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

한국 영화계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올 1분기 한국 영화의 매출 점유율은 29.2%로, 최근 호평을 받으며 흥행을 짐작했던 <리바운드>와 박서준&아이유&이병헌 감독이 뭉친 <드림>이 아쉬운 결과를 낳으며 한국 영화계의 현 상황을 시사했다. 그러나 너무 암울한 우려는 금물이다. 연이어 극장가와 한국 영화계의 침체가 보도되는 요즘, 구원투수로 <범죄도시3>가 등판했기 때문이다. <범죄도시3>은 첫날 관객수만 74만 명을 동원했으며 개봉 3일째 200만 관객을 돌파해 손익 분기점을 넘었다. 개봉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매서운 기세로 600만을 거뜬히 뛰어넘고 천만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얼어붙었던 충무로에 활기를 불어 넣은 <범죄도시3>를 시작으로 칸에서도 좋은 소식들이 들려왔다. 극장가가 가장 활발한 여름 시장과 올 하반기가 남은 이 시점에서 <범죄도시3>에 이어 영화계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 줄 히어로 같은 한국 영화들은 어떤 작품들이 있을지. 2023년 남은 한국 영화 개봉 기대작들을 모아봤다. 

범죄도시3

감독 이상용

출연 마동석,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 이범수, 김민재, 이지훈, 김도건, 고규필, 전석호, 안세호

개봉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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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 텐트폴 삼파전
(왼쪽부터) <밀수>, <더 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한국판, 영문판 포스터

류승완 감독의 <밀수> vs 김용화 감독의 <더 문> vs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활기차게 초여름 극장가 스타트를 끊은 <범죄도시3>에 이어, 본격적으로 여름 극장가를 노리는 텐트폴 영화 3편이 출격을 대기 중이다(텐트폴은 각 회사가 흥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대작 영화를 이른다).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영화 <밀수>로 1970년대,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만든 해양범죄활극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가 엿보인다. <밀수>는 텐트폴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여성 투톱 주연 작으로, 김혜수와 염정아가 의기투합해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그 밖에도 고민시, 박정민, 조인성 등 출연진의 화려한 라인업으로 극장가의 온도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이러한 라인업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류승완 감독 덕분일 터. 지난 2021년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극장가에 <모가디슈>로 정면 돌파해 361만 관객을 동원,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그해 한국 영화 최다 흥행 기록을 세우는 등 극장가의 든든한 구원 투수였던 류승완이 다시 한번 2023년 극장가로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7월 26일 개봉.

<더 문> 스틸컷

<밀수>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작품은 한국형 SF 영화 <더 문>이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신과함께> 시리즈를 연출한 한국 대표 흥행 감독인 김용화 감독의 신작으로, 5년 만에 극장가로 돌아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영화 <더 문>은 지구와의 거리만 약 38만 km 이상 떨어진 달의 뒷면에서 조난당한 우주 대원 '선우'와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선우 역에는 <신과함께>로 호흡을 맞췄던 도경수가, 재국 역에는 설경구가 출연해 우주에서의 극한 상황을 몰입감 있게 연기해낼 예정이다. 두 사람 외에도 배우 김희애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정거장 총괄 디렉터인 '문영' 역으로 출연한다. 재난물의 범람 속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색다른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덱스터 스튜디오'를 설립해 국내 시각특수효과계에 한 획을 그었던 김용화 감독이 구현해낼 <더 문>의 비주얼은 어떨지. 궁금하다면 8월 2일 극장으로 달려가시길.

<콘크리트 유토피아>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더 문>과 달리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 재난 상황을 그렸다. 그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포칼립스 장르물로, 대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모든 것이 부서진 폐허 속 황궁 아파트만이 남아 있게 되고 그곳으로 생존자들이 모여들자 외부인으로부터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병헌이 강한 책임감으로 외부인으로부터 주민들과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주민 대표 '영탁' 역을, 평범한 공무원-간호사 부부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 민성 역에는 박서준이, 아내 명화 역에는 박보영이 출연한다. 그 밖에도 김선영, 김도윤, 박지후 등 충무로의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재난 상황 속 여러 인간 군상을 연기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1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배우 나철의 유작이기도 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시리즈 중 2부인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이며, 영화 <가려진 시간>의 감독이자 배우 엄태구의 형으로도 알려져 있는 엄태화 감독의 신작이다. 또 제작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기획하고 있는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신호탄이기도 하다(영화 <황야>, 드라마 <유쾌한 왕따> <콘크리트 마켓>으로 이어진다). 8월 개봉. 

