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감독 이일형
출연 이성민, 남주혁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기억하기 위한 총성, 다음 세대를 향한 반성
★★★☆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과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을 연결한 설정 자체는 원작 영화에서 비롯했지만, 진일보한 지점들이 있다. 사적 복수의 딜레마라는 영역 안에서 ‘기억하기 위한 총성’이 울려 퍼지는 동안, 영화 전체는 점차 ‘새로운 역사를 위한 반성’이라는 주제를 향해 나아간다. 다음 세대 앞에 부끄러움을 반성할 줄 알고 폭주를 멈추는 기성세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매끄럽지 않게 돌출된 몇몇 설정 안에서도 이성민은 흔들림 없이 믿음직한 기세로 극 전반을 이끈다. 그의 얼굴이 곧 이 영화의 인장이 되는 순간들이 다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역사에 빚진 감정
★★☆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눈길이 가는 작품이지만, 딱 거기까지다.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와 그의 젊은 친구 인규(남주혁)를 제외한 캐릭터 대부분이 양식적이고 평면적으로 짜인 데다가, 메시지를 설명조 대사로 구구절절 전달하면서 관객이 느끼기 전에 먼저 울어버린다. 의도하지 않게 사건에 동행하게 된 인규가 필주에게 동화돼 가는 과정이 쉬이 공감을 주지 못하면서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도 갸웃하게 만든다. 친일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마음과 상업영화로서의 흥행도 놓칠 수 없다는 조바심이 충돌하면서 ‘좋지 않은 패’만 연이어 보여주는 느낌. 이 영화를 보고 가슴이 뜨거워진다면, 그건 역사에 빚진 감정 때문이지 아닐까.

리멤버

감독 이일형

출연 이성민, 남주혁

개봉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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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감독 윤종석
출연 소지섭, 김윤진, 나나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창의력과 논리로 무장한 추리물
★★
<자백>은 사소한 단서 하나하나 효과적으로 뿌려놓고 꼼꼼히 회수하며 추리 스릴러를 지켜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반전 스릴러로 이미 유명세를 탄 원작 <인비저블 게스트>의 큰 틀은 가져가되 단서의 순서와 반전의 성격을 달리하며 한층 더 속도감 있고 긴장감 있는 리메이크작으로 남았다. 살인 용의자와 변호사가 주고받는 대화로 인해 달라지는 상황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를 볼 수 있는 것 또한 장점. 반전의 비밀을 알고 봐도 추리의 재미가 덜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솜씨가 좋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원작보다 더 재밌다 
★★★☆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부터 엔딩까지 깔끔하다. 반전 스릴러로 호평받은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2017)가 원작으로, 이미 원작을 본 관객도 각색의 묘미나 <자백>만이 가진 개별성에 거부감 없이 빠져들게 된다. 원작 영화와 비교하자면 가산점을 후하게 주고 싶어질 정도다. 탄탄한 연출로 극을 이끌어가는 윤종석 감독의 이름을 다시 찾아보게 될 것이다.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 등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더할 나위 없다. 그중 김윤진은 고도로 절제된 감정 연기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어떤 순간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연기가 대배우 김윤진의 품격이다. 

