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치>(왼쪽), <자백>

산발 머리에 걸걸한 말도 쉽게 내뱉는 스트리머. 도회적인 모습 뒤로 이기적인 선택을 종용하는 내연녀.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와 영화 <자백>으로 2022년 대중 앞에 선 나나는 이렇게 다른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소화한다. 아이돌 출신이란 딱지를 진작에 거둬내더니 (<자백>에서 같이 출연한 김윤진의 말대로) 거하게 사고 치고 만다. 이제 약 8년 가까이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나나의 출연작을 싹 정리했다.

자백

감독 윤종석

출연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

개봉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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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와이프

<상애천사천년>
<두라라 추혼기>

나나가 배우로 처음 출연한 건 <굿와이프>다. 완전 데뷔작은 아니었다. 영화 <패션왕>에서 카메오 출연한 적이 있고, 당시 K-팝 열풍의 초입에서 <인현왕후의 남자> 중국 리메이크 <상애천사천년>과 오피스 드라마 <두라라 추혼기>에 출연했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배우지만, 한국에선 다소 늦게 배우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굿와이프>는 동명의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이자 전도연·유지태·윤계상·김서형 등 쟁쟁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나나가 이들 사이에서 '구멍'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특이하게도 나나의 팬덤은 그가 잘 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독특한 컨셉의 유닛 '오렌지캬라멜' 활동 때 가장 부담스러워했지만 누구보다 컨셉에 빠르게 녹아들어 맹활약했던 특유의 '끼'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굿와이프>
단혜경(김단+김혜경) 케미가 빛났다는 후기가 적지 않았다.

나나는 <굿와이프>에서 로펌의 조사원 김단 역을 맡았다. 중국 드라마에 출연한 나나를 본 이정효 PD가 오디션을 제안하면서 <굿와이프>에 합류한 나나는 국내 대중 대상으로 한 첫 작품부터 인상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일단 '아이돌 출신'이란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고, 극을 진행하면서 주변 인물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김단의 다양한 모습들을 이질감 없이 김단이란 캐릭터에 녹여냈다. 김혜경-김단의 시너지만큼 전도연-나나의 케미스트리에 시청자들의 호평도 호재였다. <굿와이프> 한 편만으로도 가수 나나가 아닌 배우 나나를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굿와이프

연출 이정효

출연 전도연, 유지태, 김서형, 나나, 이원근, 윤계상, 김태우, 태인호, 채동현, 박정수, 전석호, 고준, 유민화, 박태성

방송 2016,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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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와이프>에서 이어진 차기작은 영화 <꾼>이었다. 전설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사기꾼들이 힘을 모은다는 이 케이퍼 무비에서 나나는 팀의 홍일점 춘자를 맡았다. 영화 전체가 다소 상투적이었던 만큼 춘자 캐릭터도 '미인계 캐릭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다. 하지만 나나의 능청스러운 캐릭터 연기가 힘을 더하면서 극의 재미를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일반 관객에게나 나나 팬들에게나 화려하고 매력적인 나나를 만날 수 있는 캐릭터와 영화였다. 화려한 캐스팅에 힘입어 4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엄청난 호재였다.

감독 장창원

출연 현빈,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

개봉 20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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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잇

<꾼> 이후 출연할 드라마가 구설수에 오르자 나나는 자진 하차를 선택했고, 잠시 숨을 고르며 신중하게 차기작을 선택했다. <킬잇>은 낮에는 수의사로, 밤에는 킬러로 살고 있는 남자와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다 남자를 쫓게 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나나는 킬러 수현(장기용)의 수상함을 감지한 형사 도현진을 연기했다. 들쑥날쑥한 시청률이 반증하듯 드라마의 완성도는 아쉽다는 평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장기용과 나나의 피지컬과 비주얼이 '재밌다'는 반응이 많다. 형사이기 때문에 실용적이면서 멋을 챙긴 나나의 스타일이 팬들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나나는 그동안의 출연작과 달리 자신이 많은 인물을 만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이어서 그 순간의 감정들을 고민했다고.