밀수

감독 류승완

출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개봉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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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

감독 김용화

출연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박병은, 조한철, 최병모, 홍승희

개봉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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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감독 엄태화

출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개봉 20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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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공포 장르물의 격돌
(왼쪽부터) <파묘>, <사흘>, <잠>

장재현 감독의 <파묘> vs 현문섭 감독의 <사흘> vs 유재선 감독의 <잠>

다양한 장르물이 주목받고 있는 요즘. OTT 외에 극장에서도 관객들의 흥미를 만족시킬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물 세 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의 가장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은 단언 <파묘>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두 작품으로 오컬트 장르물 붐을 일으킴과 동시에 자신만의 영화적 세계를 공고히 한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이번엔 한국 샤머니즘을 소재로 또 다른 섬뜩함을 선사할 것이라고.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유복한 가족에게 기이한 일들이 잇달아 발생하자 그들은 소문난 무당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을 부른다. 조상이 묻힌 묘를 이장해야 한다는 말에 가족은 엄청난 돈을 제안하고, 화림과 봉길은 최고의 풍수사인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부른다. 최근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도 한국형 오컬트라는 점과 화려한 배우 라인업으로 해외 바이어들에게 높은 관심을 산 작품이다. <스위트 홈>, <더 글로리>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이도현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겠다.

<파묘> 티저 스틸


현문섭 감독의 연출작 <사흘>은 갑작스레 사망한 딸의 장례를 치르는 사흘 동안 죽은 딸의 심장 안에서 악마가 깨어나며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오컬트 영화다. 배우 박신양이 <박수건달>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박신양은 딸을 잃게 된 아버지 '차승도' 역으로 출연한다. 악령에 씐 딸 '소미' 역엔 <반도>로 주목받은 배우 이레가, 바티칸에서 구마를 수련한 사제 '반 신부' 역에는 이민기가 출연해 연기 변신을 꾀한다. 정확한 개봉일은 현재 정해지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의 데뷔작 <잠>은 신혼부부인 현수(이선균)와 임신한 아내 수진(정유미)의 밤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공포는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부터 발생한다. 한밤중 잠에서 깬 현수가 "누가 들어왔어"라고 중얼거린 이후, 평온했던 밤이 얼굴을 달리한다. 이창동 감독,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연출팀에서 2년간 연출을 배우며 실력을 갈고닦아온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며 신인 감독으로서 영예를 안았다. 영화 <잠>은 잠과 몽유병을 소재로 긴장감과 공포감을, 더 나아가 부부의 관계를 탁월하게 엮어내며 탄탄한 스토리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정확한 개봉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연내 개봉할 예정이라고. 

사흘

감독 현문섭

출연 박신양, 이민기, 이레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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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유재선

출연 정유미, 이선균

개봉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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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감독들의 귀환
(왼쪽부터) <거미집>, <노량: 죽음의 바다> 영문 포스터
<비공식작전> 스틸컷

김지운 감독 <거미집> vs 김성훈 감독 <비공식작전> vs 김한민 감독 <노량: 죽음의 바다>

코로나로 오랜 시간 작품 활동에 전념해온 스타 감독들이 돌아온다. 장르를 불문하고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던 김지운 감독이 2018년 <인랑>의 쓴맛을 뒤로하고 블랙 코미디로 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다. 영화 <거미집>이다. <거미집>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촬영을 마친 영화를 재촬영 하겠다는 감독과 배우, 제작자들의 소동을 그린다. 악몽과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이틀 만에 영화를 다시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탄생할 것이라 믿는 감독과 이를 반대하는 제작자, 검열 당국의 방해를 따돌려야만 하는 스텝들과 배우들, 환장할 것 같은 상황 속에 영화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미지수다. 

