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잠들지 않는 공포
★★★★
유혈이 낭자하거나 자극적 캐릭터 없이도, 관객을 쥐락펴락하면서 러닝타임 내내 텐션을 놓치지 않는 공포영화. 수면 장애로 인한 기이한 상황에서 시작된 영화는 오컬트 요소가 결합되면서 더욱 흥미진진한 공포의 풍경으로 이어지고, 정유미와 이선균을 비롯해 배우들의 뛰어난 앙상블은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소다. 이 영화로 데뷔하는 유재선 감독은 클리셰가 강한 호러 장르 안에서, 관습을 영리하게 이용해 새로운 톤의 공포를 만든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안전한 곳은 없다는 현대적 강박
★★★☆
현대의학과 샤머니즘이 뒤엉킨 기이한 무대에서 벌어지는 밤의 소동극. 장(chapter)이 바뀔 때마다 약간의 공백을 남기는 의도적 점프는 영화가 관객에게 게임을 건네는 방식이다. 당신은 여기에 어떤 상상력을 채워넣을 것인가. 수진과 현수, 둘 중 누구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이해할 것인가. 표면적으로는 수면 중 이상 행동을 고치려는 커플의 사투지만, 젊은 부부에게 닥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장르로 우회해 풀어낸 시도라는 것이 <잠>의 보다 정확한 위치일 것이다. 가족이라는 최소 단위를 꾸리고 영위하는 것의 어려움, 한 생명을 낳고 기르는 고난, 친절과 우려를 가장한 외부의 공격, 편하게 머물러야 할 공간인 내 집마저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현대적 강박은 <잠>이 출발한 공포의 진정한 배경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부부의 세계란 님과 함께 하는 적과의 동침
★★★☆
수진(정유미)은 남편 현수(이선균)의 몽유병을 고치기 위해 열심이다. 둘이 함께라면 뭐든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수진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3장 구조로 이루어진 영화는 장마다 다른 분위기와 이야기를 통해 불안에 잠식당한 인간이 얼마나 공포스러워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아파트, 층간소음, 무속신앙 등 한국적인 요소를 조합해 긴장감을 쌓아 올리고, 불안을 증폭시키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아파트 층간소음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
(여러 지점에서 함께 거론되고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한국적인 공간인 아파트 내에 도사리는 이기심을 공포로 치환했다면, <잠>은 아파트의 구조적 취약성에서 공포를 길어 올린다. <잠>이 특히나 주목하는 건 가장 믿었던 사람이 공포가 되는 순간. 전에 본 적 없는 참신함으로 무장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익히 본 적 있는 요소들을 ‘신박’하게 조립해 신선한 기운을 안기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미스터리로 시작해 심리 스릴러를 경유했다가 오컬트로 당도하는 장르적 변용이 탁월하고, 군더더기 없는 편집 호흡도 명쾌하다. 끓는점을 향해 서서히 달궈지는 정유미의 얼굴이 감탄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