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은 많지만 연기력과 시나리오를 보는 안목, 화제성, 흥행성까지 모두 갖춘 배우는 많지 않다. 수많은 배우들 중 나만의 믿고 보는 배우들이 있을 터. 높은 타율로 출연작마다 흥행하며 화제를 모으는, 흥행 보증수표 배우들을 모아봤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송중기

판타지 회귀 복수극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6%대의 시청률에서 시작한 드라마는 지난 13회에서 전국 시청률 22%를 기록,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순항 중이다. 2022년 한국 주중드라마 최고 시청률의 기록까지 세웠다. 드라마는 순양 그룹의 비서로 살았던 윤현우가 비자금을 추적하다 억울하게 살해되고, 순양의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 회귀하며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지난 생과 두 번째 생을 연기하며 자신만의 복수극을 펼쳐내는 진도준 역엔 송중기가 캐스팅됐다. 지난 2021년 방영된 <빈센조>에 이어 또다시 히트작을 내놓은 셈이다. 

(왼쪽부터) KBS2 <성균관 스캔들>, <늑대소년>
KBS2 <태양의 후예>

송중기의 작품 타율은 어느 정도일까. <트리플>,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산부인과>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눈에 띄는 조연으로 활약하던 그는 정은궐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성균관 스캔들>에서 능청맞은 선비 구용하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최고 시청률은 14%를 기록했으나, 체감 인기는 그 이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년 뒤, 송중기에겐 두 번째 전성기가 찾아왔다 . 영화 <늑대소년>이 706만 명을 동원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가 최고 시청률 18.3%를 기록하며 스크린, 브라운관에서 쌍끌이 흥행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군백기를 가졌던 송중기는 특전사 대위 유시진 역으로 돌아와 커리어에 최정상을 찍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다. <태양의 후예>의 최고 시청률은 38.8%로, 송중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정상 스타 자리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이후 3년 만에 대작이었던 <아스달 연대기>로 복귀해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날아오르는데 성공했다. 

tvN <빈센조>

KBS2 <김과장>

남궁민

냉철하지만 누구보다 믿음직한 팀의 단장이었다가 어느 순간에는 국가정보원으로, 이제는 또라이끼가 다분한 변호사로 변신한 남궁민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시청률 불패 신화를 만들어내며 대체 불가한 배우로 우뚝 섰다. <금쪽같은 내새끼>부터 <내 마음이 들리니>, <리멤버 - 아들의 전쟁>, <미녀 공심이> 등 2016년까지 다수의 작품 활동으로 얼굴을 비췄으나 아쉽게도 빛을 보지는 못한 편이었다. 그러던 2017년, kbs 드라마 <김과장>으로 시청률 18%를 기록하며 스타가 됐고, 하반기 sbs 드라마 <조작>에 출연하면서 2연타에 성공했다. 그해 두 방송사에서 동시에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왼쪽부터) SBS <스토브리그>, MBC <검은태양>

두 작품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이후 행보는 걸릴 것이 없었다. 따뜻한 심성을 가진 듯 보이나 속으론 복수를 계획하고 있었던 희대의 천재 의사 나이제 역의 <닥터 프리즈너>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며, 2019년 SBS <스토브리그>엔 꼴찌 야구팀 '드림즈'의 단장 백승수 역으로 출연해 19% 시청률을 견인해냈다. 2017년 김과장 이후 한동안 수상 소식이 없어 '상복 없는 배우'라고 불렸던 남궁민은 이 작품으로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차기작 <검은태양>으로는 하향 곡선을 그리던 MBC 드라마에 심폐소생술을 해내며 다음 해 MBC 연기 대상을 수상, 2년 연속 연기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두 대상의 무게를 짊어지고 복귀한 <천원짜리 변호사>에선 능청맞지만 미스터리한 천재 두뇌를 가진 변호사 천지훈 역을 맡아 찰떡같이 소화, 매회 자체 기록을 경신한 끝에 마의 시청률 15% 시청률을 넘기며 화제 속에 종영했다. 

