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
감독 피터 손
출연 레아 루이스, 마무두 아티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달라도 함께 할 수 있어
★★★☆
영화 <엘리멘탈>은 내가 얼마나 이질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서로 다른 우리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원소들의 이민 서사를 통해 그려낸다. 고향 파이어랜드를 떠난 불 가족은 물이 중심이 된 엘리멘트 시티에서 배척받는다. 이들이 버스만 타도 모두가 흘겨보지만 마침내 가게를 만들고 마을이 생긴다. 부모와 달리 엘리멘트 시티에서 태어난 엠버(레아 루이스)가 부모의 기대와 미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가족을 위해 희생한 이민자 부모의 영향 아래 놓인 이민자 2세의 전형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불 엠버와 물 웨이드(마무두 아티)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은 다른 문화와 배경, 인종을 가진 이들이 공존으로 가는 청사진을 보여준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참신한 설정, 창의적이지 못한 서사
★★
참신하지만, 참신하지 않다. ‘상극’이라 여겨지는 물과 불이 ‘상생’할 길을 모색한 설정, 4대 원소가 사는 도시를 시각화한 점은 충분히 참신하다. 참신하지 못한 건 서사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흔하게 다뤄지는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잘 지내보자’라는 제안을 지나치게 관습적으로 풀어냈고, 이민자 은유도 너무 노골적이어서 도리어 평평하게 느껴진다.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한 만큼만 보여준달까. 21세기 기술력으로 풀어낸 20세기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남들보다 한발 앞서 창의적인 의제를 설정해 주고, 그만의 감수성으로 뭉클함을 선사했던 ‘픽사라는 이름’이 주는 높은 기대치를 생각했을 때 여러모로 미지근하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역시 픽사다운 캐릭터 
★★★☆
픽사의 27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픽사의 강점인 기발한 상상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다. <소울>(2020) 이후에 나온 픽사 애니메이션에 대한 아쉬움을 모처럼 시원하게 씻어주고 분위기를 달구는 작품이다. 물과 불의 특별한 러브스토리를 세대를 관통하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로 풀어내는 화법도, 4원소를 의인화한 캐릭터 디자인도 픽사다운 노련한 솜씨다. 불 앰버와 물 웨이드 커플이 유쾌한 매력으로 전연령층을 사로잡는다. 

엘리멘탈

감독 피터 손

출연 레아 루이스, 마무두 아티

개봉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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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에즈라 밀러, 마이클 키튼, 사샤 키예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개별 요소는 신선하지 않지만, 영리하게 비비면서 쾌속 질주
★★★☆
참신하지 않은데, 참신하다. ‘또 멀티버스야?’ ‘또 시간 여행이야?’ 심지어 ‘또 마더(엄마)야?’ 싶은 요소요소는 분명 참신하지 않다. 그러나 익숙한 설정을 잘 비비고, 배치하고, (세부 설정을 영리하게) 변주해서 그만의 리듬을 갖췄다. 시간의 시각화가 뛰어나고, 감정적인 터치가 일어나는 구간이 있으며, 무엇보다 재밌다. 대중이 오락 영화에 요구하는 1원칙인 ‘재밌다’라는 감흥을 DC 영화에서 만난 게 얼마 만인지. ‘마블 VS DC’의 경쟁 판도를 일거에 뒤흔들 정도의 화력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두 경쟁사의 실력 차가 줄어가고 있음
을 보여주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DC라는 이름’이 주는 낮은 기대치가 득으로 작용하기도.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DC의 구원자
★★★☆
플래시를 내세운 DC가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마블과의 비교를 떠나 쉽고 재밌고 잘 만든 슈퍼히어로 영화다. 속도감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해 에즈라 밀러가 출중한 연기로 캐릭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심어준다. 여기에 DC슈퍼히어로 역사를 활용한 예고된 볼거리와 히든카드가 골고루 튀어나오니 DC 팬뿐 아니라 그간 슈퍼히어로 영화의 피로감에 지친 관객까지 번쩍 일으켜 세운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장르적 쾌감을 되살린 <플래시> 덕분에 다사다난했던 DCEU 10년이 희망의 끈으로 매듭 지어졌다. 

