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경수 (사진: 넷플릭스)

배우 류경수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15살이 되던 해 직접 영화사를 찾아간다. 영화사에 찾아가 당장 뭔가를 이룬 건 아니지만 그곳에서 들은 "너는 뭐가 돼도 되겠다"라는 말에 큰 힘을 얻었다고. 그는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산에 올라 발성 연습을 할 정도로 연기에 진심이었다. 그랬던 류경수는 결국 2022년 한 해 영화, 드라마를 포함해 무려 6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열일하는 배우로 등극하게 된다. 또한 2023년 (지난 1월 공개된) 영화 <정이>를 비롯해 5월 공개를 확정 지은 드라마 <구미호뎐 1938>으로 꾸준히 대중을 찾을 예정이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류경수는 배우 김현주와 더불어 연상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고 있다. 해당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건 그가 <지옥>과 <정이>에 연달아 출연했을 뿐 아니라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 <선산>에도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배우를 넘어 대세 배우로 발돋움한 그도 처음부터 빛을 발한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7년,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로 데뷔한 그가 얼굴을 알린 건 2019년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친일파 니시다 역을 연기하면서부터이다. 해당 작품이 공개된 이후 수많은 러브콜이 들어온 이유에 대해 그는 "예전에는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강점이라고 느껴진다. 내가 좀 심심하게 생겼다. 그래서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친구처럼 아주 일상적인 역할부터 강렬한 캐릭터까지 다양하게 맡을 수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정이

<정이>

지난 1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부산행>,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연상호 감독의 SF 장르 도전작이자 2022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배우 강수연의 유작이기에 많은 관심을 받은 <정이>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상위권에 안착했다. 높은 순위에 비해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작품이기도 하다.

<정이>는 지구가 급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되어 우주에 새로운 터전인 '쉘터'를 만들어 이주한 인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쉘터를 둘러싼 전쟁을 끝내고자 전설적인 용병인 윤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전설적인 용병 윤정이 역은 김현주가, 뇌 복제 및 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의 팀장이자 윤정이의 딸인 윤서현 역은 고 강수연이 맡았다. 또한 연합군의 승리를 위해 정이의 뇌 복제 실험을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하는 연구소 소장이자 미스터리한 인물 김상훈 역은 류경수가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정이>

류경수가 연기한 김상훈은 크로노이드 연구소 소장으로 웃기지도 않는 유머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고 호감보다는 비호감에 가까운 인물이다. 류경수는 김상훈이란 인물에 대해 “어려 보이는 겉모습에 비해 직책은 높기 때문에 더욱 신뢰 가지 않는 인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이를 표현하려고 우리가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 봤다. 뭐든지 과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그런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김상훈을 보면 '이 사람이 왜 이럴까’ 생각할 정도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이

감독 연상호

출연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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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인질>

2021년 개봉한 영화 <인질>은 서울 한복판에서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된다는 이야기의 액션 스릴러 작품이다. 실제 사건 '배우 오약보 납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의 원작은 유덕화 주연의 <세이빙 미스터 우>로 실화의 당사자 오약보가 영화 속에서 다른 인물로 출연해 관객들을 놀라게 만든 바 있다. 재밌는 건 <인질>에 출연한 대부분의 주연들(황정민을 제외하고)이 신인 배우였다는 점이다. 또 오디션 경쟁률이 1000 대 1이었을 정도로 치열했다고.

류경수는 납치범 중 한 명인 염동훈 역할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납치범 그룹의 2인자인 염동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혈질의 인물로 극 중 황정민을 구타하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어쩔 수 없이 황정민과 가장 많이 대면하는 인물을 연기해야 했던 그는 촬영 전날까지도 잠을 못 잘 정도로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황정민과 연기한 소감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많이 배웠다. 앞으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 촬영장에서 태도와 마음가짐을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들어줬다. 황정민 선배님이 촬영 중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반성도 했다. 선배님처럼 불 싸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며 존경심을 표했다. 

인질

감독 필감성

출연 황정민, 김재범, 이유미,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

개봉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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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불합리한 세상 속 절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박새로이(박서준)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류경수는 전직 조폭이었지만 박새로이의 신념과 소신에 반해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단밤'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최승권 역을 맡았다. 그는 거칠고 미래가 없던 과거의 모습과 제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현재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태원 클라쓰>

원작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깔을 어떻게 입힐지 고심했다는 류경수는 "웹툰에서는 드라마만큼 재밌는 모습이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코믹적인 요소를 더욱 잘 살리고자 했다. 헤어스타일도 처음에는 웹툰과 비슷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과 감독님이 굳이 원작 캐릭터에 갇힐 필요가 없다고 하시더라. 나와 어울리는 내가 만드는 최승권으로 가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서 스타일의 변화도 줬다"고 말했다. 

또한 류경수는 자신의 배우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이태원 클라쓰>에 대해서 "이 작품 덕분에 나를 많이 알릴 수 있었다.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해나가겠지만, 이 작품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해당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태원 클라쓰

연출 김성윤, 강민구

출연 박서준, 김다미, 유재명, 권나라, 김동희, 안보현, 이다윗, 이주영, 김혜은, 류경수, 유다미, 차미경, 크리스 라이언

방송 2020,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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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남녀의 사랑법

<도시남녀의 사랑법>

2020년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류경수의 멜로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앞서 강렬하고 서늘한 인물을 주로 연기했던 그가 이 작품에서만큼은 능청스럽지만 위트 있고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류경수가 연기한 강건은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지만, 단편집 하나 내지 못한 소설가이다. 그는 매일 절친이자 여사친 이은오(김지원)와 서린이(소주연)에게 휘둘리는 만만둥이(만만해서)이기도 하다. 류경수는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 친구를 살피는 세심한 배려와 묵묵한 듯 챙겨주는 따뜻함을 강건이라는 캐릭터에 잘 녹여내 대중들에게 '워너비 남사친'이라 불리며 많은 이목을 끌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김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