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염혜란 (사진: 엘르)

<더 글로리> 시즌 2가 지난 3월 10일 공개된 후 약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종횡무진 관심에 자연스럽게 <더 글로리>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인기도 나날이 급상승하고 있다.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와 어린 시절을 연기한 정지소, 신예은까지.

이 쟁쟁한 라인업 중 김은숙 작가가 첫 번째로 캐스팅을 마음먹은 이는 바로 강현남 역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이다. 김은숙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강현남은 염혜란을 염두에 두고 쓴 인물”이라며 “마음속 첫 번째 캐스팅이었다”고 말해 해당 캐릭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밝힌 바 있다. 이쯤 되니 문동은이 강현남에게 보낸 ‘이모님 구합니다’라는 메시지는 김은숙 작가가 염혜란에게 보내는 러브콜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디어 마이 프렌즈>

배우 염혜란은 원래 무대에서 활동하는 연극배우였다. 그러다 2003년 염혜란의 연기를 본 한 영화감독이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 출연할 것을 제안한다. 염혜란은 그 제안을 승낙하며 처음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는 특별할 것 없이 느껴지겠지만, 염혜란에게 출연을 제안한 영화감독이 봉준호고 그 영화가 <살인의 추억>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아주 반짝거리는 스토리로 다가올 거다. (<살인의 추억>에서 단역 소현 엄마 역을 맡은 염혜란을 봉준호 감독이 아주 살갑게 챙겨줬다는 후문이다)

염혜란이 드라마계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계기도 이와 비슷하다. 2016년 방영한 <디어 마이 프렌즈>가 그의 첫 드라마 작품이었는데, 이 역시 2015년에 연극 <잘자요 엄마>를 본 노희경 작가가 먼저 출연을 제안한 거다. 염혜란은 <디어 마이 프렌즈>를 시작으로 <도깨비>, <슬기로운 감빵생활>, <라이브>, <라이프>, <동백꽃 필 무렵>, <경이로운 소문> 등 다양한 드라마 작품에 출연하며 아주 다채로운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더 글로리(2022~2023)

<더 글로리>

<더 글로리> 속 강현남은 문동은(송혜교)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인 동시에 또 다른 폭력의 피해자다. 가정폭력범인 남편으로부터 자식을 보호하고 본인 역시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동은과 손을 잡고 연대하는 인물이며 늘 무표정한 문동은을 가장 활짝 웃게 만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힘든 현실에도 명랑함 잃지 않는 강현남을 세밀하게 표현해낸 염혜란의 연기력 덕에 작품을 본 모든 이들이 ‘어디서든 행복만 하세요 이모님’라는 소망을 품을 정도.

염혜란은 강현남이란 인물에 대해 “어두움보다는 행복했던 시절과 명랑함을 타고난 이 여자의 밝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현남이는 파트 2에서 엄청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기 시작한다. 성장기처럼 엄청난 변화를 겪어낸 이 여자가 이 이후에 어디를 향해 갈까, 인물의 이전보다는 그 이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던 캐릭터”라고 말하며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도깨비(2016)

<도깨비>

많은 이들이 '인생작'으로 꼽는 드라마 <도깨비>는 아마 염혜란에게도 (다른 의미의) 인생작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싶다.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지만, 대중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작품이기 때문. 염혜란이 연기한 주인공 지은탁(김고은)의 이모 지연숙은 지은탁의 엄마 지연희가 남긴 보험금을 노리는 악덕한 인물이다. 어린 조카에게 청소와 요리를 시키는 것은 기본, 온갖 잡일을 시키며 괴롭히는 악역으로 등장한다. 적은 분량인데도 등장할 때마다 보는 사람 분통 터트리게 만든 염혜란은 찰진 악덕 연기를 보여줘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도깨비>

한편, 염혜란은 "<도깨비>에 출연하게 된 건 행운이었다"는 감회를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영화 <장수상회>에 잠깐 나왔는데, 감독님이 그 모습을 재밌게 봤다고 하셨다”며 “저더러 본인은 진지하게 화를 내는데, 보는 사람은 재미있게끔 만드는 소질이 있다고 하더라. 감독님과의 미팅 때도 뭔가를 시켜보실 줄 알았는데 얼굴만 보셨다. 그 당시 소속사도 없었다. 이모 역이 비중이 크진 않아도 인상 깊은 캐릭터라서 많은 배우들이 욕심냈을 것 같은데 내가 하게 돼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고 <도깨비>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상세하게 설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도깨비

연출 이응복

출연 공유,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 육성재, 이엘, 김성겸, 박희본, 황석정

방송 2016,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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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2019)

<동백꽃 필 무렵>

2019년 방영한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염혜란은 이혼 전문 변호사 홍자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홍자영은 동네에서 가장 고학력이며 똑똑하고 도도한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얼마나 똑 부러지는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동네 사람들이 그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 염혜란은 카리스마와 인간미 사이의 간극을 아주 여유롭게 오가며 홍자영이라는 캐릭터를 더 매력적이고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동백꽃 필 무렵>

염혜란은 자신이 연기한 인물에 대해 “홍자영은 진짜 여자가 봐도 멋있는 여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작품이 홍자영의 성장기라고 본다”며 “홍자영은 규태처럼 투명하게 살지 못해 모든 게 깐깐한 사람이다. 자존심 지켜내느라 솔직하게 감정을 전하지도 못해 고독하고 외롭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도 될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동백꽃 필 무렵>에 대해서는 "'처음'이란 단어를 많이 선물해준 작품”이라며 “처음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해보고, 대본 리딩 현장이 그렇게 생명력 넘치는 걸 처음 봤다. 첫 경험을 많이 해준 드라마라서 감사하다"고 작품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동백꽃 필 무렵

연출 차영훈

출연 공효진, 강하늘, 김지석, 오정세, 염혜란, 지이수, 손담비, 이상이, 고두심, 전배수, 김선영, 김미화, 이선희, 이규성, 이재우, 박연우, 김모아, 김강훈

방송 2019,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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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2020~2021)

<경이로운 소문>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통쾌하고 땀내 나는 악귀 타파 히어로물 드라마다. 해당 작품에서 염혜란은 카운터 유일의 치유 능력자이자 국수집의 주방장인 추매옥 역을 맡아 연기했다. 추매옥은 가모탁(유준상)과 함께 '카운터'의 첫 멤버이며 싸움 능력은 다른 멤버에 비해 높지 않으나 항상 그들을 격려하고 다독이며 매 순간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경이로운 소문>이 많은 인기를 얻은 만큼 염혜란 또한 해당 작품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여타 다른 작품과 달리 10대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이에 대해 염혜란은 "주위 부모님들이 사인 요청을 하고 있다. 아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나를 사랑해주는 대중의 연령대 폭이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한편, 올해 <경이로운 소문> 시즌 2가 방영될 예정인데. 시즌 1에 이어 원년멤버인 조병규, 유준상, 김세정, 염혜란이 그대로 출연하며 새로운 얼굴로 진선규, 강기영, 김히어라 등이 합류한다.

경이로운 소문

연출 유선동

출연 조병규, 유준상, 김세정, 염혜란, 안석환, 이홍내, 최윤영, 이찬형, 문숙, 이지원, 김소라, 정원창, 손여은, 전진오, 김승훈, 김정진, 김은수, 이도엽, 옥자연

방송 2020,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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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