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위로의 여정
★★★★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소박한 애니메이션의 감성으로 시작하지만 스즈메가 문 앞에 서면서 예상치 못했던 여정이 펼쳐진다. 초자연적 재난 영화의 장르 요소 속에서, 결국은 주인공 스즈메의 트라우마와 사랑과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대한 스펙터클부터 내면의 풍경까지, 다양한 비주얼 요소가 결합된 작품.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뭔가 한바탕 휘몰아친 듯한 감정의 울림이 쉽게 휘발되지 않고 마음속에 남는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결기마저 느껴지는 어떤 애도의 방식
★★★★
<스즈메의 문단속>의 스펙터클은 재난이 일어나는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막으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재난을 도구화하지 않고, 사려 깊은 기억의 영역 안에 끌어다 놓으려는 좋은 안간힘이 느껴지는 영화다. <너의 이름은.>(2017)으로부터 이어지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애도에 결코 유효기간이란 없으며, 폐허가 된 모든 시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일상을 잊지 않으려는 결기와도 같은 태도로 빚어진다. 손끝에서 정성껏 피어난 작화는 그렇게 “잘 다녀와"라는 말에 “다녀왔습니다"라고 화답하고 싶었을 모든 이들 앞에 선 문이 되기를 자처한다. 삶의 연속성 안에서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모든 시간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들을 위무하는 영화적 힘.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상실을 딛고 나아가기
★★★★
신카이 마코토가 애도하는 방법. <너의 아름은.>이 비극으로 사라진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려는 안간힘을 통해 집단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려 했다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폐허가 된 ‘공간’을 살다 간 사람들을 스즈메 의식을 통해 스크린에 호출함으로써 망각되어 간 이들을 위로한다. 결핍된 상태에 적응하며 마지막까지 세 발로 달리는 의자를 통해 ‘상처를 덮고 잊는 것’이 아니라 ‘상실을 딛고 나아가야 함’을 드러낸 점이 의미심장하다. 회수되지 못한 수많은 “다녀오겠습니다”를 스크린에서 마주한 후, 누군가에게 던지는 인사말 하나에 힘이 실린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일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문패 
★★★★☆
<너의 이름은.>(2017)부터 재난이라는 주제를 다뤄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연출이 정점에 올랐다. 오프닝 타이틀이 뜨기 전에 이미 완벽한 짜임새를 보여주며 시선을 장악한다. 초반엔 속도감 있게 전진하다가 중반부터는 완급을 조절하며 대단원을 향한다. 일본 판타지 모험 애니메이션 명작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동시에 매번 일취월장하는 작화와 음악, 극에 달한 서정적 감성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와 다른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를 공고히 한다. 무엇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간절한 목소리(메시지)가 응어리진 마음의 문을 열고 위로한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고민하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거장의 자세다.   

스즈메의 문단속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후카츠 에리

개봉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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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제인
감독 필리스 나지
출연 엘리자베스 뱅크스, 시고니 위버, 크리스 메시나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육체의 권리 투쟁
★★★
1968년 미국 사회에서 정당한 낙태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며 여성들을 도왔던 ‘더 제인스’(The Janes)에 대한 실화 영화. 엘리자베스 뱅크스의 느슨하면서도 능숙한 연기와 시고니 위버의 단호하면서도 힘 있는 카리스마가 잘 조화를 이룬다. 다루고 있는 소재가 지닌 무게와 절박함에 비해, 이야기의 톤은 의외로 담담한데, 그런 전략이 오히려 영화의 테마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아직도 제인이 필요한 세상에서
★★★
여성의 낙태권 보장을 뒤엎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2022년 판결로 인해,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 된 영화. 여성의 자기 신체에 관한 결정권이 보장되기까지 1만 2000여 명의 여성들이 안전하게 임신 중절 시술을 받도록 도운 단체 ‘제인스’(The Jane Collective)가 모티브다. 여성연대라는 유의미한 주제와 시의적절하게 당도한 질문에 비해, 인물들 개성이 다소 평평하고 갈등이 어물쩍 해결되는 면이 없지 않은 건 아쉽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여성들이여, 연대하고 행동하라 
★★★
두 여성의 사랑을 그린 <캐롤>(2016) 각본가 필리스 나지 감독의 신작. 이번엔 196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임신중단을 택한 여성 1만 2천 명을 도운 여성 단체 ‘제인스’의 실화를 다뤘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주부로 살아가던 한 여성이 제인스를 만나면서 자기 결정권과 자기 주체성을 찾는 과정을 통쾌하게 그린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여성들, 엄마에서 딸로 이어지는 여성 연대의 역사가 지금 시대의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콜 제인

