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등 7월 셋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바비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핑크가 달라 보이는 주문, 바비
★★★☆
한계를 가진 캐릭터를 통해 현재를 이야기하는 각본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바비는 여자아이들을 위해 탄생했지만 여성을 루키즘으로 억압하고 성 상품화하는 상징이 되어 버렸다. 시대에 따라 바비를 둘러싼 시선들이 바뀌는 것처럼 주변의 시선에 따라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여성의 고통이 바비랜드와 현실세계를 오가며 펼쳐진다. 영화는 페미니즘 개론을 알기 쉽게 설파하는 동시에 바비라는 상품의 개별 역사까지 아울러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한다. 결국 ‘나는 나, 너는 너’ 서로를 인정하자는 온건한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한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누가 켄을 바비 들러리라 할 텐가
★★★
그레타 거윅은 거대한 농담과 풍자로 현실 세계 성차별을 노골적으로 짚는다. 여성 성 상품화를 부추긴 주범으로 평가받는 바비 세계관을 전복시킨 상상력이나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해학에 과감하게 버무린 솜씨도 흥미롭다. 동시에 영화가 풍자에 스스로 잡아먹힌다는 인상도 남는다. 형식에 사로잡혀서, 깊게 다뤄야 할 부분마저도 스케치만 하고 넘어가는 탓에 풍자가 스스로 위력을 잃는달까. 예상치 못한 발견이라면, 주류 바비(여성) 사이에서 ‘기죽은 남자’ 켄으로 분한 라이언 고슬링의 처음 보는 얼굴이다. 관록의 ‘병맛’ 연기로,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켄 캐릭터에 생경한 매력을 부여한다. 다만 켄과의 만남에는 오글거림이 동반할 수 있을 수 있으니 항마력 약한 분들은 긴장할 것.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을 위한 영화
★★★
바비 인형을 갖고 놀던 소녀들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핑크빛 과거형의 영화가 아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바비라는 아이콘의 역사를 가져와 현재진행형의 담론을 펼친다. 메시지는 직설적이고 미흡한 부분도 있다. 기획 의도만큼은 인정한다. ‘금발의 백인’ 바비를 뭣 모르고 동경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세상과 투쟁하느라 바비의 존재를 잊은 지 오래된 성인 여성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굿즈가 아닌 여성 영화의 영웅이 된 바비가 반갑고 특별하다.

바비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아메리카 페레라, 케이트 맥키넌, 잇사 레이, 두아 리파, 시무 리우

개봉 2023.07.19.

더 썬
감독 플로리안 젤러
출연 휴 잭맨, 로라 던, 잭 맥그라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나의 최선'이 누군가의 고통이 될 때
★★★
치매를 앓는 당사자의 미로 같은 머릿속을 헤매는 듯한 주관성을 경험하게 만드는 <더 파더>에 비해서는 단조로운 편이다. 인물에 깊이 동화될 여지는 조금씩 부족한 사이 직설적인 대사들이 먼저 장면을 가르고, 흐름은 쉽게 예측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이를 의도한 것처럼 보이는 연출이기도 하다.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의 곁에서 적확한 의료적 치료 대신 발휘하는 ‘내가 생각하는 최선'은 언제나 틀린 답일 것이다. 사랑을 가장한 우리의 행동은 늘 앞서가거나 너무 굼뜨다. 정신 질병을 더 넓은 무대의 담론으로 끌어내려는 감독의 시도는 여전히 흥미롭지만, 냉정한 현실 판단과 잔혹한 서사 봉합 사이에 위치한 결말은 오히려 난감함에 입을 다물어 버리게 만드는 지점도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성을 중심에 두지만, 폭을 넓혀 보면 한 세대가 이해 불가한 다음 세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영화로 읽히기도 한다.

더 썬

감독 플로리안 젤러

출연 휴 잭맨, 로라 던, 바네사 커비, 젠 맥그라스, 안소니 홉킨스

개봉 2023.07.19.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감독 구사노 쇼고
출연 카미오 후주, 야마다 안나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말랑한 첫인상을 감싸안는 영화적 감수성
★★★
짐짓 말랑하기만 한 하이틴 로맨스 무비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의 감수성은 그 이상의 깊이를 지닌다. LGBTQ+ 당사자가 겪는 내면의 혼란을 다루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 주변의 인식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가는 폭넓은 시선의 작품. ‘이해한다’는 말의 배타적 오류, 듣는 태도, 성 정체성을 포함해 타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과장된 표현들이 더러 도드라지는 구간에서 취향이 극명히 갈릴 만하지만, 영화 전체의 장점들을 가릴 정도는 아니다. 청량한 이미지에 깊이 있는 표현력까지 갖춘 카미오 후주, 야마다 안나의 발견.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일본 청춘물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원작 소설은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호모이지 내가 아니다」로 영화는 동성애자 소년과 BL을 좋아하는 소녀, 두 고등학생이 끌어안은 고민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자극적 묘사를 자제하고 인물들의 감정을 차분하게 담아낸 연출이 ‘평범’과 ‘다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정, 로맨스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모순에 저항하는 두 주인공이 여느 청춘 영화의 주인공들보다 단단하고 아름답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감독 구사노 쇼고

출연 카미오 후주, 야마다 안나, 마에다 오시로, 미우라 토코

개봉 2023.07.19.

