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영화 잡지 「엠파이어」가 지난 1월, '위대한 영화 100편'을 소개했다. 영화 줄 세우기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사람이더라도, 이번 순위는 꽤 재밌게 볼 수 있다. 「엠파이어」는 대대로 편집부에서만 영화를 선정하지 않고 독자들의 투표까지 포함해서 순위를 발표하기 때문. 그래서 관계자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순위와는 상당히 다르고, 올해 순위도 다른 매체의 순위와는 상당히 다르다. 순위에 오른 영화 100편을 먼저 보고, 이번 순위에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을 첨언한다. 

100. 저수지의 개들
99. 사랑의 블랙홀
98. 패딩턴 2
97. 아멜리에
96. 브로크백 마운틴
95. 도니 다코
94. 스콧 필그림
93.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92. 레옹
91. 로건

90. 터미네이터
8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88. 타이타닉
87. 엑소시스트
86. 블랙 팬서
85. 새벽의 황당한 저주
84.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83. 토르 라그나로크
82. 유주얼 서스펙트
81. 싸이코

80. L.A. 컨피덴셜
79. 이티
78. 화양연화
77.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76. 컨택트
75. 콰이어트 플레이스
74. 트레인스포팅
73. 멀홀랜드 드라이브
72. 이창
71. 업

70.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69.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68. 레이디버드
67. 사랑은 비를 타고
66.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65. 7인의 사무라이
64. 라라랜드
63. 겟 아웃
62. 아라비아의 로렌스
61. 판의 미로

60. 뜨거운 녀석들
59. 문라이트
58.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57. 블레이드 러너 2049
56. 소셜 네트워크
55. 택시 드라이버
54. 라이언 일병 구하기
53. 포레스트 검프
52. 폭풍 속으로
51. 위플래시

50. 현기증
4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48. 고스트 버스터즈
47. 똑바로 살아라
46. 쉰들러 리스트
45. 위대한 레보스키
44. 멋진 인생
43. 데어 윌 비 블러드
42. 12인의 성난 사람들
41. 양들의 침묵

40. 시민 케인
39. 글래디에이터
38. 석양의 무법자
37. 세븐
36. 이터널 선샤인
35. 샤이닝
34.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
33. 카사블랑카
32. 괴물(1982)
31. 인터스텔라

30. 히트
29. 지옥의 묵시록
28.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
27.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26. 다이 하드
25. 파이트 클럽
24. 터미네이터 2
23.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2. 어벤져스: 엔드게임
21. 에이리언

20. 매트릭스
19. 인셉션
18. 기생충
17. 에이리언 2
16. 블레이드 러너
15. 쥬라기 공원
14. 대부 2
13. 빽 투 더 퓨쳐
12.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11.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10. 좋은 친구들
9. 레이더스
8.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7. 펄프 픽션
6. 죠스
5. 쇼생크 탈출
4. 다크 나이트
3. 대부
2.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1.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최고의 삼부작 대결, 승자는…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호평받는 삼부작을 완성하는 건 힘들다. 영화 한 편 잘 만들기도 어려운데, 전작보다 뛰어나거나 적어도 동급인 속편을 만드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니까. 그렇지만 아주 드물게 삼부작이 '완성'된 경우도 있는데, 이번 순위에서 진검승부를 펼친 <스타워즈> 클래식 삼부작과 <반지의 제왕> 삼부작이다. <스타워즈> 삼부작은 SF(특히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반지의 제왕> 삼부작은 판타지에서 금자탑을 세웠다고 평가받는다. <스타워즈> 클래식 삼부작은 각각 11위·2위·77위를, <반지의 제왕> 삼부작은 1위·34위·27위를 차지했다. 용호상박의 싸움이었는데 전체 1등을 차지한 <반지의 제왕> 삼부작이 좀 더 기분 좋지 않을까.  「엠파이어」 발행지 영국은 <스타워즈>의 텃밭인데 <반지의 제왕> 원작자 J.R.R. 톨킨이 영국인이라 이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진 건가 싶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리브 타일러, 비고 모텐슨, 숀 애스틴, 케이트 블란쳇

개봉 2001.12.31. / 2021.03.1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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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감독 조지 루카스

출연 마크 해밀,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개봉 1978.06.01. / 1997.04.1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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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온도차 

<멀홀랜드 드라이브>(왼쪽), <시민 케인>

이번 순위에서 '평론가 선정'과 '독자 투표 포함' 선정의 차이가 확연히 볼 수 있다. 일단 최근 트렌드를 이끈 히어로 영화가 많은 것, 그리고 평론가 선정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이던 영화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는 것. 이런 '위대한 영화'를 선정하면 상위권에서 겨루던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시민 케인>이 각각 73위, 40위다. <시민 케인>이야 그나마 대중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영화라 40위라도 지킨 셈이고,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상징과 복잡한 구조로 전문가들마저 갸우뚱하는 영화로 대중픽은 아니니 73위도 선방일지도 모르겠다.

<폭풍 속으로>(왼쪽), <콰이어트 플레이스>

반면 일반적인 순위에서 볼 수 없는 영화들도 대거 등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52위의 <폭풍 속으로>. FBI의 위장 수사와 서퍼들의 익스트림 스포츠를 결합한 이 영화, 분명 당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고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인 건 맞지만 평소 이런 영화 리스트에서 볼 만큼 걸출한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목록에선 52위까지 오르면서 일종의 '이변'을 만들었다. 75위 <콰이어트 플레이스>도 분명 호평받고 흥행도 한 영화이긴 하나 '순위가 너무 높은데?' 소리를 듣고 있다. 98위 <패딩턴 2>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 영국의 대표 캐릭터, 영화의 완성도 때문인지 정상참작(?) 취급을 받았다.

<패딩턴 2>
폭풍 속으로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출연 키아누 리브스, 패트릭 스웨이지

개봉 199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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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영화의 역습, 그래도 원톱은

'어벤져스' 시리즈는 확실히 21세기 최고의 이벤트긴 하다.

앞서 말했듯 히어로 영화, 정확히는 마블 영화의 엄청난 물량공세가 돋보인다. <블랙 팬서>(86위), <토르: 라그나로크>(83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58위), <어벤져스: 엔드게임>(22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8위)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5편이 순위에 올랐다. '인피니티 사가'의 마침표를 찍는 2부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높은 순위는 '어벤져스'가 21세기 영화계의 초대형 이벤트이었구나 감탄하게 한다. 그럼 히어로 최종 승자는 마블인가? 그렇지 않다. 역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가 4위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호평받는 '히어로 영화 스테디셀러'다운 결과. 여기에 하나 더 눈여겨볼 히어로 영화는 70위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파이더맨의 평행우주를 다룬 이 애니메이션은 현재 5월에 속편을 개봉할 예정이다.

<다크 나이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다크 나이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개봉 2008.08.06. / 2020.07.01.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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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한국 영화

<기생충>

독자 투표가 포함된 목록이라 그런지 확실히 영어권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도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영화가 있으니 18위의 <기생충>이다. 2019년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2020년 아카데미까지, 당시 대중문화의 이슈를 독식하다시피 한 영화답게 일반 관객들의 시선을 많이 끌었다. 그 결과 완성도는 기본이고 많은 이들의 지목을 받아야 하는 이번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많은 영화들을 제치고 20위 안에 든 것만으로도 완성도, 인기 모두 입증했다. 

기생충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개봉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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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