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파스칼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배우 중 한 명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HBO 시리즈 <왕좌의 게임>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올해 <만달로리안> 시즌 3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두 개의 드라마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는 그의 인기는 하루아침에 반짝 떠오른 것이 아니다.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이한 만큼 힘들게 버텨온 무명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육아 만렙이 된 핫 싱글 대디, 페드로 파스칼에 대한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페드로 파스칼의 유년 시절

정치적 망명으로 이민자가 된 어린 시절

페드로 파스칼은 1975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칠레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의 조카인 안드레스 파스칼 아옌데의 사촌으로, 상당히 명문 있는 가문이었다. 그러나 군부 독재자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독재에 반대하는 저항 단체에서 활동하였고 결국 페드로 파스칼이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베네수엘라 대사관으로 피신,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해야만 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페드로 파스칼은 OCSA(Orange County School of the Arts)에서 연기를 공부한 후 뉴욕 대학교의 티시 예술학과에 진학해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문 극장에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 LA와 뉴욕에서 활동했다.  


본명은 호세 페드로 발마세다 파스칼이다

페드로 파스칼의 본명은 '호세 페드로 발마세다 파스칼'(José Pedro Balmaceda Pascal)이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호세 페드로'에 친가 성인 '발마세다(Balmaceda)'와 모계 성 '파스칼(Pascal)'이 붙었다. 본래 발마세다라는 이름을 주로 썼으나 미국인들이 그의 성을 '발마세다'로 발음하는데 종종 어려워할뿐더러 1999년 어머니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후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활동명으로 '페드로 파스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굿 와이프>
<홈랜드>

오랜 무명 시절 끝에 <왕좌의 게임>으로 주목

1996년 <버닝 브릿지>라는 단편 영화로 데뷔한 페드로 파스칼은 1999년 드라마 <G vs E>(good vs evil)를 시작으로 <굿 와이프>, <성범죄수사대: SVU>, <홈랜드>, <멘탈리스트> 등 다수의 시즌 드라마에서 단역, 조연으로 출연했다. 종종 <햄릿>, <멕베스> 등 연극 무대에도 오르며 브라운관 안팎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나갔다. 하지만 약 2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크게 주목받은 캐릭터가 없어 무명에 가까운 배우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러던 2013년 6월 그의 배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순간이 찾아왔으니.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HBO 사의 대작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 캐스팅이 된 것. 

<왕좌의 게임> 시즌 4
<왕좌의 게임> 시즌 4

오디션 영상을 아이폰으로 촬영해 보낸 페드로 파스칼은 기다림 끝에 오베린 마르텔 역으로 캐스팅될 수 있었다. 그는 캐스팅 전부터 <왕좌의 게임>의 열렬한 팬이었기에 배역을 맡게 된 것이 황홀한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시즌 4에 첫 등장해 전투력이 높고 남성성이 강한 오베린 역을 매력 있게 소화해 내며 단숨에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누이와 조카들의 죽음을 복수하고자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채 맞이한 충격적인 결말로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왕좌의 게임 4

출연 에이단 길렌, 레나 헤디, 잭 글리슨, 나탈리 도머, 스티븐 딜레인, 그웬돌린 크리스티, 제롬 플린, 로리 맥칸, 노아 테일러, 인디라 바르마, 토니 웨이, 핀 존스, 마이클 맥엘하튼, 캐리스 밴 허슨, 나탈리 엠마뉴엘, 브레녹 오코너

방송 2014, 미국 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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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나르코스>
넷플릭스 <나르코스>

<나르코스>, <원더우먼 1984> 등 전성기를 맞이하다

<왕좌의 게임>을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페드로 파스칼의 다음 행보는 넷플릭스의 유명 범죄드라마 <나르코스>였다. 페드로는 이 작품을 통해 오랜 무명의 설움을 떨쳐내고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나르코스>는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을 소탕하기 위한 미국 마약 단속국 DEA의 고군분투를 다룬 드라마로, 마약왕이었던 콜롬비아 메데인 카르텔의 설립자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핵심 인물로 삼아 추적하는 과정을 다뤘다. 페드로 파스칼은 DEA 소속 실존 인물 하비에르 페냐 역을 연기했다. 파블로를 체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인물로, 시즌 3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며 작품의 진 주인공으로 남았다. 

