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간 미디어 콘텐츠의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국내에서 수출하는 판권 못지않게 해외 작품의 판권을 구입해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하는 방식의 작품 제작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뛰어난 작품성과 화제성에 힘입어 올해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혹은 리메이크 예정인 아시아 작품 5개를 선정해 봤다. 유심히 본 원작이 있다면 조심스레 기대작 리스트에 올려놔도 좋겠다.


중국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 
→ 한국 <소울메이트>(2023)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칠월’이라는 작가명으로 집필된 한 편의 웹 소설. 영화는 웹 소설의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듯 작가 ‘칠월’의 과거를 회상한다. 불안정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13살 소녀 안생(주동우)은 자신과는 다른 칠월(마사순)과 가까워지고, 둘은 일상을 공유하며 둘도 없는 단짝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그렇게 4년이 흘러 17살이 된 두 사람. 영원히 견고할 것만 같았던 안생과 칠월의 세계는 두 사람이 다른 학교에 진학하게 되며 조금씩 허물어져 간다.

영혼까지 통한다는 ‘소울메이트’였던 안생과 칠월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중국 영화로서는 드물게도 퀴어 코드를 어렴풋이 찾아볼 수 있는 두 여자의 우정 드라마다. 가명(이정빈)을 사랑했던 칠월, 그와 같은 마음이었지만 가명과 칠월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던 안생. 찬란했던 두 사람의 유년 시절은 시간을 타고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안생과 칠월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연기해낸 주동우와 마사순은 대만 금마장 영화제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하며 진귀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소울메이트>

영화 <소울메이트>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한국판 리메이크 작이다. <마녀>, <이태원 클라쓰>로 데뷔작부터 연기파배우로 떡잎을 보였던 김다미와 드라마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로 주목받았던 배우 전소니가 미소와 하은을 연기하며 안생과 칠월의 이야기를 새로운 목소리로 전한다. 청량감이 물씬 느껴지는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하며, 뛰어난 영상미는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히 아름답다. 원작은 두 사람의 감정이 농도 짙게 녹아있는 한편, <소울메이트>는 찬란한 청춘에 초점을 맞춰 무게감은 덜고 다른 결의 거센 여운을 남긴다. 

<소울메이트>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감독 증국상

출연 주동우, 마사순, 이정빈

개봉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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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

감독 민용근

출연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개봉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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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2018)
→ 한국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2023)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다. 높은 의존도로 잠시라도 손에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이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일상 중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만큼, 개인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이 저장되어 있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스마트폰이 타인의 손에, 그것도 연쇄 살인범의 손에 들어간다면? 2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스마트폰 분실에서 비롯된 일상의 파괴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회사원 나미(천우희)가 분신과도 같았던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게 되고, 스마트폰을 주은 준영(임시완)이 나미의 폰에 악성 스파이웨어를 심은 뒤 돌려주며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일본)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일본)

영화는 동명의 일본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리메이크 작이다(일본 영화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분실된 스마트폰을 이용해 캐낸 사생활 정보로 주인공 아사미(키타가와 케이코)의 일상이 천천히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큰 줄기는 유사하지만, 남자친구의 폰을 통해 사생활이 유출된다는 점부터 결말까지 디테일한 면에서 차별점을 뒀다. 현실적인 소재로 신선한 시도를 꾀했다는 점은 호평받았으나, 배우들의 연기력과 개연성에서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편. 한국판은 일본판의 아쉬웠던 부분들을 더 세밀하게 보완해 채웠다. 무엇보다 <비상선언>에 이어 광기 어린 눈의 빌런을 연기한 임시완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감독 나카다 히데오

출연 치바 유다이, 키타가와 케이코, 다나카 케이, 나리타 료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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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감독 김태준

출연 천우희, 임시완, 김희원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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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상견니>(2019)
→ 한국 <너의 시간 속으로>(2023)

<상견니>
<상견니>

우연히 노래를 듣다 과거에서 눈을 뜬 황위쉬안(가가연). 자신이 황위쉬안이 아닌 천윈루라 불리는 것에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2년 전 비행기 사고로 죽은 남자친구 왕취안성(허광한)을 닮은 리쯔웨이의 등장에 눈물을 흘린다. 1998년, 17살의 천윈루의 몸으로 눈을 뜬 황위쉬안은 노래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오고 가며 시간의 연결 고리에 가까워진다. ‘라스트 댄스’ 등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OST와 탄탄한 스토리로 대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한 메가 히트작 드라마 <상견니>. 화제성에 힘입어 동명의 영화 <상견니>로 재탄생하며 허광한, 가가연, 시백우 세 주연 배우들이 최근 내한하는 등 누적관객 수 35만을 돌파해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너의 시간 속으로>

