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OTT 콘텐츠가 앞다투어 내놓는 신작들을 보며 종종 보석 같은 배우들을 발견하곤 한다. 어디서 이런 배우가 나타났는지 놀라움을 주는 신예가 있는 한편, 제게 맞는 캐릭터를 찾아 놀라운 역량을 선보이며 뒤늦게 주목받게 된 배우들도 있다. 2022년 놀라운 연기력으로 촉망받는 라이징 스타 자리에 오른 배우들을 소개한다.


tvN <환혼: 빛과 그림자>
tvN <환혼: 빛과 그림자>

<환혼: 빛과 그림자> 고윤정

방영 전부터 여주인공 배우 교체로 몸살을 앓았던 드라마 <환혼>. 파트 1 방영이 무사히 끝나고 파트 2 <환혼: 빛과 그림자> 촬영에 앞서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파트 1에서 '무덕'을 연기한 정소민이 하차하고 배우 고윤정으로 주인공이 바뀐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배우 교체에 시청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으나 이를 잠재운 건 고윤정의 능수능란한 연기 덕이었다.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배우의 연기력이 극의 몰입도를 크게 좌우하기 마련. 고윤정은 부담감에 굴하지 않고 신인급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력과 다채로운 매력으로 <환혼: 빛과 그림자>를 무사히 마무리까지 견인해 내며 성장했다.

(왼쪽부터) 넷플릭스 <스위트홈>, 영화 <헌트>

데뷔 전 '대학내일' 표지 모델로 얼굴을 알리며 캐스팅된 고윤정은 SK 텔레콤 광고에 출연하며 주목받은 케이스다. 그 후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김소현 역으로 데뷔, 2020년 화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두 편에 출연하며 수수하지만 눈길이 가는 외모로 주목받았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방석의 주인인 여고생 최유진 역으로, <스위트홈>에서는 시한부인 길섭(김갑수)을 돌보는 간병인 박유리로 분했다. 2021년 <로스쿨> 전예슬 역을 지나 2022년 영화 <헌트>로 스크린에 데뷔한 고윤정은 극중 박평호(이정재)가 돌보고 있는 대석대학교의 학생 '조유정' 역을 맡아 제43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르며 충무로의 라이징 스타로도 도장을 찍었다. <환혼: 빛과 그림자>를 잘 마무리한 그녀의 다음 행보는 OTT인 디즈니플러스다. 강풀 만화를 원작으로 한 <무빙>에서 재생능력을 지닌 장희수 역으로 출연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라고. 

환혼: 빛과 그림자

연출 박준화, 배현진

출연 이재욱, 고윤정, 황민현, 유준상, 신승호, 오나라, 유인수, 아린, 도상우, 조재윤

방송 2022,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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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더 글로리>

<더 글로리> 신예은&정지소

송혜교와 김은숙 작가가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화제다. 드라마는 지독한 학교 폭력으로 자퇴한 후 오랜 시간 복수를 계획해온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김은숙표 대사와 자극적인 스토리가 드라마의 재미를 담당하지만, 그보다 몰입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배우들의 연기다. 주인공 문동은 역을 맡은 송혜교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보다 더 눈에 띄는 발견은 아역을 연기한 정지소, 신예은 두 배우의 팽팽한 시너지다. 문동은의 복수가 비로소 완성이 되고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납득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문동은과 가해자 박연진의 과거 서사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의 실태를 가감 없이 담은 회상 장면들을 통해 몰입도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문동은의 행위에 설득력을 부여하는데 성공했다. <에이틴>, <어서와> 등 다수의 작품들에서 순수하고 귀여운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선보였던 신예은은 전례 없던 악한 모습을 선보이며 완벽하게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그저 웃기만 했을 뿐인데도 오싹할 정도다. 그간 시청률 부진으로 고생해왔던 날들을 보상받는 듯 신예은의 재발견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어린 문동은을 연기한 정지소는 처연함이 가득한 큰 눈망울로 과몰입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정지소의 열연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에 눈물과 울분을 자아내게 만든 일등공신이나 다름없다. 그는 2012년 드라마 <메이퀸>에서 아역으로 데뷔해 2016년 드라마 <W>까지 주로 아역으로 활동해온 10년 차 배우다. 그러던 중 영화 <기생충> 박다혜 역으로 출연해 성인 연기자로서 발돋움하였으며, 이후 드라마 <방법>, <커튼콜> 등을 통해 주연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2022년엔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뛰어난 가창 실력을 선보이며 WSG 워너비 멤버로 발탁되는 등, 다재다능한 팔색조 면모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유망주 스타로 떠올랐다.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집 막내아들> 박지현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배우를 뽑으라면 송중기도 신현빈도 아닌 배우 박지현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최대 수혜자라 불리기도 하는 그녀는 한성일보의 장녀이자 순양 그룹의 장손 진성준(김남희)와 결혼한 순양가 맏며느리 모현민을 연기했다. 재벌가 맏며느리로서 우아하면서도 특유의 독기로 빚어진 꼿꼿함과 야망을 품은 인물로, 등장마다 송중기와 김남희 사이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주연이었던 신현빈 배우보다 더 주목받았다. 극중 모현민의 패션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는 박지현 배우가 직접 사비로 의상을 구입하고 소품을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한 노력의 결과라고. 