자백

감독 윤종석

출연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

개봉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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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감독 박송열
출연 박송열, 원향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현실 부부
★★★☆
10년 전부터 사운드 스태프로 활동하며 틈틈이 연출 작업을 했던 박송열의 연출 및 주연 작품이다. <가끔 구름>(2018)에 이어 두 번째 장편이며, 그와 계속 호흡을 맞추었던 배우 원향라가 이번에도 함께 한다. 박송열-원향라 콤비의 영화들은 일관적으로 ‘생계’라는 테마를 다루고 있는데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실직 상태인 부부가 구직 활동과 함께 짧은 일자리로 이어가는 궁핍한 삶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 톤이 의외로 평정심을 유지하며 의외로 여유까지 있다는 건, 이 영화의 매우 독특한 지점.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거나 필요 이상으로 분노하지 않고, 최소한의 윤리에 대해 고민하며 쉽진 않지만 희망을 바라본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착취하지 않고 서로를 구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
경제적 곤궁을 겪는 부부의 며칠이라는 일상적 풍경을 비추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획득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거의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제작 방식 가운데에 발휘된 것이기에 더욱 신선하다. 전형성을 한참 벗어나기에 오히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게 되는 연기, 결코 치밀해 보이지는 않지만 나름의 계산 안에서 움직이는 카메라, 자존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세운 최후의 울타리까지는 무너뜨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캐릭터들이 한 데 뭉쳐 만드는 독특한 리듬감. 착취하지 않고 서로를 구원하는 삶은 무엇일까에 대한 느긋한 질문처럼 보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이 부부가 품위 있게 사는 법
★★★☆
한국 독립 영화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고스란히 영화의 특징이자 작품의 개성으로 자리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도덕적 품위를 잃지 않는 부부의 일상극은 실제 부부인 박송열 감독과 배우 원향라 두 사람이 가내수공업 형태로 협업한 값진 결과물이다. 이들의 실생활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와 생생한 대사, ‘웃픈’ 상황들에 웃음이 나다가 마지막에 다다라서 주인공의 선택을 보며 존엄한 삶의 의미를 자문하게 된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감독 박송열

출연 박송열, 원향라

개봉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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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
감독 레이드 캐롤린, 채닝 테이텀
출연 채닝 테이텀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채닝 테이텀이 연출한 군견 이야기 
★★★☆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그린 영화라 어찌 보면 전형적인 감동 드라마인데 뭔가 다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전장에서 겪은 고통은 똑같이 끔찍하다는 것을 주인공들을 통해 상기시키면서, 동병상련인 이들이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미화하지 않고 최대한 현실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사고뭉치들의 코미디로 출발해 휴먼 드라마로 이어지는 전개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들이 종종 튀어나와 신선함을 일으킨다. 공동 연출까지 겸한 채닝 테이텀의 폭넓은 연기 또한 인상 깊다.  

도그

감독 레이드 캐롤린, 채닝 테이텀

출연 채닝 테이텀

개봉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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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
감독 마이클 커티즈
출연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폴 헌레이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멜로드라마의 영원한 고전
★★★★☆
2차대전의 와중에 헤어지게 된 연인 릭과 일자. 그들은 카사블랑카에 있는 릭의 카페에서 재회하지만, 일자의 곁엔 라즐로라는 남자가 있다. 나치의 삼엄한 감시하에서 일자와 라즐로를 탈출시키는 릭.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릭과 일자는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한다. 80주년을 맞이해 재개봉하는 <카사블랑카>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지만, 그 익숙한 관습을 완벽하게 결합시키면서 멜로 장르의 ‘정전’이 되었고 이후 수많은 영화들이 따르게 될 길을 닦은 걸작이다. 험프리 보가트의 외로운 카리스마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촉촉한 눈빛 만으로도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클래식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작품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고전 로맨스 
★★★★☆
1942년에 개봉해 현재까지도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할리우드 로맨스 걸작.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모나코 카사블랑카에서 재회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고화질로 리마스터링되어 흑백 고전 영화의 백미를 선사한다. 영화 속 최고의 커플로 회자되는 주연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OST, 마지막 장면이 워낙 유명하지만, 다시 보면 조연 캐릭터들의 면면이 새롭게 다가온다.  

카사블랑카

감독 마이클 커티즈

출연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폴 헌레이드

개봉 1949.01.16. / 2022.10.26.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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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보: 아마존의 전설
감독 호세 젤라다, 리처드 클라우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아마존 소녀 히어로의 모험
★★☆
아마존 부족 소녀의 모험과 성장을 그린 애니메이션. 아마존 최고의 사냥꾼을 꿈꾸는 소녀 아인보가 위기에 빠진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아마존 정글을 배경으로 동물 모습을 한 정령들과 수호자, 전설로 내려오는 악마의 존재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진취적인 캐릭터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지만, 캐릭터 디자인과 설정, 이야기의 구조가 흡인력 있게 다가오진 않는다. 

아인보: 아마존의 전설

감독 호세 젤라다, 리처드 클라우스

출연

개봉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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