SBS <천원짜리 변호사>

MBC <파스타>

공효진

결혼으로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로코의 여왕, 공효진. 공효진에 러블리함이 합쳐져 '공블리'로 불리는 그녀의 작품 안목은 상당히 예리한 편이다. 선택하는 작품마다 화제성 1위,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최소 시청률 10%를 뛰어넘기 때문. 영화에선 주로 이미지의 변신을 꾀하는 파격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편이라 흥행과 거리가 있는 편이나 드라마는 다르다. '출연작 중 실패한 드라마가 거의 없다'는 평까지 나올 정도로 타율이 월등히 좋다. 공효진은 2000년대 초 <네 멋대로 해라>, <눈사람>, <상두야 학교가자>, <건빵선생과 별사탕>을 통해 러블리하면서도 개성 있는 연기로 평균 10%~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의 스타가 됐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2010년, '공블리'라는 별명을 얻게 해준 드라마 <파스타>를 만나게 된다.

(왼쪽부터) MBC <최고의 사랑>, SBS <질투의 화신>

버럭 소리를 지르는 셰프에게 비록 기가 죽을지언정, 꿋꿋하게 포기하지 않는 주방의 홍일점 서유경으로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수많은 이에게 인생작을 남긴 공효진은 이어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괜찮아, 사랑이야>, <프로듀사>, <질투의 화신>까지 대박을 터트리며 '믿고 보는 로코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꾸준하게 쌓아온 내공은 2019년 <동백꽃 필 무렵>에서 제대로 빛을 보였다. 공효진은 동네에서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싱글맘이지만, 억척스럽기보다 순박하고 정이 많은 사장 동백 역으로 출연했다. 드라마는 약 24%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2019년 국민 드라마로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공효진은 이 작품으로 2019년 KBS 연기 대상에서 데뷔 20년 만에 첫 대상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아가씨>
tvN <미스터 션샤인>

김태리

데뷔작으로 칸영화제에 입성해 레드 카펫을 밟은 김태리의 필모는 사뭇 본인의 시원시원한 성격과도 닮았다.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아가씨>는 동성애 코드에 파격적인 수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4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화려한 데뷔 이후 충무로 라이징 스타 자리에 오른 김태리의 차기작은 <1987>이었다. <1987>은 평론가들의 호평과 함께 720만 관객을 기록하였으며, 김태리는 이 작품으로 커리어에 한 계단 더 올라설 수 있었다. 동명의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로 잠시 한숨 돌린 김태리는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 <미스터 션샤인>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김했다. 상대 배우였던 이병헌의 연기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강단과 흡입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최고 시청률 18.1%를 이끌어냈다. 이는 김태리가 스크린에서 브라운관으로 활동 영역을 넓힘과 동시에 배우로서 입지를 더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승리호>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꾸준히 시대극에서 활약해온 그녀의 다음 스텝은 SF였다. 송중기와 호흡을 맞춘 <승리호>는 전 세계 넷플릭스에 송출되며 공개 당일날 월드 와이드 1위, 약 80여 개 국에서 톱10에 랭크되며 공개 후 28일간 무려 2600만이 넘는 구독 가구가 시청했다. 청춘 시절을 그린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매회 온라인상에서 높은 화제성을 보이며 최고 시청률 11.5%를 기록했다.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 중 하나가 된 김태리의 다음 발걸음은 드라마 <악귀>다. 김은희 작가의 신작으로, 김태리는 시대극과 SF에 이어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에 새로이 도전한다. 늘 새로운 장르에 거침없이 뛰어들면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그녀의 행보에 기대감을 걸어본다. 


JTBC <청춘시대>
SBS <스토브리그>

박은빈

올해를 빛낸 탤런트 1위, 올여름은 박은빈의 노력으로 빛난 계절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해 연예계 활동만 27년 차에 접어든 박은빈은 매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기력과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왔다. <청춘시대>, <이판사판>,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등 2015년대 이후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는 2019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로 최고 시청률 19.1%를 기록하며 홈런포를 터트렸다. 극 중 드림즈 최연소 운영팀장이자 국내 프로야구단 가운데 유일한 여성 운영팀장 이세영 역으로 출연해 이성적인 면모와 화낼 땐 화낼 줄 아는 단호함을 겸비한 캐릭터로 새로운 매력을 선사했다. 