플래시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에즈라 밀러, 마이클 키튼, 사샤 카예, 마이클 섀넌, 벤 애플렉

개봉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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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감독 미야케 쇼
출연 키시이 유키노, 미우라 토모카즈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인물과 세상을 향한 가열차고도 정성스러운 응시
★★★★
나 자신을 최선으로 대하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존중하는 방식의 투쟁을 지속하는 일. 미야케 쇼 감독의 영화 안에서는 그것이 곧 ‘살아가는 일’이다. 인물과 세상을 향한 가열차고도 정성스러운 응시를 보여주는 이 작품 안에서 바라보는 삶은, 링 위에서 벌이는 고독한 사투의 순간들 그리고 타인과의 끊임없는 연결을 통해 홀로 듣지 못한 것과 바라보지 못한 것을 배우는 시간의 순환이 더해진 결과다. 미야케 쇼의 영화들은 차라리 우리 앞에 당도한 새로운 동시대의 영화적 언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들여다본다는 것은
★★★★
걸작과 평범한 작품을 가르는 기준은 결국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여주느냐다.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일본 프로권투선수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장애를 극복하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와 결이 다르다. 미야케 쇼 감독은 권투와 일을 병행하는 주인공의 일상과 그 주변을 들여다보는(가까이서 자세히 살피는)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전한다. 누구나 각자 삶의 분투를 치르고 있다는 것과 권투의 본질,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면서 자신을 지키는 데 급급한 나머지 돌아보지 못했던 타인과 현실의 모습을 비로소 깨닫게 한다. 주연배우 키시이 유키노의 눈부신 연기감, 권투의 아름다운 리듬감, 16mm 필름의 거친 질감이 조화를 이루며 생의 감각을 자극한다. 거창하지 않은 방식으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감독 미야케 쇼

출연 키시이 유키노, 미우라 토모카즈

개봉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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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은 농장
감독 존 체스터
출연 존 체스터, 몰리 체스터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나도 자연과 함께 살고 싶다 
★★★☆
황무지에서 일군 기적. 극 영화라면 이 정도로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저력이다. 게다가 감독 부부가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 직접 전통식 농장을 짓고 10년의 생활을 기록했다.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없는 시작부터 조력자의 등장, 대자연의 섭리를 깨달아 가는 시간들이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재치 넘치는 애니메이션 효과, 존 체스터 감독의 재기발랄한 내레이션과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감독다운 연출이 어우러져 보고 느끼고 깨닫는 재미가 상당하다.  

위대한 작은 농장

감독 존 체스터

출연 존 체스터, 몰리 체스터

개봉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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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극주부도
감독 루토 토이치로
출연 타마키 히로시, 카와구치 하루나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즐거운 팬서비스
★★★☆
오오노 코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인기 드라마 시리즈의 극장판. 전설의 야쿠자에서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주인공 타츠의 일상을 다룬 생활 코미디 장르로 드라마는 주연배우 타마키 히로시의 캐릭터 싱크로율과 과장된 코믹 연기가 압권이다. 극장판은 타츠 패밀리가 동네 어린이집을 지키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다루며 드라마 주요 캐릭터들이 전부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과격한  개그와 대사, 배우들의 오버 연기에 적응한 팬들도 상상   대결 장면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꺼이 즐길 준비만 하면 된다. 

극장판 극주부도

감독 루토 토이치로

출연 타마키 히로시, 카와구치 하루나, 시손 쥰

개봉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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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워터: 어비스
감독 앤드류 트라우키
출연 제시카 맥나미, 루크 미첼, 아말리 골든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장르 팬들의 눈높이를 맞췄더라면
★★☆
1 <블랙 워터>(2007) 실화를 바탕으로 늪지대로 휴가를 떠난  주인공과 식인 악어의 사투를 실감 나게 그렸다. 6 만에 돌아온 속편은 식인 악어에 동굴 배경을 추가해 공포를 배가한다. 1 이후 상어, 표범이 나오는 동물 소재 공포 스릴러를 꾸준히 만든 앤드류 트라우키 감독은 장르에 노련한 연출을 보여준다. 인물들을 진퇴양난에 몰아넣는 설정은 그럴싸한데, 탈출 방식과 인물 관계에 거듭 무리수를 두면서 이래저래 힘을 잃는다. 

블랙 워터: 어비스

감독 앤드류 트라우키

출연 제시카 맥나미, 루크 미첼, 아말리 골든, 벤자민 호제스, 앤서니 제이 샤프

개봉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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