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감독 류승완
출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해녀들
★★★☆
류승완 표 장르 영화. 1970년대를 배경으로 김추자부터 김창완까지 당대의 강렬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밀수는 거들 뿐, 영화는 해녀들 사이의 오해와 갈등과 거친 우정에 초점을 맞춘다. 액션 장면의 긴장감은 류승완 감독 특유의 영화적 쾌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 사이의 드라마에선 조금 텐션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클라이맥스의 수중 액션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을 자아내며, 엔딩 역시 깔끔하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다채로운 캐릭터 무비에 더해진, 처음 만나는 활력
★★★☆
삶의 터전과 소중한 이들을 잃은 자의 복수심, 돌아온 탕아, 피할 수 없는 승부. <밀수>는 이 같은 서부극의 기본 공식을 흥미롭게 변형한다. 주인공은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의 구도로, 공간 배경은 바닷가로 바꾼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다채로운 캐릭터 무비로서의 재미다. 물 밖의 남자들이 욕망을 좇을 때 물속의 여자들은 역경을 돌파하기 위해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춘자와 진숙, 해녀들과 옥분(고민시)로까지 이어지는‘불굴의 워맨스’는 꿍꿍이로 칭칭 감긴 비열한 밧줄을 끊는 힘이자 영화의 핵심 동력이다. 타격감과 속도를 강조한 물 밖, 유연성과 넓은 공간 활용이 두드러지는 수중까지 액션 연출의 활력은 만점에 가깝다. 선배 배우들이 안정적으로 단단히 영화를 붙들며 판을 만들어주는 사이, 출중하게 날아다니는 건 박정민과 고민시의 몫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한번 참은 숨으로 쭉 내달리는 기세
★★★
<밀수>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감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모이고 그들이 하나의 목표물을 강탈하기까지의 과정을 빠르게 진행한다. 조용한 어촌 마을이 밀수의 본거지가 되기까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해녀들이 중심이 되는데, 그들의 의리만큼이나 배신과 갈등이 작전을 수행하는 내내 암초처럼 불거진다. 평이한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드는 데는 배우들의 존재감이 큰 역할을 한다. 염정아는 우직하게 해녀들을 이끌고, 김혜수는 정확히 그 반대 지점에서 똘똘 뭉친 이들을 뒤흔든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적재적소에 배치된 앙상블 캐스팅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관객이여, <밀수>행 어선을 타라
★★★☆
호방한 개성을 뽐내는 한국형 하이스트 어촌활극. 남성을 위해 쓰인 각본에서 성별만 단순하게 바꿔서 내놓은 시류 편승 영화가 아니라, 여성 캐릭터 개성은 물론 그런 인물을 연기한 배우 특징까지도 고려해 빌드업한 각본이라는 점이 각별하게 다가온다.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맨몸 수중 액션의 형식미도 흥미롭지만, 좁은 호텔 복도/방에서의 액션도 박력 넘친다. 전자가 아이디어와 의미가 돋보인다면, 후자는 액션 키드로 영화판을 주름잡아 온 류승완의 DNA가 흩뿌려져 쾌감을 전한다. 김혜수-염정아의 워맨스가 들숨과 날숨처럼 어우러지는 가운데, 조인성은 자신의 ‘화보 인생 컬렉션’ 상단에 위치할 아름다운 이미지 하나를 확실하게 챙긴다.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 싶은 구간에서 인공호흡기 역할을 하는 건, 고민시와 박정민. 고민시는 숨은 매력을 물 만난 듯 풀어내고, 박정민은 장도리(캐릭터)로 자신의 존재감을 신마다 박아낸다. 쾅쾅.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상업 영화의 제맛을 살린 
★★★
시원한 오락 영화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범죄 액션 코미디에 한국 여성 버디물의 계보까지 잇는다. 케이퍼 무비와 시대극의 볼거리도 맞춤 제공한다. 가벼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상업 영화의 미덕을 아는 류승완 감독이 정갈하게 차린 모둠회 한 상을 받는 기분이다. 액션 장인다운 감독의 특제 액션은 짜릿한 손맛까지 안긴다. 본 적 없는 색다른 재미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배우들이 기대를 넘어서는 팀플레이로 유쾌한 시너지를 내며 아쉬움을 상쇄한다. 