감독 필리스 나지

출연 엘리자베스 뱅크스, 시고니 위버, 크리스 메시나, 케이트 마라

개봉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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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칸
감독 유호 쿠오스마넨
출연 세이디 하를라, 유리 보리소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여행한다면 이들처럼
★★★☆
기차에서 우연히 만남 남녀 사이에 싹 트는 로맨스는 진부한 소재지만, 러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풍경은 <6번 칸>만의 영화적 공기를 만들어낸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는 감정적 디테일로 담아낸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연출력을 일단 칭찬해야 할 듯(작년에 개봉한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2016)도 수작이었다). 특유의 생생한 화면이 <6번칸>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나와 당신의 일부가 닿을 때
★★★☆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2등석 6번칸 객실에서 만난 라우라(세이디 하를라) 료하(유리 보리소프). 료하는 라우라에게 무례하고, 라우라는 료하가 불편하다. 암각화를 보러 가는 핀란드 유학생과 일을 하러 가는 광산 노동자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료하는 암각화를 제대로 발음하지도 못하고, 문학교수인 연인과 함께 사는 라우라는 료하 같은 사람을 처음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없이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료하는 라우라의 외로움을 알아 보고, 라우라는 료하의 따뜻한 속내를 발견한다. 국적과 성별, 계급, 문화적 배경까지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이 서로의 일부와 닿는 순간이 묘한 위안이 된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마음의 벽을 허무는 여정 
★★★★
보고 난 후에 점점 더 좋아지는 영화가 있다. <6번 칸>이 그렇다. 기차 여행에서 만난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명작 <비포 선라이즈>의 러시아 버전 정도인가 싶겠지만, 보다 심도 있는 캐릭터 조형과 조밀한 서사로 시공간과 인물의 감정을 감각하게 만든다. 1998년 경제 위기 시절 러시아의 공기, 밀폐된 침대칸에서 만난 타인에 대한 경계심, 타국을 여행하는 이방인의 외로움,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가 층층이 쌓이고 그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온정이 현실의 시름까지 녹여버린다. 

6번 칸

감독 유호 쿠오스마넨

출연 유리 보리소프, 세이디 하를라

개봉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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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루퍼트 그린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재난의 묵시록
★★★
외딴 집에 낯선 자들이 침입한다는, 할리우드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스릴러 장르의 관습에 성서의 묵시록적인 모티브가 결합되었다. 그러나 영화는 세상의 심판보다는 현재 인류가 맞닥트리고 있는 집단적 비극의 상황에 더 관심 있으며, 뉴스 화면을 통해 쓰나미와 팬데믹과 지진과 비행기 추락 같은 재난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서사의 구성이나 공간의 활용 등에서 매우 경제적이며 데이브 바티스타를 비롯해 아역 배우까지 연기의 앙상블이 좋은 영화. 낯선 요소들을 결합한 방식은 나름 신선했지만, 그런 조합을 통한 지향점은 다소 모호한 구석이 있다.

똑똑똑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루퍼트 그린트

개봉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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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어이가리
감독 이창열
출연 선동혁, 정아미, 김유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
30년을 함께한 부부가 안락한 노후를 보내려는 시기에 불청객이 찾아온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내의 증세는 점점 악화되고, 남편과 가족의 일상은 무너진다.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로 볼 수도 있고, 존엄한 돌봄과 죽음을 둘러싼 시스템 문제 등을 질문하는 영화로 읽을 수도 있다. 남편의 직업을 국악인으로 설정해 진도씻김굿, 전통 장례와 상여가 나오는 등 죽음을 한국적 정서로 다루면서 순수한 의도를 잃지 않는다. 

그대 어이가리

감독 이창열

출연 선동혁, 정아미, 김유미, 장태훈

개봉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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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디너
감독 옹 쿠오-신
출연 왕관일, 류아슬, 이국황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웰컴 투 싱가포르
★★★
싱가포르 가족 코미디. 광고 회사에서 만나 결혼을 앞둔 주인공 커플이 새해 가족 모임을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하는 광고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왁자지껄한 소동이 벌어진다. 상대에게 가족사를 숨기기 위해 가짜 가족을 동원하는 가족 코미디의 단골 소재에 싱가포르의 문화와 특색을 버무려 차별화를 꾀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전통 음식과 명소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리버 크루즈 등 싱가포르 관광을 겨냥한 다양한 즐길 거리가 여행 욕구를 자극한다. 

패밀리 디너

감독 옹 쿠오-신

출연 류아슬, 이국황, 왕관일, 상운

개봉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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