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를 위해서가 아닌 생존을 위해서 운동해야겠다고 다짐한 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평생 이 몸, 이 체력이 유지될 줄 알았건만 20대 때 마구잡이로 쓴 대가를 이제서야 치른다. 건강은 후불제였다. 밤샘하며 일한 대가를 내년의 내가, 운동하지 않고 누워만 있던 대가를 10년 뒤의 내가 책임져야 한다. 언젠가 이런 말을 본 적 있다. 우리의 몸은 약정 걸린 휴대폰과 같다고. ‘늙으면 죽지 뭐’라는 마음으로 아무렇게나 쓰지만 우리의 몸은 꽤나 끈질겨서 쉽게 죽지 않고 그저 액정이 깨지고 버벅거리는 휴대폰을 약정 기간이 끝날 때까지 써야만 한다.
2023년이 되었다. 이번 해에는 지금까지 고생한 내 몸을 수리해줘야 하지 않을까. 매일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이들을 보며 “어차피 사진 찍으러 간 거겠지”라며 자기위로를 하는 한편, “나는 언제 운동하냐”며 한탄만 하고 있지 않은지. 오늘은 당신의 운동 욕구를 자극시켜 줄 콘텐츠를 준비했다.
<록키 발보아>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봐야 할 고전, <록키 발보아>다. 주인공 록키 발보아 역을 맡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감독까지 겸한 작품으로, 그의 영화 인생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영화는 세계 최고 헤비급 챔피언 자리를 은퇴하고 사업가로 변신한 록키가 자기 다음 세대 챔피언 복서, 메이슨 딕슨(안토니오 타버)과 세기의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록키는 다시 복서가 되기 위해 고강도 훈련을 하며 여전히 꿈을 향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록키의 대사 “얼마나 강한 펀치를 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얼마나 강한 펀치를 맞고도 일어서느냐가 중요한 거지”는 영화의 메시지를 완벽하게 요약하고 있다. 결국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 있게 매일 정진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은 늘 뻔하다. 사람들은 ‘그런 뻔한 말 말고, 진짜 성공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지만 뻔한 그 말이 사실은 진리다. 영화는 복싱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꿈을 향해 나아갈 때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꿈이 ‘건강하게 사는 삶’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일어나서 운동을 해야 한다. 살을 빼기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 게 아니라 스쿼트를 하면 된다.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장애물을 넘는 자신을 만나야 한다. 엄두가 안난다고? 그렇다면 <록키 발보아>를 보자. 누워있던 당신을 일으켜 세울 테니까.

- 록키 발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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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개봉 2007.02.14.
<2017 크로스핏 게임 - 세계 최고의 피트니스 강자>
감독 히버 캐논, 머라이어 무어, 마스턴 소이어스
출연 데이브 카스트로, 카라 웹, 티아 클레어 투미, 맷 프레저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여기고 있진 않은가. 인생에 한 번쯤은 투지를 불태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발목도 약하고, 체력도 안 좋으니까.’, ‘근력이 남들보다 적잖아’라고 생각하며 투지를 꾸역 꾸역 꺾어 버린다. 그러나 투지가 행동과 만났을 때, 사람은 극한의 아드레날린을 느끼게 되고, 이는 곧 희열로 이어진다. 크로스핏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운동이 어떻게 희열로 연결되는지.
<2017 크로스핏 게임 - 세계 최고의 피트니스 강자>(이하 <크로스핏 게임>)는 2017년 스포츠 브랜드 리복에서 주최한 크로스핏 대회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역도, 체조, 지구력 테스트 등 여러 경기에 도전하며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처음에는 그들의 투지가 너무도 뜨겁게 느껴져 다소 거리를 두고 싶어질 수 있다. 강도 높은 훈련과 그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편안히 침대에 누워 볼 만한 모습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며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높여간다. 대충 경기를 요약하자면, 2.5km를 전력 질주한 다음, 바다 수영을 하고, 장애물 자전거를 탄 뒤, 역기를 들고, 물구나무를 서서 걷는다.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고통 끝에 마주할 희열을 위해 인내한다. “오늘 느끼는 고통이 내일의 힘이 된다”는 극 중 대사는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혹시 오늘 당신이 힘들었다면 너무 노여워하지 말길. 쌓인 그 시간이 당신의 내일을 책임질 테니까. <크로스핏 게임>은 애플 TV에서 볼 수 있다.