KBS2 <연모>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은 차기작으로 정통 멜로였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통해 로맨스 강자임을 입증하였으며, KBS <연모>에선 1인 2역과 남장 연기로 제 스펙트럼을 넓혀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연모>는  제50회 국제 에미상 시상식에서 결선 후보작을 제치고 텔레노벨라 부문 수상작에 호명되며 세계적인 인정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은빈은 아직 부족하다는 듯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다시 한번 거한 홈런을 쳐내며 믿보배의 저력을 증명했다. 박은빈이 아니고서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과 연기를 선보인 우영우는 1%에 미치지 못했던 시청률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 17.5%, 평균 시청률 10%를 찍으며 유례없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성실한 노력이 만들어낸 반전 드라마는 박은빈에게 최고의 커리어를 안겨주며 국민 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넷플릭스 <수리남>

하정우

하정우가 돌아왔다. 그것도 자신의 페르소나 윤종빈 감독과 함께. 프로포폴 투약 등 사건사고에 휘말려 한동안 작품 활동을 멈췄던 하정우는 3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여된 넷플릭스 <수리남>으로 넷플릭스 한국 차트 1위, TV·OTT 드라마 시리즈 부문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어쩌면 하정우였기에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2009년~2019년 한국 영화배우 흥행 파워 1위에 등극한 하정우는 2010년대 충무로를 이끈 주역으로 뽑힌다. 그는 2008년 개봉한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범 지영민으로 출연해 잔혹하고 무자비한 연기로 504만 관객을 동원,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어 <국가대표>로 839만 명을 극장가로 이끌며 배우로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 외에도 <황해>,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군도>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연이어 흥행 시키며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기 시작했다. 

<추격자>
<국가대표>

2015년,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암살>은 그에게 처음으로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작품으로 남았다. 연이어 <아가씨>와 <터널>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그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신과 함께> 시리즈에 출연해 2, 3번째 천만 영화이자 쌍끌이 흥행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스크린을 종횡무진하였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 주연으로 출연한 <PMC: 더 벙커>, <클로젯>이 100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백두산>으로 흥행 파워를 재증명하면서 믿고 보는 배우임을 상기시켜주었다. <수리남>으로 부활한 그의 뒤에 달린 개봉 예정작은 총 4개다. 과연 이전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하정우의 2023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암살>
<신과함께 - 죄와 벌>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헌트>

이정재

2021년부터 지금까지, 약 1년간 가장 주목받았던 스타 한 명을 선정해야 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이정재를 외치고 싶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대히트를 치게 되면서 주연을 맡은 이정재의 인기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갔다. 제28회 미국 배우조합상 남자연기상,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드라마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전례가 없었던 역대급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제는 자신의 경력을 양분 삼아 연출에 도전, <헌트>로 435만 명을 동원함과 동시에 제43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도둑들>
<관상>

이정재가 단순히 화제성만으로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 아니다.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로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오른 그는 연기력 논란을 이겨내기 위해 쉬지 않고 소처럼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렇게 약 10여 년을 묵묵히 연기에만 집중해오던 이정재는 2010년 <하녀>를 기점으로 생애 첫 칸 레드 카펫을 밟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리고 2012년, 영화 <도둑들>을 통해 첫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연이어 <신세계>로 인생 캐릭터 이자성을 얻었으며 <관상> 수양대군 역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등장신과 함께 913만 관객을 동원했다. 

<암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후로도 파죽지세였다. <암살>과 <인천상륙작전>으로 총 20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스크린으로 이끈 그는 특별출연한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 천만 시리즈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사바하>로는 239만 명에 그쳤으나, 국내에선 흔히 찾아보기 힘든 오컬트 물로 빚은 값진 결과였다. 팬데믹으로 발길이 끊긴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 넣은 것도 이정재였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여름,  오로지 자신의 복수를 위해 인남(황정민)을 쫓는 무자비한 레이로 분해(<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43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 해 박스오피스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식지 않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탁월한 안목으로 글로벌 무대에 서게 된 이정재는 이제 세계적인 시리즈 <스타워즈>의 새로운 주인공이 됐다. 디즈니 플러스 <어콜라이트>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며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보자.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