밀수

감독 류승완

출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개봉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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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감독 이솔희
출연 김서형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돌봄’을 둘러싼 연쇄적 파국
★★★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파국, 끊으려 할수록 들러붙는 비극. 자칫 과하고 인공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설정들이, 돌봄 노동의 극한에 포박된 인물에게 부여된 심리와 김서형의 침잠하는 연기에 힘입어 설득력을 입는다. 감독은 따뜻한 드라마를 생각하며 만든 영화라는데, 장르적 밀도감이 꽤 높다. 부산국제영화제 CGV상, 왓챠상, 오로라미디어상 3관왕 수상작.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불행은 어디서 오는가
★★★
제목이자 영화 속 주인공의 거처로 등장하는 비닐하우스는 한국 사회를 함축한다. 심리적, 환경적 문제를 겪는 여자는 어떻게든 행복한 삶을 꾸리고자 안간힘을 쓴다. 그럴수록 불행의 나락으로 빠지는 비극적 상황은 조금의 희망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연쇄적인 파국을 보여주기 위한 작위적 설정과 거친 화법이 거슬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삶을 옥죄는 여러 문제를 개인의 행불행으로 돌리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는 영화의 태도, 그 이글대는 시선을 외면할 수 없다. 대조적으로 김서형의 서늘한 연기는 현실과 맞닿은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명연기다. 

비닐하우스

감독 이솔희

출연 김서형, 양재성, 안소요

개봉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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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이스트
감독 마츠나가 다이시
출연 스즈키 료헤이, 미야자와 히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쉽지 않은 질문을 파고든다
★★★
각본과 촬영 단계부터 LGBTQ+ 자문 전문 스태프를 따로 두었을 만큼 ‘당사자성’을 사려 깊게 염두에 둔 작품이다. 원작을 영상으로 옮기면서 가미된 다큐멘터리적 터치는 가상의 창작물이 아닌, 현실 세계와 맞닿은 이야기로서의 폭넓은 확장성을 지닌다. 전면에서는 섹슈얼리티 이슈가 먼저 부각되어 보이지만, 파고 들어가면 사랑의 방식과 의미에 깊이 있게 접근하는 작품이라는 본질이 보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 영화 그 이상 
★★★☆
영화는 주인공 코스케의 사랑을 밀착해 들여다본다. 사랑을 원하고,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가져다준 설렘과 기쁨에 취하고,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고 슬픔에 빠진다. 연인을 잃고도 멈추지 않는 그의 사랑법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랑과 이별 그 이후까지 뻗어나가는 이야기가 사랑의 정의를 되묻는다. 사랑의 종류도, 사랑의 기한도 타인이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코스케의 사랑은 유기체여서 아름답다. 스즈키 료헤이의 헌신적인 열연, 미야자와 히오의 색다른 매력이 빛나는 영화다. 

에고이스트

감독 마츠나가 다이시

출연 스즈키 료헤이, 미야자와 히오

개봉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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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
감독 카리야마 슌스케
출연 아시다 마나, 미야모토 노부코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원작의 온기를 그대로 
★★★☆
BL 만화에 빠진 여고생과 할머니의 우정을 그린 인기 만화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를 영화화했다. 원작의 주요 장면과 대사뿐 아니라 소소한 부분까지 영화 만의 터치로 생생하게 살린다. 세대를 뛰어넘는 주인공들의 성장 이야기에 아기자기한 각색을 더한 솜씨가 인상적이다. 주연을 맡은 아시다 마나와 미야모토 노부코는 원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두 배우의 대표작을 갱신한다. 

메타모르포제의 툇마루

감독 카리야마 슌스케

출연 아시다 마나, 미야모토 노부코, 타카하시 쿄헤이, 후루카와 코토네

개봉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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