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새로운 듯 익숙한
★★★☆
<크리에이터>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류의 과거와 현재에서 교훈을 찾고자 한다. AI를 이미 활용할 대로 활용한 뒤 폐해가 있으니 금지하고, 이를 이용하는 후발주자들을 규제하겠다는 미국의 태도는 선진국들의 '내로남불'식 기후변화 대응 그 자체다. 또 미국에 의한 뉴 아시아 침공은 명백히 베트남전에 대한 메타포다. 영화는 서구의 과오에 대한 속죄를 바탕으로 깔고 있기에 인간과 AI의 공존을 해법으로 내릴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앞서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들의 잔상이 내내 아른거린다는 것. 미국의 뉴 아시아 침공에 대해서는 <지옥의 묵시록>과 <플래툰>을, AI를 인격으로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블레이드 러너>를, 뉴 아시아의 공간적 묘사에 있어서는 <공각기동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군과 AI 옹호론자의 전투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국군과 반란군의 대립과 닮아있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서사의 독창성은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즐길만한
★★★☆
호텔 뷔페를 다녀온 느낌. 셰프도 유명하고, 참여 스태프 면면도 상당한데, <블레이드 러너> <A.I.> <알피> <공각기동대> 등 AI를 소재로 했던 영화들의 맛있었던 지점을 한껏 인용해 내놓은 차림새라 이 작품만의 독창성으로 기록될 지점은 옅다. 물론 익숙하다는 게, 재미없다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호텔 뷔페가 그렇듯, 시각적으로 포만감을 부르는 그림들이 있고 퀄리티도 준수해서 시간을 아깝지 않게 즐긴 기분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