국내에서의 인기만큼 리메이크도 일찍이 확정된 상황. 앤피오엔터테인먼트와 리안컨텐츠가 2021년 드라마 판권을 계약하면서 한국판 제작이 추진됐다. 영화판 리메이크가 아닌 드라마판 리메이크로, 공개된 제목명은 <너의 시간 속으로>이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돌아가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을 만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타임슬립 로맨스가 될 예정. <죄 많은 소녀>, <빈센조>로 매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 온 전여빈이 주인공 한준희 역을, <낭만닥터 김사부2>, <사내 맞선> 안효섭이 준희의 남자친구 구연준/남시헌(1998년) 역을 맡았다. 최근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대세 배우로 떠오른 강훈이 원작 모쥔제 역할의 정인규 역을 소화한다. 오는 3분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상견니

연출 황천인

출연 가가연, 허광한, 시백우, 안육린

방송 2019, 대만 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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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말할 수 없는 비밀>(2008)
→ 한국 <말할 수 없는 비밀>(2023 예정)

<말할 수 없는 비밀>
<말할 수 없는 비밀>

<나의 소녀시대> 이전, 대만 로맨스 영화계에 붐을 일으켰던 <말할 수 없는 비밀>. 국내에서도 피아노 배틀 장면이 화제를 불러오면서 많은 대중들이 알고 있는 대만 영화로 손꼽히기도 한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한 소년이 우연히 옛 음악실에서 신비스러운 연주를 하고 있던 소녀를 만나게 되며 둘 사이 싹트는 애틋한 마음을 그린 로맨스 판타지물이다. 연출, 연주, 연기 다재다능한 대만 최고의 스타 주걸륜이 연출 및 주인공 상륜 역을 연기한 히트작으로, 비밀을 안고 있는 신비스러운 여자 주인공 샤오위 역을 맡은 계륜미는 이 영화를 통해 대만의 청춘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

감미로우면서도 뛰어난 연주 실력이 겸비된 사운드트랙과 배우들의 호연, 비밀이 드러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까지 웰메이드 영화로 손색이 없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리메이크가 추진됐으나 한동안 제작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21년 제작 확정과 함께 주연 배우로 도경수와 원진아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본격적으로 촬영에 돌입, 2022년 크랭크업까지 무사히 마쳤다. 소소하게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배경이 고등학교가 아닌 음악 대학이라는 점이 있겠다. 도경수와 원진아 외에도 <더 글로리>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신예은이 캐스팅돼 스크린에 데뷔한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하며 <내일의 기억>으로 연출 데뷔를 한 서유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말할 수 없는 비밀

감독 주걸륜

출연 주걸륜, 계륜미, 황추생, 증개현

개봉 2008.01.10. / 2015.05.07.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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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

감독 서유민

출연 원진아, 도경수, 신예은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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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백엔의 사랑>
→ 한국 <백엔의 사랑>(미정)

<백엔의 사랑>
<백엔의 사랑>

더 각박해지는 현실 속, 계속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N포 세대' 청년들의 문제는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밀접하게 닿아있는 일본 역시 마찬가지. <백엔의 사랑>은 서른두 살의 주인공 이치코를 통해 'N포세대'를 현실과 이상향을 위한 노력을 담아내어 호평받은 일본 영화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여동생과 싸우고 홧김에 독립을 선언한 이치코(안도 사쿠라)는 단골이었던 백엔샵에서 심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홀로 선 그녀의 독립은 하루도 평안하게 지나갈 날이 없고,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꼬이던 중 난생처음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게 된다. 몰래 지켜보던 복싱장의 남자, 카노(아라이 히로우미)와 가까워지게 된 이치코는 여러 사건을 통해 프로 복서에 도전하게 되는데. 포기만 해왔던 그녀의 삶에 한 방의 펀치를 날릴 수 있을까?

<백엔의 사랑>

고된 노력 끝에 반짝이는 청춘들의 이야기, 노력 끝에 성공을 쟁취하고야 마는 아름다운 동화 속 이야기는 <백엔의 사랑>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실패에도 고꾸라지지 않고 한발 내딛는 법을 알려줄 뿐이다. 때론 찬란하게 반짝이는 보석보다 거친 조약돌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오래 남는 법. 캐릭터를 위해 체중 조절 및 혹독한 복싱 훈련을 해낸 안도 사쿠라의 열연이 놀랍다. 제16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 등 일본 유수 영화제에서 각본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으며 제19회 국내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도 최우수아시아영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오는 1월, 한국판 리메이크가 확정됐으며, 앞서 소개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제작한 영화사 미지가 리메이크를 맡았다. <어른도감> 김인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원작의 울림을 전하면서도 디테일한 볼거리로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낼 것이라고. 어떤 배우가 한국 청년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연기해냄과 동시에 안도 사쿠라의 열연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캐스팅에 관계자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백엔의 사랑

감독 타케 마사하루

출연 안도 사쿠라

개봉 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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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