<킹스맨: 골든 서클>
<원더우먼 1984>

이후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에선 미국 버전 킹스맨인 '스테이츠맨'의 일급 요원 '에이전트 위스키' 역을 맡아 마초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감초 조연으로 활약했다. 카우보이 컨셉의 무기를 주로 휘두르는 탓에 총과 채찍, 올가미를 사용하는 법을 훈련했다고. 또 다른 프랜차이즈 시리즈 <원더우먼 1984>에서는 메인 빌런 중 하나인 맥스웰 로드 역을 맡아 주인공 그 이상의 존재감을 선보였다. 영화의 평가와는 별개로 인물의 다양한 면모를 훌륭하게 소화한 그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으며, 페드로 파스칼은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는 배우로 우뚝 서게 됐다.

나르코스 시즌1

감독

출연 와그너 모라, 보이드 홀브룩, 페드로 파스칼

개봉 201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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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골든 서클

감독 매튜 본

출연 태런 에저튼, 줄리안 무어, 콜린 퍼스

개봉 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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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우먼 1984

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갤 가돗, 크리스틴 위그, 페드로 파스칼, 크리스 파인

개봉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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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로리안>

미국의 '싱글 대디'로 등극?

성공의 궤도에 올라탄 페드로 파스칼은 고난했던 과거를 추진력 삼아 빠르게 활동 영역을 넓혀나갔다. 일련의 작품들을 지나고 만난 메가 히트작, 디즈니플러스의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그에게 세계적인 인지도를 선사해 주었다. 시퀄 트릴로지에 쏟아진 혹평으로 한풀 꺾였던 <스타워즈>의 명맥을 다시 이어나가게 해준 작품으로, 현상금 사냥꾼 만달로리안(만달로어 인) 딘 자린과 그로구의 모험담을 다뤘다. 서로의 존재로 성장해가는 구원 서사에 그로구와의 귀여운 부자 케미 등 다양한 인기 요소들로 시즌을 거듭하며 인기를 얻었다. <만달로리안>은 딘 자린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만달로리안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4월 말 시즌 3가 막을 내렸다. 아쉽게도 전 시즌에 비해 타 인물들의 이야기에 에피소드의 주요 분량들이 할애되었는데, 두 주인공의 비중이 줄고 이야기가 다소 분산된다는 점을 들어 대중들에게 좋지 않은 평을 들어야만 했다. 

<만달로리안> 속 딘 자린&그로구 케미

더불어 올 3월 북미에서 <만달로리안>과 동시 방영된 또 다른 화제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도 있다. 두 작품 덕분에 미국에서 페드로 파스칼의 인기는 끝을 모르고 수직 상승하는 중이다. 동명의 게임을 드라마화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드라마의 명가 HBO가 제작을 맡아 공개 전부터 원작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회당 천만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페드로 파스칼은 주인공 조엘 밀러 역으로 출연했다. 독특한 점은 이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이 아버지로서의 부성애가 인상 깊게 드러난다는 점인데, <원더우먼 1984>나 <오늘부터 히어로>, <만달로리안> 등 최근 맡았던 작품에서 연기한 캐릭터들 대다수가 자식을 아끼는 아버지(<만달로리안>도 그렇다 치자) 역할이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페드로 파스칼은 미혼남인데도 불구하고 '핫 대디', '싱글 대디', '페드로 파스칼 대디' 등 다양한 별명을 얻게 되어 늘어나는 인기에 걸맞게 수많은 밈을 탄생시키는 중이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사라 폴슨과 페드로 파스칼