2017년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로 처음 연기를 시작한 박지현은 어느덧 데뷔한 지 7년 차 배우가 됐다. 2018년 공포영화 <곤지암>에서 지현 역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신입사관 구해령>, <유미의 세포들>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다. 2020년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선 바이올린 전공자 재벌 3세 이정경 역을 맡아 박은빈, 김민재와 호흡을 맞췄다.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재벌집 막내아들>을 지나 박지현의 다음 행보는 스크린이다. 사라진 약혼녀를 추적하며 충격적인 비밀을 마주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히든 페이스>를 통해 관객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재벌집 막내아들

연출 정대윤, 김상호

출연 송중기, 이성민, 신현빈, 조한철, 박지현, 김정난, 김영재, 김신록, 강길우, 김현, 김강훈, 티파니 영, 김정우, 윤제문, 서재희, 정혜영, 김도현, 박혁권, 김남희

방송 2022,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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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슈룹>
tvN <슈룹>

<슈룹> 문상민

올해의 신인으로 뽑히는 문상민은 <슈룹>에서 찾은 보석이다. 조선시대, 왕실의 왕세자 전쟁을 다룬 드라마 <슈룹>에서 문상민은 중전의 둘째 아들 성남대군 이강 역을 맡아 연기했다. 편안하게 귀에 감기는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와 순수한 눈망울, 190cm의 큰 키로 때론 무뚝뚝하게, 때론 다정한 모습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문상민은 2019년 웹드라마 <크리스마스가 싫은 네 가지 이유>로 데뷔해 <마침내 물들다>, <인어왕자: 더 비기닝> 등 웹드라마 주연으로 착실히 활동해온 케이스다. 넷플릭스 <마이 네임>에선 마약수사대 막내 형사 고건평 역을 맡아 훈훈한 비주얼로 눈도장을 찍기도. <슈룹>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다수의 매체들이 뽑은 2022년 슈퍼 루키 배우에 선정됐다. 앞날이 가장 기대되는 차기 대세 배우 중 한 명으로, 현재 확정된 차기작은 없으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웨이브 <약한영웅>
웨이브 <약한영웅 Class 1>

<약한영웅 Class 1> 박지훈

풋풋한 얼굴에 상큼한 미소로 "내 마음속에 저장"을 외치며 국민 프로듀서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박지훈이 연기 변신을 꾀하며 배우로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지난 11월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이다. 박지훈은 학급 내 모범생이자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살아가는 연시은 역으로 출연했다. 동창생의 괴롭힘과 부모의 무관심이라는 폭력에 노출된 소년의 무기력하고 우울한 얼굴에선 아이돌의 모습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드라마가 공개된 후, 온라인상에서 그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화제 되며 드라마가 입소문을 탔을 정도다. 

학원 액션물답게 액션까지 직접 소화한 그는 "모니터링을 하면서 계속 눈물이 났다"라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아이돌에서 솔로 가수로, 이제는 배우의 길을 함께 걷게 된 그의 행보에 수많은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박지훈의 다음 스텝은 스크린이 될 전망이다. 영화 <오드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엄마와 아들이 시련을 겪고 헤쳐나가는 이야기로, 박지훈은 아들 강기훈으로 분해 스크린 데뷔를 치룬다. 그 밖에도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후레자식> 캐스팅 제안을 받아 고려 중에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주종혁

드라마에 빌런이 빠지면 재미가 없는 법. 마냥 미워할 수 없지만 볼수록 얄미운 빌런 역으로 '국민 금쪽이', '국민 밉상' 별칭을 얻게 된 배우가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종혁이다. 법무법인 한바다 신입 변호사 권민우 역을 연기한 그는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우영우(박은빈)를 동료로서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며 시종일관 질투어린 모습을 보이고 계략을 펼치는 등 밉상 연기를 통해 '권모술수'로 불리기도 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자신의 입지를 위해 악행을 펼치기도 했지만, 우영우를 비롯한 주변의 동료들로 인해 점차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성장해나가는 캐릭터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 미묘한 경계 사이, 탁월한 연기를 선보인 주종혁은 2015년 단편 영화 <몽마>로 데뷔해 드라마 <D.P.>, <검은태양>, <유미의 세포들>, <해피니스> 등 다수의 작품들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주목받은 그는 차기작으로 장강명 작가가 집필한 동명 소설 원작 영화 <한국이 싫어서>에 캐스팅됐다. 주인공 재인의 절친한 친구 역을 맡아 배우 고아성과 호흡을 맞출 전망이다. 그 외에도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내달 4일 도쿄 시부야에선 데뷔 첫 일본 팬미팅을 개최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넷플릭스 <D.P.>, tvN <해피니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연출 유인식

출연 박은빈, 강태오, 강기영, 전배수, 백지원, 주현영, 하윤경, 주종혁, 임성재, 진경

방송 2022,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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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파친코>
애플TV+ <파친코>

<파친코> 김민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이어 다시 한번 전 세계에 K웨이브를 일으킨 애플TV+의 신작 <파친코>.일제강점기 부산에서 태어난 주인공 '선자'가 한국을 건너 일본과 미국을 가로지르며 겪은 일생을 통해 한국의 역사를 엮어낸 대서사시 드라마다. 무려 천억에 달하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된 만큼, 국내 유명 배우 이민호와 윤여정이 출연해 드라마를 탄탄하게 지탱했다. 

그러나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파친코>의 주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젊은 시절의 선자 역을 맡은 김민하 배우다. 겁도 없이 대형 드라마에 턱하니 도전장을 내민 김민하는 하얗고 말간 얼굴로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으며 한국의 지난했던 역사와 개인의 일생을 세밀하게 빚어내는데 성공, 라이징 스타로 급부상했다. 그 결과, 제32회 고담어워즈 신작시리즈부문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며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드라마 <파친코>는 공개 직후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아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 세계적인 호평과 인기에 힘입어 시즌 2 제작이 확정됐으며, 올 1월 캐나다에서 시즌 2 촬영을 시작한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