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와 로키타
감독 뤽 다르덴, 장 피레르 다르덴
출연 파블로 실스, 졸리 음분두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난민의 현실
★★★★
난민 소년 토리와 소녀 로키타는 서로를 지켜 주는 남매 같은 사이가 되어, 혹독한 현실을 견딘다. 그들을 착취하는 범죄의 손길을 벗어나기 위해 악전고투해야 하지만, 체류증을 받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벼랑 끝 같은 삶을 살아간다.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연민의 시선으로 고발한다. 난민 청소년에게 지옥 같은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내는 그들의 리얼리즘은, 토리와 로키타 두 난민 청소년이 만들어내는 휴머니즘과 만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다르덴의 영화는 여전히 가슴을 움직인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타인을 향한 우정과 연대는 가능한가
★★★☆
다르덴 형제의 시선은 최근으로 올수록 난민 자체의 삶으로 더 적극적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이 그저 혐오나 죄책감이나 윤리적 딜레마의 대상이 아닌 분명한 ‘실체’라는 선언이다. 캐릭터에 직접적으로 동일시되는 것을 피하고 사건의 파장을 냉엄하게 지켜보도록 거리를 유지하는 카메라는 사회의 비인간적 냉소를 고발한다. 사건은 비정하되, 극의 핵심 동력은 토리와 로키타 사이의 친밀한 우정이다. 이들이 서로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은 인간이 자신과 타인에게 가지며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을 말한다. 타인을 향한 우정과 연대는 여전히 가능한가. 그것은 왜 필요하고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 토리와 로키타의 까만 눈이 묻고 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절망 속에서 부르는 노래
★★★☆
체류증을 받아 벨기에에 정착하고자 하는 아프리카 난민 토리와 로키타. 그러나 소녀와 소년이 선 곳곳이 지뢰밭이다. 카메라는 그 지뢰가 터지지 않기를 근심 어린 시선으로 따라붙으면서도, 누군가의 간절함을 이기적으로 착취하려 드는 사회의 사각지대를 냉엄하게 담아낸다. 녹록지 않는 현실 속에서 비집고 나오는 토리와 로키타의 우정이 애틋해서 더욱 시리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새롭게 기억할 이름들 
★★★★
다르덴 형제 감독이 호명하는 소년, 소녀의 이름은 언제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그들은 영화 속 허구의 인물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이웃의 모습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벨기에에서 살아가는 아프리카 난민 소년 토리와 로키타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다르덴 형제는 두 주인공의 깊은 연대와 끈끈한 우정을 통해 참혹한 현실에 맞서는 약자들의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그들이 데뷔작 <약속>(1996)을 만든 27년 전과 비교해도 달라진 바 없는 현실 때문인지 희망의 빛줄기를 옅게 드리운다. ‘내일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대한 경각심을 호소하면서 ‘내일을 위한 투쟁의 시간’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거장들의 날카로운 통찰력. 

토리와 로키타

감독 뤽 다르덴, 장 피에르 다르덴

출연 파블로 실스, 졸리 음분두

개봉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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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중주: 홍콩 이야기
감독 홍금보, 허안화, 담가명, 두기봉, 서극, 임영동, 원화평
출연 홍천명, 오진우, 원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홍콩 거장 7인의 의기투합
★★★☆
홍콩 영화를 대표하는 일곱 감독이 홍콩을 주제로 만든 옴니버스 영화. 홍금보, 허안화, 담가명, 원화평, 두기봉, 임영동, 서극 감독이 함께 참여한 것만으로도 뜻깊은 프로젝트다. 자서전격 작품부터 홍콩의 역사 속 개인의 삶을 드라마, 로맨스, 가족, 코미디, 사회 풍자로 풀어낸 작품까지 각 거장의 개성을 확인하면서 그들 각자의 홍콩 스토리에 감화된다. 과거를 돌아보는 거장들의 시선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지금 세대에게 앞으로 나아갈 힘과 응원을 보낸다. 

칠중주: 홍콩 이야기

감독 허안화, 두기봉, 서극, 임영동, 홍금보, 원화평, 담가명

출연 홍천명, 오진우, 제니퍼 유, 원화, 토니 쯔-텅 우, 임달화

개봉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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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지구2
감독 곽범
출연 유덕화, 오경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중국 SF 대작 시리즈의 풍모
★★★
중국 SF 흥행작 <유랑지구>(2019)의 후속편. 전편이 지구를 통째로 옮기는 이주 프로젝트와 지구와 목성의 충돌 위기를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그렸다면, 2편은 프리퀄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달과의 충돌을 앞둔 지구의 위기 상황을 다룬다. 중국 SF 작가 류츠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전편에서 뻗어나가 2편은 오리지널 스토리로 꾸려졌고, 유덕화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출연해 전편의 주인공 오경과 이야기를 견인한다. 전편보다 더 장대해진 볼거리가 압도적이지만, 영화가 다루는 방대한 내용이 하나로 꿰어지지 않아 산만한 인상이다. 그럼에도 중국 SF 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위협적인 작품이다. 

유랑지구2

감독 곽범

출연 유덕화, 오경, 클라라

개봉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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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감독 수오 마사유키
출연 카세 료, 세토 아사키, 야마모토 코지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법과 진실
★★★☆
지하철 치한으로 몰린 청년이 자신의 결백함을 위해 투쟁한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엄연히 법전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음에도, ‘유죄 추정’의 논리로 피고인을 기어이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짜맞춰 가는 법률 체제의 권위주의와 비인간성을 고발한다. 이른바 ‘인질 사법’의 체계 속에선 누구나 범인이 될 수 있고, 많은 죄인을 만들어내야 능력을 인정받는 검사와 판사의 실적주의는 개인의 삶을 파괴한다. 일본 사회만의 일이 아닌, 우리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법정 영화의 수작 
★★★★
치한범으로 몰린 청년의 법정 투쟁을 통해 일본 사법계의 문제를 고발하는 영화. 흥행작 <쉘 위 댄스>(1996) 등 2000년대 초반 코미디 영화를 주로 연출한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2008년 작으로, 강력한 사회 고발 메시지와 고도의 연출이 관객을 극 안으로 완벽하게 끌어들인다. 결백을 주장하는 주인공과 변호사, 가족, 지인, 조력자들, 사법계의 현실을 대표하는 판사와 피해자, 증인, 법정 방청객까지 모든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활약하며 마지막 판결 장면까지 시선을 붙든다. 카세 료, 야쿠쇼 코지, 모타이 마사코, 코히나타 후미요 등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극에 굉장한 힘을 불어넣는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감독 수오 마사유키

출연 카세 료, 세토 아사카, 야마모토 코지, 모타이 마사코, 야쿠쇼 코지

개봉 2008.12.11. / 2023.05.10.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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