- 2017 크로스핏 게임 - 세계 최고의 피트니스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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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히버 캐논, 머라이어 무어, 마스턴 소이어스
출연 데이브 카스트로, 카라 웹, 티아 클레어 투미, 맷 프레저
개봉 미개봉
<루디 이야기>
감독 데이빗 앤스포
출연 숀 애스틴, 네드 비티, 찰스 듀튼, 제이슨 밀러, 릴리 테일러, 로버트 프로스키
인생을 바꿀 이야기는 때로 아무렇지 않게, 우연히 찾아오기 마련이다. 영화 <루디 이야기>는 거창한 수식어따윈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본질적인 힘’을 갖고 있다. 주인공 루디(숀 애스틴)는 풋볼로 유명한 명문 대학, 노틀담에서 풋볼 경기를 뛰는 게 꿈이다. ‘노력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그의 앞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았다. 12명의 형제들 사이에서 자란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제철 공장에 취직하고, 셰리(릴리 테일러)와 약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한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은 그는 결단을 내린다. 지금까지 남에게 인생의 키를 맡겨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면 이제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타고난 머리도 좋지 않고, 성적도 나쁘고, 170cm도 안 되는 작은 키에 왜소한 체구. 마주한 현실은 그 꿈에 닿기에 보잘 것 없어 보였다. 그는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루디 이야기>는 ‘너는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해본 적 있는가’라며 우리에게 묻는다. 2022년 끝무렵, 대한민국은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스피릿으로 물들었다. 우리는 ‘현실적’이라는 말로 마음을 꺾고 있지 않았나. 끝까지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는 걸, 우리는 무수히 많은 예를 통해 배워왔다. 일주일 동안 운동했는데 바뀌지 않는 몸무게를 보며 ‘역시 나는 안 되나봐’라며 쉽게 포기해버렸다면 다시 한 번 ‘중꺾마’를 외쳐보자.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느샌가 나와 상황은 바뀌어있다.

- 루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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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빗 앤스포
출연 숀 애스틴, 네드 비티, 찰스 듀튼, 제이슨 밀러, 릴리 테일러, 로버트 프로스키
개봉 미개봉
<알피니스트: 마크-앙드레 르클렉>
감독 피터 모르티머, 닉 로즌
출연 마크-앙드레 르클렉
운동을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멋진 몸을 갖고 싶어서’가 아닐까. 유명해지고 싶고, 남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에 운동하는 것도 좋은 동기부여지만 운동을 하다보면 그 끝에 마주하는 건 결국 ‘나’다. 외부 환경은 전부 블러 처리가 되면서 오로지 정신과 몸만이 존재하는 느낌. 아마도 열심히 운동해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경험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다큐멘터리 <알피니스트: 마크-앙드레 르클렉>(이하 <알피니스트>)는 캐나다의 무명 산악인 마크-앙드레 르클렉의 등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전설적인 산악인들도 혀를 내두르는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 그는 홀로 등반했다. 세계의 험준한 산을 묵묵히 홀로 오르는 그의 행보는 주목받을 만했지만 그는 도무지 유명세에 관심이 없었다. 핸드폰도 없이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나있던 그는 오로지 산을 오르는 것만이 목적인 것처럼 등반했다.
<알피니스트>에서는 그의 비타협적인 열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목표를 향해서라면 높은 위험도 감수하는 그의 행동은 논리적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왜 올라야 했을까. 알래멘델홀 타워 북벽에 난 신루트로 정상에 올랐던 그는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던 길에서 실종되었고 구조대는 끝내 그를 찾지 못했다. 그의 나이 고작 스물 다섯이었다. 그에게 도전이란 목숨을 걸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던 것이었을까. 정상에 오르는 게, 그렇게 중요했을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등반 성공 자체가 인생을 바꾸진 않거든요. 성공을 향해 갈 땐 그런 기대를 갖더라도 결국 남는 건 거기까지 이어진 여정인데, 그 기나긴 여정 속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더 몰입하게 되죠. 이어서 오랫동안 아름다운 곳에서 지내며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일종의 정신적 장벽을 넘어서고 나면 풍부한 이야기와 추억과 경험이 남거든요. 저한텐 그게 가장 중요해요.”

- 알피니스트: 마크-앙드레 르클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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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피터 모르티머, 닉 로젠
출연
개봉 미개봉
<승리한 패배자들>
유형 TV 시리즈(다큐멘터리)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테다. 이 말을 마치 인생의 진리인 양 받아들이는 이들도 더러 있다. 우리는 금메달에 열광하며, 은메달을 아까워하고, 동메달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니 어쩌면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승리한 패배자들>에서는 소위 ‘패배자’라고 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는 1등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첫 번째 에피소드는 ‘링을 싫어한 챔피언’이다. 아버지의 강압적인 교육에 따라 복싱선수가 된 마이클 벤트는 헤비급 챔피언까지 거머쥐었다. 강압적이긴 했지만 결국 챔피언이 되었으니 만사 오케이일까? 하지만 이듬해 타이틀 방어전에서 그는 KO패를 당해 순식간에 챔피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마이클 벤트는 훗날 KO패를 당한 이 날을 회상하며 “그때 당했던 KO패가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는 잘나가던 복싱 선수였을 때보다 링에 오르지 않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지금에서야 복싱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운동을 하다보면 욕심이 생긴다. 목표를 달성하고 싶고, 옆사람보다 잘하고 싶고, 1등을 하고 싶어진다. “왜 운동하는가”를 기억하자. 남에게 잘 보이고 싶고, 1등하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하진 않았을 테다. 오늘 벤치프레스에 졌다면 시도한 나를 응원해주자. 앞으로 이기지 못해도 괜찮다. 즐길 수만 있다면 당신은 ‘승리한 패배자’니까.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