러브 라이프
감독 후카다 코지
출연 키무라 후미노, 나가야마 켄토, 수나다 아톰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길이 있다
★★★☆
새롭게 일군 가정을 지키려는 타에코의 노력은 가족 행사 중에 일어난 비극적 사건으로 물거품이 된다. 어린 아들을 잃은 에코의 상실감을 현재의 남편도, 관계가 서먹한 시부모도 위로하지 못한다. 이때, 타에코와 아들을 버리고 집을 나갔던 전남편의 등장은 타에코뿐 아니라 보는 이들까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뜨린다. 더 이상 상대의 이해를 구하거나 관계 회복을 위해 애쓰지 않는 타에코의 행동은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스스로 헤쳐 나가려는 조용한 몸부림에 가깝다. 그럼에도 사랑이 남아 있는 한, 삶의 나날이 이어지는 한 ‘함께‘ 살아가라고 영화는 말한다. 삶에 대한 사랑을 개성 있는 통찰로 그려낸 후카다 코지 감독의 연출력이 문득문득 반짝인다.

러브 라이프

감독 후카다 코지

출연 키무라 후미노, 나가야마 켄토, 수나다 아톰, 야마자키 히로나, 칸노 미스즈, 타구치 토모로오

개봉 2023.07.19.

보통의 카스미
감독 다마다 신야
출연 미우라 토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를 보고 나면 최고의 카스미
★★★☆
요즘 시대에 보통의 삶, 보통의 기준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30대 여성 카스미의 평범한 일상극이 속 시원한 답이 되어 줄 수 있을까. 물론이다. 남들처럼 연애도, 결혼도 하라는 압박을 받을지언정 카스미는 보통이라는 굴레에 갇혀 살 생각이 없다. 세상만사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나”를 몸소 깨치고 일어난다. 카스미가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성큼 다가오는 건 미우라 토코가 펼치는 고도의 연기 덕분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2021)의 발견이었던 미우라 토코의 단독 주연작이 궁금해서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다마다 신야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인물 관계마다 극적인 정점을 건져 올리는 연출력이 범상치 않다.

보통의 카스미

감독 다마다 신야

출연 미우라 토코, 마에다 아츠코, 이토 마리카, 키타무라 타쿠미

개봉 2023.07.19.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자키 와카나, 코야마 리키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시리즈의 쾌속 질주
★★★☆
코난의 숙적인 검은 조직이 7년 만에 극장판에 등장해 흥미를 끌어당긴다. 새로운 조직원이 나오는 극장판 구성을 따르면서 인기 캐릭터 하이바라 아이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여 모처럼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핵심을 다룬다. 코난과 하이바라의 관계뿐 아니라 검은 조직원들의 이해관계를 엮는 시리즈의 내공이 탄탄한 재미를 안긴다. 오션 어드벤처의 활기까지 더해져 여름 시즌에 적격이다. 극장판 시리즈 베스트에 오를 만한 완성도에 깔끔한 마무리, 다음 예고편 공개까지 팬들은 흡족하다.

명탐정코난: 흑철의 어영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

출연

개봉 2023.07.20.

극장판 슈퍼윙스: 맥시멈 스피드
감독 정길훈
출연 문남숙, 최보배, 전태열, 이재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극장판 첫 출격 이상무
★★★
인기 TV 애니메이션 <슈퍼윙스>의 첫 번째 극장판. 첫 출격답게 규모를 키우고 완성도를 높여 팬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메인 캐릭터로 활약하는 택배 비행기 호기가 극장판에 새롭게 등장한 유튜브 스타 소녀와 함께 악당에 맞서는 모험극이 블록버스터급으로 펼쳐진다. 호기의 새로운 스피드 능력 ‘맥시멈 스피드’를 비롯해 <엄마 까투리> 이스터에그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슈퍼히어로 영화로 거듭나면서 유튜브 시대에 밀려난 장난감의 반격이라는 설정도 적절하게 풀어 재미, 의미, 흥미를 골고루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