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이연이 전도연 아역으로 출연했을 때, 그의 정보를 검색한 많은 이들이 <소년심판> 백성우 역을 연기한 배우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두 인물은 너무 다른 이미지로 보이기에 같은 배우일 거라고 상상조차 못 한 것. 이와 같은 일은 이연에게 한두 번 일어나는 해프닝이 아니다. 매 작품 신기하리만치 휙휙 바뀌는 얼굴로 대중 앞에 나타나는 그이기에, 사람들은 볼 때마다 '저 배우가 그 배우 맞아?'라며 놀라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다양한 역을 소화하는 게 일인 배우에게 이보다 더 큰 칭찬이 있을까 싶은데.
심지어 이연은 영화 <길복순>을 촬영하던 중 그가 존경하는 선배 배우 전도연에게 “연기 천재”라는 극찬을 들을 정도로 연기력도 탄탄한 능력캐다. <길복순>에서 쌓은 인연으로 전도연은 이연에게 <일타 스캔들>에 자신의 아역으로 출연해 달라고 러브콜을 보냈다(시기상 <일타 스캔들>이 먼저 방영됐지만 촬영은 <길복순>이 먼저였다). 이연이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22년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촉법소년 백성우를 연기하면서였다. 만 13세의 빡빡머리 촉법소년을 연기한 배우가 사실 28살 된 여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한차례 큰 화제가 된 바 있는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이연은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 <일타 스캔들>, <방과 후 전쟁활동>과 영화 <길복순>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길복순
<길복순>은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로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뽐낸 변성현 감독의 신작으로 캐스팅 당시부터 꾸준히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우선 데뷔 이래 액션 작품에 출연한 적 없었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배우 전도연이 킬러이자 싱글맘인 길복순 역을, 변성현 감독과 여러 번 호흡을 맞춘 배우 설경구가 청부 살인 업체 대표 차민규 역을 맡았단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 이에 더해 영화가 공개되기 한 달 전인 2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초청받으며 <길복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길복순>은 청부 살인 업계에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마지막 작전에서 규칙을 어기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액션 영화로 넷플릭스에서 3월 10일 공개됐다.
이연은 <길복순>에서 김복순이 소속된 살인 청부 업체의 '연습생' 김영지 역을 맡아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영지는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을 우상으로 모시는데, 본인도 많은 연습생 중 차기 에이스로 평가받는 실력자다. 길복순이 규칙을 어길 때 그의 편을 들었단 이유로 회사에서 내쳐졌는데도 끝까지 길복순의 편에 서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연과 전도연의 대련신은 <길복순>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데, 고난도 액션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이연은 밤낮으로 연습에 매진했다고. 이러한 노력 끝에 이연은 오는 4월 28일 열리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조연상 여자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 길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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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변성현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
개봉 미개봉
방과 후 전쟁활동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방과 후 전쟁활동>은 하늘을 뒤덮은 괴생명체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입시 전쟁이 아닌 진짜 전쟁을 시작한 고3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수능을 50일 앞두고 미확인 구체의 침공으로 하루아침에 학생이 아닌 군인으로 수업 대신 훈련을 받는 10대들의 살아남기 위한 전쟁이 펼쳐진다. 이연은 숫기도 없고 행동도 느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의외로 강단 있는 3-2반의 느림보 노애설 역을 맡았다. 노애설은 그간 이연이 맡은 강한 에너지를 표현해야 했던 캐릭터들과는 180도 다른 인물이다. 노애설은 극 중 학우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인물이지만 빌런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선함을 가지고 있다. 민폐를 끼치지만 끝내 시청자들에게 응원을 끌어내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이연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 인물을 밀도 있게 그려내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연은 한 인터뷰에서 노애설이란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밝혔는데. 그는 “상처받지 않은 척 연기하는 인물은 많지만 애설이는 정말 상처받지 않는 친구다. 상처가 많이 누적돼 웬만한 상처에는 통달했다. 상처 주는 사람의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내게 하는 모진 말이 내가 미워서가 아닌, 순간적으로 분풀이할 대상이 필요해 내뱉는 말이라는 걸 아는 친구다. 웬만한 말에는 상처받지 않고 남에게 상처를 주지도 않는다. 날선 말에 상처받기보다 그 속에 담긴 의도를 볼 줄 아는 성숙한 아이다. 온유한 애설이로부터 인내하는 마음을 배웠다. 그래서 애설이를 정말 잘 연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지금껏 이연이 연기한 캐릭터는 대부분이 10대인데, 이연은 “10대가 아닌 본인이 연기해야 하는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항상 10대를 관찰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그는 “10대 아이를 둔 선배들에게 직접 자문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연기 동아리를 지도하는 배우들에게 요즘 10대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 인스타그램 릴스도 많이 본다”고 밝혔다.
소년심판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리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이 작품은 단순 소년범을 처벌하는 과정만을 그리지 않는다.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배경과 그것을 다루는 사회적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각기 신념이 다른 판사들을 통해 보여준다. 이연은 <소년심판>의 1, 2회의 에피소드에서 만 13세인 중학생 백성우 역할로 출연, 김혜수와 마주해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소년심판> 오디션 당시, 이미 이연은 머리를 빡빡 민 상태였다고. 독립영화 <절해고도>(2021, 감독 김미영) 촬영을 위해 삭발을 한 그는 그 상태 그대로 오디션을 보러 갔고 그 모습을 본 감독은 이연에게 백성우 역할을 제안하게 된 거다. <소년심판> 통해 이연을 처음 만난 배우 김혜수는 “이연 배우는 연기 경험이 거의 없고 아주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우를 아주 강렬하게 표현해 줘서 사실 놀랐다. 의상 피팅하며 이연 배우를 처음 봤는데 보는 순간 심장이 떨렸다. 정말 백성우 같았다”며 “성별이나 나이를 뛰어넘을 정도의 에너지나 저력이 있는 배우다. 그런 배우를 작품에서 만나고 저희 작품으로 소개할 수 있게 돼서 좋았다”는 말로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김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