킬잇

연출 남성우, 안지숙

출연 장기용, 나나, 노정의, 이재원, 김현목, 정해균, 정재은, 지일주, 로빈 데이아나, 옥고운, 전진기, 곽자형, 안세호, 김선빈, 데이비드 맥기니스

방송 2019,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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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꾼>에서 <킬잇>까지의 공백이 길었던 편이어서 나나는 <킬잇> 종영 이후 3개월 만에 <저스티스>로 돌아왔다. 첫 지상파 드라마에 입성한 나나의 캐릭터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서연아. 한 번 문 사건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정의감과 사명감이 투철한 서연아는 장엔터테인먼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점점 빠져나갈 수 없는 악의에 발을 딛게 된다. 범죄자들을 우직하게 몰아세우는 초반과 자신의 가까운 사람에게마저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고군분투 끝에 검사로서의 자세를 관철하는 마지막까지 굴곡 많은 서연아를 탁월하게 소화해 그해 KBS 연기대상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우수상을 김소현(<녹두전>)과 함께 공동수상했다.

저스티스

연출 조웅, 황승기

출연 최진혁, 손현주, 나나, 박성훈, 김주미, 이학주, 김희찬, 장인섭, 조달환, 이서환, 김지현, 양현민, 지혜원, 김민석, 김현목, 이서안

방송 2019,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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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저스티스>의 악연(?)은 <출사표>까지 이어졌다. 검사 서연아와 위선적인 사업가 탁수호를 연기한 나나와 박성훈이 <출사표>의 주연으로 호흡을 맞췄기 때문. <출사표>는 평생 살아온 지역구에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구세라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나가 구세라를, 그런 그를 돕게 되는 5급 사무관 서공명을 박성훈이 맡았다. 보통 한국에서 진중하게 그려지는 정치라는 영역을 젊은이의 시각에서 유쾌하게 접근한 <출사표>는 그해 포브스 선정(농담처럼 말하는 그것 말고 진짜 포브스) 2020년 베스트 한국 드라마에 이름을 올리기도. 지금까지 법조계, 형사 이런 역을 주로 한 나나가 정치계 초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라면 포인트. 정의감만 앞서던 구세아가 점차 진심으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함께 겪다 보면 구세라의 쾌활함과 나나의 매력에 빠지고 말 것이다. 

<저스티스>에 이어 다시 만난 박성훈(왼쪽), 나나
출사표

연출 황승기, 최연수

출연 나나, 박성훈, 유다인, 한준우, 오동민, 배해선, 박미현, 최고

방송 2020,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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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치

<글리치>의 주역 전여빈(왼쪽)과 나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글리치>는 사라진 남자친구와 UFO를 찾아 나선 홍지효(전여빈)의 여정을 그린다. 나나는 UFO를 포함해 미스터리를 다루는 유튜버 겸 스트리머 허보라로 출연했다. 특유의 도회적인 이미지를 거둬내고 일견 제멋대로 입은 듯한 스타일이 눈에 띈다. 전여빈과 나나, 두 사람이 펼치는 연기 속 감정 교류에 드라마를 연출한 노덕 감독이 촬영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자백

<꾼>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자백>은 사실 2020년에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 속에서 개봉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2022년 10월에야 관객을 만나게 된 것.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한 <자백>에서 나나는 유민호(소지섭)의 내연녀 김세희 역을 맡았다. 유민호가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사건의 피해자이지만, 유민호의 진술을 통해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변호사 양신애(김윤진)와 유민호가 사건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김세희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 나나는 그런 캐릭터 또한 무리 없이 소화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마스크걸

나나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매미/희세 작가의 동명 웹툰 드라마화로, 못생긴 얼굴을 가리고 방송하는 BJ 마스크걸이 살인과 성형에 손을 대면서 겪게 되는 일대기를 그린다. 이 '마스크걸' 김모미를 고현정, 나나, 신인배우가 연기한다. 김모미가 극중 성형을 거치며 환골탈태하는 만큼 3인 1역이란 방식으로 김모미를 그릴 예정. 촬영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던 드라마인데 작품의 완성도로 재평가 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다. 2023년 6월 공개예정.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