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양자역학 가족의 어드벤처
★★★
‘앤트맨’ 스캇 랭의 딸 캐시 랭도 수트를 입고 양자역학의 세계에 뛰어든다. 행크와 재닛, 스캇과 호프 그리고 캐시까지 3대에 걸친 ‘가족 어드벤처’인데, 미지의 세계에서 ‘캉’이라는 독재자와 만나 싸운다. 빌런이 조금 약한 면이 있지만, 시리즈 특유의 활기찬 톤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확률 폭풍’ 신처럼 흥미로운 컨셉의 비주얼도 기억에 남을 만한 스펙터클이다. 하지만 최근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마블 시리즈에 희망이 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멀티버스의 번복이 주는 피로감
★★☆
멀티버스 세계관이 등장한 이후 MCU 안에서 각각의 작품이 내걸었던 개성의 경계는 희미해졌다. 이 때문에 앤트맨이든, 토르든, 무슨 시리즈라 한들 이렇다 할 특색이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될 만하다. 개별 장면들의 재치와 국소적인 황홀경은 있지만 그것만으로 집중력을 붙들기에는 엔딩까지 가는 길이 짧지 않다. 영화 스스로가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에 비해 그 깊이와 무게가 와닿지 않는 빌런 역시 이후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역부족이다. 타노스가 튕겼던 손가락에 사라졌던 존재들은 진즉 다시 돌아왔고, 이전 상황들은 계속해서 뒤집힌다. 모든 것이 번복되는 멀티버스의 피로감은 아직 끝이 안 보인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스타워즈>의 그림자에 묻힌 <앤트맨>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페이즈 5의 문을 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이하 <앤트맨>)는 새로운 장의 시작이라기엔 너무도 익숙하다. 계속 반복되어온 MCU의 플롯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전 우주와 멀티버스에 악영향을 끼칠 빌런이 등장하고 어벤져스가 그 위기를 해결한다. 모든 게 끝난 줄만 알았던 그때 실은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떡밥으로 던지고 끝이 난다. 이 공식은 <앤트맨>에서도 되풀이되는데 문제는 이야기의 뼈대를 치장한 외형마저 <앤트맨>만의 것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앤트맨>이 그리는 양자의 세계는 우주와 다를 바 없고 그 모습마저 유구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많은 관객들이 <스타워즈> 시리즈를 떠올릴 테고, 그렇다면 <앤트맨>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은 무엇인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애증의 마블
★★☆
‘애정의 마블’에서 점점 ‘애증의 마블’이 돼 가는 듯하다. 세대교체라는 목표도, 어벤져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캐릭터 찾기도, 재미도, 만듦새도, 신선함도… 뭐 하나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막을 내린 페이즈4를 그나마 지탱하게 했던 건 1기 어벤져스들이 10년간 쌓은 추억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법. 이젠 진짜 뭔가를 보여줘야 해, 마블! 페이즈5의 문을 여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이 기대를 배반한다. 양자 영역을 적극 끌어안아 세계관 확장을 꾀하지만, 이것이 아기자기함으로 승부해 온 앤트맨 특유의 개성을 경감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양자 영역 세계 구현에 투입된 상상력도 별것 없다. <스타워즈>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에서 봐 온 그림인걸? 앤트맨 존재감을 누르면서까지 빌런 캉 소개에 힘을 쏟는데, 그마저도 신통찮다. 캉으로 타노스의 빈자리를 메꾸겠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시리즈 명맥도, 페이즈 5의 기대도 저버리고만
★★★
5년 만에 돌아온 <앤트맨> 3편은 규모를 키운 만큼 시리즈 고유의 개성을 한껏 펼치지 못한다. 마블 페이즈 5를 여는 중책 역할을 맡았지만, 익숙한 슈퍼히어로 패밀리 무비에 그치고 만다. 타노스를 능가하는 새로운 최강 빌런 ‘정복자 캉’을 소개하는 데 주력한 나머지 주객이 전도되고, 빌런의 활약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시리즈의 핵심인 양자 영역 세계를 기시감 넘치는 비주얼로 구현한 실책은 큰 마이너스다. ‘앤트맨’만이 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이 있지만, 작품 개별의 완성도를 높이지 못하고 여전히 다음을 예고하는 데 치중하는 현 마블 작품의 한계를 돌파하기엔 역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