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육체와 영혼
★★★☆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방 하나에서 이뤄지지만, 단조롭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원작 희곡의 힘과 배우들의 빈틈없는 앙상블 덕분이다. 특수분장으로 272킬로그램의 거구가 된 브렌든 프레이저의 연기를 주로 언급하지만, 간호사 리즈 역의 홍 차우나 딸로 나오는 세이디 싱크 그리고 전도사 토머스 역의 타이 심킨스 등이 프레이저와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가 관객을 집중시킨다. 서사를 통해 상처와 구원과 연민과 고통 등 인간의 원초적 감정들을 뭉클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인간, 서로에게 형벌이자 절박한 희망인 존재
★★★☆
자기 앞의 벽을 넘을 수 없던 자가 지난 시간들에 화해를 청하며 생의 구원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믿음, 귀 기울임, 용서, 사랑이 발휘하는 기적에 가까운 힘이 스스로 일어설 수조차 없던 이를 추동한다. 인간은 서로에게 끔찍한 형벌이지만, 동시에 절박하리만치의 희망이기도 하다. <더 레슬러>로 미키 루크의 배우 인생을 복원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이번엔 한동안 구겨져있던 브렌든 프레이저의 커리어를 새롭게 조각해낸다. 배우의 연기가 그 믿음을 향한 절실한 응답이라는 점에서, 영화 안팎으로 구원의 서사가 보다 폭넓게 완성되는 측면이 있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인간은 인간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
찰리에게 폭식은 스스로에게 내리는 형벌이고 272kg의 몸은 그의 생애 마지막 전쟁터다. 산 채로 자신의 몸에 갇혀 죽어가는 그에게 구원은 가능할까. 그를 돕거나 이용하려는 주변 인물들 역시 하나같이 자신만의 전쟁 중이다. 그들은 서로를 외면할 수 없고 구원은 그것을 믿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인간이 인간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아로노프스키식 복음. 브렌든 프레이저가 일생에 단 한 번 보여줄 수 있는 엄청난 연기로 냉소주의자마저 구원을 믿게 만든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브렌든 프레이저의 도약
★★★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배우 심폐 소생사’인가. <더 레슬러>에서 미키 루크의 다사다난한 과거사를 캐릭터로 녹여내며 배우에게 새로운 경력을 선사했던 그가, <더 웨일>에선 <미이라> 시리즈 이후 부침을 겪던 브렌든 프레이저에게 도약의 발판을 깔아준다. 물론 연출이 기대한 것 이상의 퍼포먼스로 관객의 마음을 연 건 배우 개인의 힘이다. <더 웨일>에서 진짜 묵직하게 다가오는 건 무거운 보철 의상을 한 배우의 외형이 아니라, 그의 감정 연기다. 딱히 호오(好惡)가 없을 것 같은 브렌든 프레이저의 연기력 외에 연출 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 같다. 구원과 부성애를 엔진으로 달리지만, 의뭉스럽고 이중적인 캐릭터들의 면모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밀어내는 요소로 작용할 여지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