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페이즈 4의 마지막 영화가 극장에 도착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2018년 개봉한 <블랙 팬서> 이후 약 4년 9개월 만에 개봉하는 후속작이다. 블랙 팬서이자 국왕이었던 티찰라의 죽음 이후, 비브라늄의 패권을 둘러싼 음모와 함께 강대국 '탈로칸'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된 와칸다의 이야기를 그렸다. <블랙 팬서>로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으며, 레티티아 라이트, 루피타 뇽 등 전작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스크린에서 만나기까지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던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사건사고의 히스토리와 함께 영화의 기대 포인트를 정리해 봤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레티티아 라이트, 다나이 구리라, 루피타 뇽, 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

개봉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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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채드윅 보스만

세상을 떠난 블랙 팬서

2020년 8월 28일, 믿을 수 없는 비보가 전해졌다. 블랙 팬서 역의 채드윅 보스만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더 이상 시간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의 나이는 불과 43세였다. 채드윅 보스만은 2016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4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삶을 마감했다. 이로 인해 <블랙 팬서>의 성공 이후, 문제 없이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외신은 물론 마블 스튜디오까지 모두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그의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자신의 투병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채드윅 보스만의 뜻이었다.

<블랙 팬서>

갑작스레 날아든 슬픔을 정리할 새도 없이 마블 스튜디오는 속편에 대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시나리오의 초안도 나온 상태였다고. 개봉일은 2022년 5월에서 11월로 연기됐으며, 시나리오는 5번의 수정을 거쳐 최종 완성되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와 관련해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으나 케빈 파이기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언론을 통해 "속편에서 티찰라 역의 배우를 교체하거나, 채드윅 보스만을 CG로 복원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블랙 팬서>를 연출했던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그의 죽음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라며 "<블랙 팬서> 속편은 커녕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 업계에서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정을 고백하기도 했다.


<블랙 팬서>

레티티아 라이트, 백신 접종 거부로 인해 하차?

코로나로 인해 영화 촬영이 쉽지 않았던 21년과 22년.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역시 촬영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슈리 역의 레티티아 라이트가 스턴트 촬영 중 부상을 입으며 촬영이 중단된 것. 문제는 그 이후였다. 레티티아 라이트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미국에 입국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선 이민자 혹은 미국 시민이 아닌 모든 사람은 코로나 백신 예방 접종서를 증명해야만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레티티아 라이트는 영국 국적으로, 예방 접종서가 필요했지만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어 촬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와 같은 보도가 나오게 된 이유로는 2020년, 레티티아 라이트가 자신의 SNS에 코로나 백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음모론을 공유하며 한차례 '안티백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는 접종을 강요할 경우 마블 영화에서 하차할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백신에 대한 강력한 불신을 드러내는 그에게 일부 MCU 팬들은 슈리 역에서 하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12월, 레티티아 라이트의 백신 접종 거부로 인한 하차는 사실무근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2022년 1월 애틀랜타에서 촬영이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관계자는 촬영 중단의 이유로 "(레티티아 라이트의) 어깨 골절과 뇌진탕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처음에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어서 휴식이 필요했다"라고 하차설을 일축했다. 


<블랙 팬서> 촬영장. 왼쪽부터 다나이 구리라와 라이언 쿠글러 감독

감독의 체포, 인종차별 논란

하마터면 감독이 영화를 찍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뻔했다? <블랙 팬서> 시리즈를 이끄는 수장 라이언 쿠글러가 체포됐다. 해당 사건은 지난 3월 미국 CNN을 비롯한 해외 매체들을 통해 공개되며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잠시 촬영을 멈췄던 지난 1월,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러 은행에 간 라이언 쿠글러가 돈을 인출하던 중 은행에서 체포된 것. 라이언 쿠글러는 자신의 계좌에서 1억 2000만 달러, 한화로 약 17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인출하려 했으나 은행 직원이 거액의 금액을 인출하려는 요구를 수상하게 생각하며 그를 은행 강도라고 오해했다. 당시 라이언 쿠글러는 직원에게 자신의 인출 요구 사항을 노트에 적어서 건네주었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 의심을 사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공개된 영상 속에는 현장에서 4명의 경찰에 의해 체포된 라이언 쿠글러의 모습이 담겨있으며, 그는 체포 내내 당황스럽고 화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 결국 신분을 입증하고 오해를 푼 뒤 곧 풀려나 은행 측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합의하며 사건이 일단락됐다. 한편, 해당 사건이 보도되고 '흑인 과잉 진압' 및 인종차별 문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체포되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 출처 / CNN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관람 포인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네이머

새로운 빌런 '네이머'  

