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풍경 (제공=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국내 유일 산악영화제인 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가 20일 개막했다. 개막식은 홍보대사인 ‘움피니스트’ 고보결 배우와 유지철 아나운서의 사회로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열렸다. 무대에 올라 개막선언을 한 김두겸 울산시장은 “기존의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로 이름을 바꾼 첫해”라며 “지속적으로 예산도 늘리고 보다 규모를 키워서 캐나다의 밴프산악영화제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산악영화제로 키울 것”을 약속했다. 올해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은 산악인 엄홍길도 마치 웅변대회를 하는 것 같은 우렁찬 인사말로 “29일까지 열흘 동안 축제를 즐겨달라”며 개막을 축하했다. 올해 국제경쟁부문에는 총 77개국 781편이 출품됐고 그중 14편의 장편, 6편의 단편 등 총 20편이 최종 선정됐다. 주제로는 등반과 클라이밍 등 정통 산악영화, 그리고 기후 온난화와 거대 산불, 화산 폭발 등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한계와 장애까지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그를 포함해 올해는 36개국 151편에 이르는 산악·자연·환경 영화가 선보이며, 상영관을 태화강 국가정원까지 확대했다.

앞서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엄홍길 집행위원장과 홍보대사를 맡은 배우 고보결, 이순걸 울주군수(영화제 이사장)가 올해 슬로건인 산을 표현하고 있다. (제공=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 후 첫 주말부터 산악 관련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는다. 올해 울산울주세계산악문화상 수상자인 스티븐 베너블스의 영화 상영과 강연부터 <야마노이 야스시: 등반과 삶​>으로 영화제를 찾는 일본의 등반가이자 아시아인 최초 황금피켈상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야마노이 야스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남극점 무지원 도달에 성공한 산악인 김영미, <프리 솔로> <14좌 정복-불가능은 없다>의 산악영화 전문 촬영감독 크리스 알스트린 등 많은 산악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특히 개막식에서 아내와 함께 무대에 올라 상을 수상한 스티븐 베너블스는 “5년 만에 찾은 한국은 여전히 음식이 맛있고, 한국 사람들의 열정에 놀란다”며 감격해 했다.

스티븐 베너블스(왼쪽)와 김영미(오른쪽)

‘산악문화의 전도사’로 불리는 스티븐 베너블스는 1954년 영국 런던 출생으로, 17세부터 등반을 시작하여 무산소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최초의 영국인이다. 전 세계 40여 곳을 탐험하고 등반한 경력을 바탕으로 책임감 있는 등반 윤리를 강조하며, 산악스포츠 윤리 정립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총 11권의 산악 서적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1987년에 출간한 「페인티드 마운틴」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보드맨-태스커 상을 받았으며, 히말라야 등반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히말라야 알파인 스타일」은 밴프 산악도서 그랑프리,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개막작 <아담 온드라: 한계를 넘어>

이어 올해의 개막작 <아담 온드라: 한계를 넘어>가 상영됐다. ‘농구에 마이클 조던이 있다면, 클라이밍에는 아담 온드라가 있다’는 말로 설명되는 천재 클라이머 아담 온드라의 삶을 담은 영화로, 그가 부단한 노력 끝에 올림픽에 참가하는 과정을 그린다. 세계 최고의 암벽 등반가 중 한 명인 아담 온드라는 이미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파인 라인>이나 <온드라의 시대> 등을 통해 소개된 인물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암벽에 도전해온 진정한 거장이다. 하지만 미디어와 대중의 반응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등반에 대한 그의 열망은 승리에 대한 의무감으로 바뀌어 갔다. <아담 온드라: 한계를 넘어>는 클라이머의 세계를 일반인들에게도 소개할 수 있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평소 침술 등 동양의학으로 자신을 관리하는 모습, 희생하는 아내의 눈물 등을 담아내며 아담 온드라의 삶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더불어 ‘한계는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그의 끝없는 노력을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릴락 17>(왼쪽)과 <겨울을 오르는 사람들>(오른쪽)

국제경쟁 섹션에서는 작년 개막작 <알피니스트: 마크 앙드레 르클렉>을 만든 릴락(Reel Rock) 시리즈의 감독 피터 모티머의 신작 <릴락 17>, 영국 클라이밍 영화의 장인 엘라스터 리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방의 한겨울을 담아낸 신작 <겨울을 오르는 사람들>이 소개된다. 2023년 5월 히말라야산맥의 안나푸르나와 다올라기리 두 봉우리를 한 시즌에 무산소 등반과 스키 하강 원정을 무사히 완료한 폴란드 팀의 원정을 다룬 <매드 스키 프로젝트>도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된다. 아시아경쟁 섹션에서는 장편 애니메이션 <클라이밍>으로 주목받고 울주서밋 제작에 참여한 김혜미 감독의 <나무의 집> 등 한국영화 3편이 선정됐다.

<매드 스키 프로젝트>(왼쪽)와 <나무의 집>(오른쪽)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올해부터 국제경쟁 시상부문을 대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으로 대폭 개편한다. 또한 등반과 클라이밍, 탐험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될 '산' 섹션 작품들은 관객들이 직접 투표하는 관객상의 후보가 돼 산악영화제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이정진 프로그래머는 “기존의 영화 소재에 따른 시상 부문에서 영화의 작품성, 완성도, 연출력에 초점을 맞춰 그에 준하는 작품에 수상의 기회가 갈 수 있도록 시상부문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폐막작 <밤의 인도자>

이어 김창완 밴드가 개막공연으로 축제 시작을 알렸다. 이후 영화제 기간에는 가수 이승환이 직접 움프시네마를 찾아 영화 <엑시트>의 OST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에서도 주말과 휴일인 21-22일 12편의 영화 상영과 함께 커피로드와 울산아티스트로드 등 체험 프로그램, 가수 적재·홍이삭과 피아니스트 진수영의 공연 등이 진행된다. 28일에는 영화 <리바운드> 상영과 함께 장항준 감독이 관객들을 만나고, 이어 다이나믹 듀오의 무대가 마련된다. 대미를 장식할 폐막식에서는 국제경쟁과 아시아경쟁 부문 시상식이 진행되며, 줄리엣 드 마르시악 감독의 <밤의 인도자>가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경에 있는 산간마을 몽쥬네브흐 마을에서 벌어지는 난민 문제를 자원봉사자의 시점으로 담아낸 영화로, 올해 비종 뒤 릴 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작품이다. 스키 리조트인 몽쥬네브흐는 아름다운 전원에 자리 잡고 있지만 경찰이 이민자를 사냥하듯 쫓으며 체포 작전을 벌이는 으로, 이에 대항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쫓기는 이민자들을 돌아가며 보호하고 있다. <밤의 인도자>는 하룻밤 동안 그 곁을 지키며 그들이 겪는 일들을 직접 체험하듯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몽쥬네브흐의 실상을 냉정하게 전달한다.

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오는 29일까지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와 울산시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개최되며 전 세계 150여 편의 산, 자연, 인간을 담은 영화들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할 예정이다.


주성철 씨네플레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