<거미집> 스틸컷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2번이나 칸의 레드 카펫을 밟았던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15년 만에 레드 카펫을 밟을 수 있었다. 그의 곁에는 그의 뮤즈나 다름없는 배우 송강호가 함께였다. <조용한 가족>부터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까지 총 네 작품을 함께 한 송강호는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 김 감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작품과 배우들을 한계까지 몰아가는 그의 열망은 파격을 넘어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을 꿰어내며 웃음을 자아낸다고. 송강호 외에도 임수정, 전여빈, 오정세, 장영남, 정수정 등 화려한 캐스팅도 관람 포인트다. 칸 뤼미에르 대극장 상영 후 무려 12분간의 기립 박수가 이어졌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거미집>. 올 하반기에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라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비공식작전> 스틸컷

충무로의 믿고 보는 흥행 조합, 하정우와 주지훈이 합심한 <비공식작전>. <끝까지 간다>, <터널>과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를 통해 국내외 관객들에게 인정받은 스타 감독 김성훈이 메가폰을 잡았다.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지 20개월 만에 생존 소식을 전해온 동료 외교관을 구하기 위해 내전 중인 무법지대 베이루트로 향한 외교관 민준(하정우)과 그와 동행하며 조력자 역할을 해내는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의 이야기를 다룬다. 목숨이 달린 예측불가한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두 사람의 유쾌하고 스릴 넘치는 브로맨스 케미는 어떠할지. 그뿐만 아니라 <비공식작전>은 거대한 스케일의 모로코 로케이션을 통해 1987년 레바논을 구현해 내며 극에 현실감을 더했다. 폐허와 광활한 대지, 이색적인 배경을 두고 펼쳐지는 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액션이 짜릿한 쾌감을 안길 예정이다. 

(왼쪽부터) <명량>, <한산: 용의 출현> 포스터

귀환이라기엔 1년 만의 컴백이지만 김한민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이순신 3부작 그 마지막, <노량: 죽음의 바다>가 12월 출정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두 편의 관객 동원 수만 더해도 <명량> 1,761만, <한산: 용의 출현> 728만으로 총 2,489만 관객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각 천만 관객을 돌파한 셈이다.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작품에서는 기나긴 임진왜란의 종지부를 찍는 노량해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이 영화에 담길 예정이다. 전작에서 이순신 역을 맡았던 최민식과 박해일에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김윤석이 이순신으로 출연한다. 감독 확장판이었던 <한산 리덕스>의 쿠키 영상에 등장하였듯, 이순신과 진린이 이끄는 조명연합수군과 맞붙게 되는 일본의 시마즈 요시히로 역엔 백윤식이 등장해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김성규, 안성봉, 최덕문 등 전작에서 출연한 배우들이 대거 재출연하며, 박명훈, 이규형, 정재영 등 새로운 얼굴들이 감초 역을 톡톡히 해내며 극을 더욱 박진감 있게 채울 전망이다. 300억에 달하는 막대한 제작비로 한층 더 커진 스케일의 해상 전투신을 구현해 낼 예정이라고. <명량>의 성공 이후 오랜 기간 기다려온 트릴로지의 마지막인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12월을 기다려보자.

거미집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크리스탈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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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준비중
비공식작전

감독 김성훈

출연 하정우, 주지훈

개봉 20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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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준비중
노량: 죽음의 바다

감독 김한민

출연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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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제 개봉해요?
촬영 종료한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티저 포스터뿐인 <원더랜드>

마지막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까지 소개하겠다. 이제는 아내가 된 탕웨이와 연을 맺게 된 작품이자 수많은 마니아층을 만든 영화 <만추>가 개봉한지도 12년이 흘렀다.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차기작 소식이 늦어지게 됐지만, 사실 <원더랜드>는 2021년 개봉을 목표로 촬영이 진행된 작품이다. 2020년 캐스팅 소식과 더불어 탕웨이를 통해 촬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코로나 팬데믹 동안 개봉이 지연되어 왔다. 영화는 세상을 떠난 가족 또는 연인이 영상통화를 통해 재회하게 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정유미와 최우식이 원더랜드의 조정자로, 공유와 탕웨이가 부부로 등장하며 수지와 박보검이 연인으로 출연한다. 정확한 개봉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2023년 안에는 꼭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원더랜드

감독 김태용

출연 박보검, 수지, 정유미, 최우식, 탕웨이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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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마침내 민주화가 도래하리라 보였던 1979년 '서울의 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서울의 봄>, 정우성의 첫 장편 연출작 <보호자>, 칸에서 주목받은 <화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등 다수의 한국 영화가 관객들을 만날 준비 중에 있다. 잠시 주춤했던 시간을 거름 삼아 더욱 단단해졌을 한국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기대하며 글을 마치겠다. 시네마의 부흥기가 다시 찾아오길!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