왕을 잃어버린 와칸다는 슬픔에 빠지고, 이를 틈타 와칸다엔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이 들이닥친다. 비브라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 속에 저 깊은 바닷속에 위치한 '탈로칸'의 국왕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다. 세상으로부터 숨겨져 있던 와칸다와 탈로칸. 두 나라가 숨겨온 비밀과 이들이 지키려는 것은 무엇일까. <블랙 팬서>가 왕좌의 자리를 둘러싼 빌런과의 전쟁을 그렸다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더 나아가 국가 존폐의 위기를 다룬다. 그 반대의 자리엔 가상의 해저 국가 탈로칸의 국왕 네이머가 있다. '세계 최초의 뮤턴트'라고도 불리는 네이머는 탈로칸 종족과 인간 사이에 태어난 혼혈로서, 수중 호흡 능력 및 육지와 해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등 초인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힘과 권력을 바탕으로 탈로칸을 위협하는 이들에 맞서 와칸다로 향하지만 뜻하는 바가 달라지자 와칸다를 침략하려 한다. 한때 빌런으로 '닥터 둠'이 등장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루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육지에서는 마스크를 해야하는 탈로칸 인들.

네이머가 메인 빌런인 만큼 스크린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탈로칸의 압도적인 이미지가 화제다. 해저 국가 탈로칸은 고대 메소아메리카 문명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제작진은 장장 2년에 걸친 개발 기간과 400페이지에 달하는 프로덕션 가이드를 통해 와칸다에 이은 새로운 세계를 구축했다. 탈로칸 외에도 와칸다 수도의 풍경부터 강 부족의 마을, 자바리 부족의 근거지 등 더욱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와칸다를 만날 수 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각기 다른 매력을 갖춘 두 세계가 이번 작품에서 펼쳐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차기 블랙 팬서는?

새로운 블랙 팬서를 두고 수많은 추측들이 오고 간 가운데,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차기 블랙 팬서의 주인공은 레티티아 라이트였다. 극 중 티찰라의 동생 슈리 역으로, 왕위 계승에 따라 물려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는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과 슬픔 그리고 새로운 블랙 팬서로서 와칸다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아래 성장통을 겪는 슈리의 모습이 비친다. 레티티아 라이트는 "슈리가 전편에서는 혁신적이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캐릭터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오빠를 잃은 슬픔, 상실감에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더 이상 숨어 지낼 수 없기에 여러 도전 속에 성장하는 여정이 용감하다고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슈리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여성 캐릭터들과 연대다. 슈리가 차기 블랙 팬서로서 내면의 고뇌를 지나 단단해지는 동안 와칸다를 지키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국왕의 자리를 대신하여 와칸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라몬다(안젤라 바셋)와 와칸다를 수호하는 도라밀라제 장군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티찰라의 연인이자 스파이 나키아(루피타 뇽)다. 영화는 이들의 활약에 무게를 실어 내외적인 난관을 헤쳐나간다. 레티티아 라이트는 "이번 영화는 여성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여성들 사이 연대와 교감이 두드러질 것이다. 전 편에서 등장한 여성 캐릭터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라고 말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예고편 속 리리 윌리엄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아이언맨 대신 아이언하트

와칸다의 뛰어난 기술들은 아이언맨에게 좋은 자극제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비롯해 다수의 MCU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아이언맨과 티찰라의 교류는 어벤져스의 전반적인 전투력을 높여주는데 큰 기여를 하였으며 둘은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최후를 맞이한 지금. 아이언맨의 빈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다. '2대 아이언맨'이라 불리는 리리 윌리엄스, 히어로명으로 '아이언하트'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MIT에 입학한 흑인 여성 과학자로,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에 첫 등장이 확정되었다. 예고편에선 오코예와 슈리가 직접 집으로 찾아간 후, 와칸다에 위치한 슈리의 작업실에서 슈리와 인사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었다. 과학자이자 티찰라의 최측근 조력자가 슈리였다면 슈리의 조력자는 아이언하트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신인 배우인 도미니크 손이 캐스팅됐으며, 아이언하트는 2023년 가을 디즈니+를 통해 6부작 오리지널 드라마 <아이언하트>로 공개된다.


루드비히 고란손

음악은 루드비히 고란손

마지막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사운드트랙이다. 2014년 라이언 쿠글러 감독에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안겨주었던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부터 <쿠글러>, <크리드>, <블랙 팬서> 시리즈까지 함께 작업한 루드비히 고란손이 음악 감독을 맡았다. 라이언 쿠글러의 페르소나로, <베놈>, <테넷> 등 다수의 할리우드 작품들의 사운드트랙을 작업하며 촉망받는 영화 음악 감독으로 떠올랐다. 전작 <블랙 팬서>에서는 와칸다만의 이국적인 배경 사운드를 위해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악기 소리를 수집, 시그니처가 될 OST를 제작해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했다. 아프리카의 전통 악기와 힙합이 어우러졌던 전작의 무드를 이어받아 이번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오리지널 스코어 역시 액션에 블랙 팬서만의 리듬감을 더했다.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하는 헌정 사운드트랙이자 리한나가 6년 만에 공개한 신곡 'Lift Me Up'의 작곡을 맡기도 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과 루드비히 고란손
리한나 'Lift Me Up'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