소울메이트 사라 폴슨과 오스카 아이삭

페드로 파스칼과 사라 폴슨의 관계는 흡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케이트 윈슬렛의 관계와 유사하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소울메이트로, 두 사람은 18살 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유지해오고 있다. 1993년 뉴욕대 티시 예술학과에 재학하며 처음 만나게 됐다고. 사라 폴슨은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페드로와 난) 그 시절에 항상 영화를 보러 갔다. 정신적, 감정적, 영적으로 도피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회상했다. 사라 폴슨이 배우 생활을 위해 LA로 떠나게 되면서 몇 년 동안 연락하지 않았지만, 페드로가 잠깐 LA에 들리게 되면서 재회하자 두 사람의 우정은 다시 시작될 수 있었다고. 한때 페드로 파스칼이 무명 시절로 생활비가 없어 힘들어하자 사라 폴슨이 직접 번 돈을 페드로에게 주어 경제적 어려움을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오스카 아이삭과 페드로 파스칼

그 밖에도 친분을 자랑하는 스타로는 오스카 아이삭이 있다. 오스카 아이삭과는 2005년 오프브로드웨이의 한 연극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둘 다 가족이 라틴계의 이민자였다는 점과 배우를 업으로 삼았다는 점 등 공통점이 많았던 두 사람은 깊은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다고. 2019년엔 넷플릭스 무비 <트리플 프론티어>를 통해 다시 한번 작품에서 조우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먼저 주목받았던 오스카 아이삭은 “항상 페드로 파스칼의 성공을 염원하고 있었다”라며 “(페드로 파스칼은) 호감이 가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페드로 파스칼이 <만달로리안> 시리즈에 캐스팅되면서 이미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에 포 다메론 역으로 출연한 바 있는 오스카 아이삭과 '스타워즈 듀오'로 거듭나기도 했다. 참고로 오스카 아이삭이 4살 더 어리다.


책과 함께 찍은 셀피들

소소한 취향은 독서와 에스프레소 6샷

페드로 파스칼의 소소한 취향 두 개. 먼저 그는 '독서광'으로 불릴 정도로 책을 사랑하는 배우다. 온라인에 그의 이름과 책을 검색하면 그가 추천한 다수의 소설/비소설 목록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 책을 읽는 모습들이 사진에 종종 찍히기도 하며, 휴일에 자주 가는 곳 중 하나가 서점이라고 한다. 그는 소설 분야 중에서도 고전 소설을 선호하며, 자신이 경험한 "최고의 독서 중 하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래는 그가 추천한 독서 리스트 중 일부이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Crime & Punishment by Fyodor Dostoevsky)
- 리처드 애덤스의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Watership Down by Richard Adams)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by Gabriel Garcia Marquez) 
-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Jane Eyre by Charlotte Brontë)
- 대프니 듀 모리에의 지금 찾아보지 마(Don't Look Now by Daphne du Maurier)

해맑은 표정과 그렇지 못한 커피 취향

한편, 페드로 파스칼의 독(특)한 취향이 틱톡을 통해 밝혀져 화제다. 발단은 팬과의 우연한 만남이었다. 길에서 그를 만난 한 팬이 틱톡에 사진을 올리며 바이럴 된 것. 페드로 파스칼에 쥐어진 스타벅스 잔에는 그의 주문이 적혀 있었는데, 얼음과 에스프레소 6샷이 포함된 아이스 쿼드 에스프레소였다. 해당 사진은 곧장 온라인 사이트에 퍼져 나갔으며, 댓글에는 “아빠는 매일 아침 세계와 팬덤을 짊어지기 위해 커피가 필요하다”라는 웃픈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동생 럭스 파스칼과 페드로 파스칼
럭스 파스칼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 동생이 있다

페드로 파스칼은 LGBTQ, 즉 성소수자들의 인권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배우 중 하나다. 그는 여러 차례 자신의 SNS나 인터뷰를 통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소중한 동생 럭스가 트랜스젠더이기 때문. 무려 17살의 나이 차이가 나는 동생으로, 럭스 파스칼은 2021년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했다. 남성이었을 당시 개명 전 이름은 루카스 파스칼이다. 럭스 파스칼이 성전환을 했을 때 페드로가 축하와 지지를 보내주었다고. 최근 인터뷰를 통해 페드로는 “럭스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 중 한 명”이라며 “럭스가 날 필요로 하는 것보다 내가 럭스를 더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