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거대한 부재를 안은 확장
★★★
거대한 슬픔이 영화를 감싸고 있다. 작품 전체가 길고 장엄한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질 정도다. 왕을 잃은 와칸다의 위기가 곧 채드윅 보스만이 없는 시리즈의 상황과 나란한 가운데, 영화는 떠나보낸 배우를 향한 충분한 애도 그리고 거대한 부재를 안은 채로 시리즈를 확장하는 방법 사이에서 최선을 고민한 선택들을 보여준다. 여성 중심의 세계관으로 넓어져 온 MCU 페이즈4의 폭을 가장 적극적이고도 넉넉하게 넓혀 놓는다는 점에서 인상적. 긴 러닝타임을 상쇄할 궁극의 시퀀스가 없다는 점, 본편 이후 쿠키 영상에서 감지되는 시리즈의 미래가 안전함과 안일함 사이의 선택으로 느껴진다는 점은 단점이 될 만하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비어버린 왕좌를 채우기 위한 안간힘
★★☆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영화 안팎의 상실을 충분히 슬퍼하고 극복하려 한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 채드윅 보스만과 원인 모를 병으로 운명한 왕 티찰라를 공들여 애도하고, 그 바탕 위에 서서 슈리(레티티아 라이트)는 새로운 블랙 팬서가 되는 성장통을 겪는다. 슈리의 상실의 분노와 슬픔 뒤 이어진 각성의 과정에는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해저제국 탈로칸과 그곳의 주인 네이머가 개입한다. 그러나 와칸다를 위협하는 강력한 적의 출현으로 자신이 어떤 지도자이자 블랙 팬서가 될지 결정해야 하는 슈리의 고민이 제대로 그려지지 못했고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영화는 채스윅 보스만을 제대로 애도하는 것에는 성공헀지만 결국 그의 빈자리를 더 확인시키고 말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너무 큰 그의 빈자리
★★★
든 자리도 컸는데, 난 자리는 더 크다. 단순한 슈퍼히어로를 넘어, 현실 세상 속 흑인들의 아이콘이 된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누군가 대체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 현실에서의 애도를 티찰라(채드윅 보스만) 장례식 장면으로 잇겠다는 마블의 선택과 그 마음에는 동의하나 아쉬움은 남는다. 추모와 재미 사이에서의 균형추를 매끄럽게 잡지 못하면서 전진해야 할 곳에서 머뭇거리는 인상을 자주 남긴다. 개국 공신들이 하나 둘 은퇴하면서 마블의 숙제/위기로 거론되고 있는 세대교체 면에서도 딱 부러진 응답을 주진 못한다. 2대 아이언맨(아이언하트)의 첫 데뷔 무대로 어떻게 기능할지 궁금했던 입장에서 뉴 히어로의 매력이 무엇인지 갸웃하게 된다. 수중 왕국 탈로칸의 세계관과 OST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위기를 기회로 만든 속편
★★★
MCU의 서른 번째 영화이자 마블 페이즈 4의 대미를 장식하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영화 안팎으로 기로에 놓인 작품이다. 주연배우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세계관 확장과 마블 히어로의 세대교체를 이뤄내야 하는 과업까지 떠안았다. 타개책은 주인공의 부재를 인정하고 애도의 방식을 취하되, 전편에서 충분히 활약상을 인정받은 여성 캐릭터들에게 무게를 분배한 것이다. 이는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의 변화가 아니라 다양성의 확대를 보여준 <블랙 팬서>의 일관된 선택으로 읽힌다. 중심 캐릭터의 부재에 따른 한계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시리즈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영화의 눈물겨운 분투는 마블의 미래에 거는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