감이 넘치고, 제리가 톰을 재치 있게 따돌렸을 때 꽤 통쾌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거야. 톰과 제리처럼 남자 주인공 둘이서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다가 어떤 사건을 보기 좋게 해결하는 영화를 버디무비라고 해. 전직 파이터답게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잭슨 힐리(러셀 크로)와 말만 번지르르한 사설탐정 홀랜드 마치(라이언 고슬링)가 밥 먹듯이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고, 위험천만한 자동차 추격전을 펼치는데다가 맨몸으로 거구의 악당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니 레전드급 할리우드 버디무비들이 막 떠오르더라고. 참, 그거 알아? 남자 둘이 주인공이 아니지만, <델마와 루이스>(1993, 감독 리들리 스콧) 같은 여주인공 두 명이 ‘하드 캐리’하는 영화도 버디무비 범주에 넣곤 해. 하긴 그 영화에서 델마를 맡은 지나 데이비스와 루이스를 연기한 수잔 서랜든 콤비는 허우대만 멀쩡한 남자들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포스가 넘쳤지. 말이 길어져서 미안하고, <나이스 가이즈>를 보고 난 뒤 다음 버디무비 다섯 편들을 챙겨보면 버디무비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게 될 거야.
1. 흑인과 백인 콤비의 시조새,
<리썰 웨폰> 시리즈
총4편으로 이루어진 <리썰 웨폰> 시리즈는 흑인과 백인 콤비가 주인공인 버디무비의 시조새라 할 수 있어. 다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 2015)에서 톰 하디가 연기한 맥스 알지? 맥스는 30여년 전, <매드맥스> 시리즈에서 멜 깁슨이 맡았던 캐릭터야. <리썰 웨폰>은 백인 멜 깁슨과 흑인 대니 글로버가 각각 연기한 마틴 릭스와 로저 머퍼트, 두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간단한 이야기야. 경찰 조직 안에서 말썽이 많은 마틴 릭스와 모범적인 로저 머퍼트가 시종일관 부딪히다가 사건을 맞닥뜨리고 난 뒤부터 힘을 합칠 때 쾌감이 꽤 큰 영화야. 버디무비에서 두 캐릭터의 충돌이 중요한 이유가 그거야.
명장면, 명대사
지금 다시 봐도 마틴 릭스는 허풍이 심한 친구야. 술집 여종업원이 약을 먹고 호텔 아래로 뛰어내리게 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는 연륜 있는 파트너, 로저 머퍼트에게 이런 멋진 말을 해. “800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목표물을 명중할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서 총 5명뿐인데, 그중 한명이 저예요.” 과장이 좀 심하지? 그럼에도 그런 매력이 있는 남자야.
2. 누가 누가 더 웃기나 콤비,
<러시아워> 시리즈
<러시아워> 시리즈는 ‘따거’ 성룡의 할리우드 진출 성공작이자 신호탄이야. 일찍이 <배틀 크리크>(감독 로버트 클루즈, 1980)를 시작으로 <프로텍터>(감독 제임스 길켄호스, 성룡, 1985) 등 미국과의 합작영화에 출연했다가 이 영화로 북미 지역에 ‘액션 스타 성룡’을 알리게 됐어.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 <프로젝트 A> 시리즈, <용형호제> 시리즈 등 수많은 히트작에서 선보였던 성룡의 아크로바틱한 액션과 속사포처럼 쏟아냈던 크리스 터커의 대사가 만나면서 둘의 ‘케미’가 찰떡궁합이었어. 코믹 액션영화로서 액션이면 액션, 유머면 유머 모두 흠잡을 데가 없었지. 성룡이 아니었다면 할리우드에서 동양인과 흑인의 버디무비를 볼 수 없었을지도 몰라.
명장면, 명대사
버디무비라면 두 남자가 티격태격할 때가 제일 재미있는 법이야. <러시아워> 1편에서 리 형사(성룡)가 인질로 잡혀있는 것을 본 카터(크리스 터커) 형사가 한마디 한다. “죽여, 저 친구는 나랑 안 친해.” 그때 성룡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따로 설명 안 해줘도 되겠지?
3. 폼 나는 콤비,
<나쁜 녀석들> 시리즈
명장면, 명대사
<나쁜 녀석들> 1편과 2편은 카체이스의 명장면이 수두룩해. 폭발을 사랑하는 감독인만큼 마이클 베이는 2편에서 고가의 페라리를 마이애미 대교 총격전에 투입시켜 보는 사람의 가슴을 다 콩닥거리게 하기도 했어. 그게 얼마짜린데. 카체이스만 놓고 보면 1편의 마지막 카체이스신도 빼놓을 수 없지. 마커스가 악당의 차를 따돌리자 마이크가 무덤덤하게 동료를 칭찬해. “그래, 운전은 그렇게 하는 거지.”
4. 홀쭉이와 뚱땡이 콤비,
<뜨거운 녀석들>
<뜨거운 녀석들>(감독 에드가 라이트, 2007)에서 닉 프로스트와 사이먼 페그는 뚱땡이와 홀쭉이야. 런던에서 승승장구하는 경찰 니콜라스 엔젤(사이몬 페그)는 직접 뛰고 구르고 고생해야 사는 캐릭터야. 그런 그가 시골로 좌천돼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순둥이 경찰 대니 버터맨(닉 프로스트)와 함께 마을축제 안전 관리, 실종된 백조 찾기 같은 소소한 일을 하다가 어떤 사건을 맞닥뜨리는 영국식 코믹 스릴러 영화야. 흥미로운 건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이 작품에서만 호흡을 맞춘 건 아니라는 사실이지. 둘은 그들의 친구 에드가 라이트와 함께 <스페이스드>(1999)를 시작으로 <새벽의 황당한 저주>(감독 에드가 라이트, 2004), <더 월즈 엔드>(감독 에드가 라이트, 2010) 등 많은 작품에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오랜 콤비야.
명장면, 명대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나쁜 녀석들>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았어. 이야기 곳곳에 <나쁜 녀석들>을 패러디한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지. 특히, 니콜라스 엔젤이 악당들에게 쳐들어가지 전에 대니 버터맨에게 “대니, 제대로 놀아볼까?”라고 말하는 장면은 딱 <나쁜 녀석들>의 인장이야.
5. 홍콩 액션의 세 가지 보물,
<쾌찬차>(감독 홍금보, 1984)
가화삼보(골든하베스트의 세 가지 보물)나 골든 트리오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 성룡, 홍금보, 원표, 셋의 리즈 시절을 뜻하는 단어라고 생각하면 돼. 이 세 액션스타는 <소림문>(1976)을 시작으로 <프로젝트A>(1983), <오복성>(1983), <쾌찬차>(1984), <칠복성>(1985), <복성고조>(1985), <비룡맹장>(1988) 등 총 7편을 찍으면 홍콩의 흥행기록을 죄다 갈아치웠어. 엄밀하게 따지면 가화삼보가 출연한 영화들을 버디무비에 포함시키긴 애매해. 남자 세 명이 주인공이니까. 그럼에도 세 명이 티격태격, 좌충우돌하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버디무비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 이들이 출연한 7편중에서도 <쾌찬차>는 가화삼보의 전성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버디무비야. 코믹 액션, 아크로바틱 액션, 정통 무술 등 젊은 시절의 성룡, 원표, 홍금보가 보여주는 액션들만으로도 눈이 호강해.
명장면, 명대사
성룡이 얼마나 대단했던 액션 배우였는지 알고 싶다면 <쾌찬차>의 마지막 대결신만 봐도 돼. 실제로 세계 격투기 챔피언이었던 악당 베니 어키데즈를 상대로 성룡은 전혀 밀리지 않아. 영화의 중반부까지 그가 보여줬던 코믹 액션과 아크로바틱 액션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지. 이 대결은 가화삼보의 명장면 중 하나로도 꼽고 싶어.
최근 한국 버디무비들이 궁금해?
씨네플레이 에디터 펩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