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이 마약 혐의로 수사 중에 있다. 아마 필자뿐 아니라 모두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듯하다. 이 예상치 못한 소식에 당혹감도, 예상외로 훨씬 악질인 품행에 분노도, 그가 보여준 연기에 찬사를 보냈던 것에 후회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 제3자인 대중보다 더 심각한 걱정을 안고 있을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그의 차기작 공개를 앞둔 사람들이다. 이선균은 올해에 영화 2편을 선보였고, 차기작도 2편 대기 중인 상태였다. 향방을 알 수 없게 된 두 영화, 그리고 하마터면 큰일을 치를 뻔한 드라마들을 정리했다.


탈출: PROJECT SILENCE

〈탈출: PROJECT SILENCE〉 스틸컷
〈탈출: PROJECT SILENCE〉 스틸컷

 

<탈출: PROJECT SILENCE>는 올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공개했다. 영화는 2020년 4월, 이선균과 주지훈 캐스팅 소식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제작에 착수했다. 당시 제목은 '사일런스'였는데, 이후 공개를 앞두고 <탈출: PROJECT SILENCE>라는 제목으로 변경했다.

<탈출: PROJECT SILENCE>는 갑자기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가 깔리고, 대교 위에 고립된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재난영화에다가 안갯속에서 '에코'라고 불리는 개들까지 등장하며 공포스러운 순간까지 아우른다. 재난 블록버스터가 대개 그렇듯, 화려한 출연진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묘사해 재난 액션 블록버스터의 깊이까지 성취하려는 포부를 보였다.

〈탈출: PROJECT SILENCE〉 포스터
〈탈출: PROJECT SILENCE〉 포스터

칸 영화제 상영 후 2024년 개봉을 예정한 영화는, 이제는 극장에서 만날 수 있을지 가능성조차 점치기 어렵다. 이선균이 영화를 이끄는 주요인물로 출연했으니 그의 캐릭터를 편집이나 CG로 지울 수도 없는 노릇. 원래대로였다면 '이선균의 첫 블록버스터'이자 '<잠>과 함께 2023년 칸 영화제를 정평한 이선균의 영화' 정도로 소개돼 관객들과 만났겠지만, 현재로서는 영화가 어떻게 되든 그런 셀링포인트로 마케팅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할 것이다. <탈출: PROJECT SILENCE>는 <굿바이 싱글> 이후 7년 만에 돌아온 김태곤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수안, 김희원, 문성근, 예수정, 김태우, 박주현, 박희본 등이 출연한다.

 
 

행복의 나라

〈행복의 나라〉 촬영 종료 기념사진
〈행복의 나라〉 촬영 종료 기념사진

<행복의 나라>은 한국 현대사의 한 사건에 휘말린 군인과 그를 구하기 위해 법정에 뛰어든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생계형 변호사였으나 점차 변화하는 변호사 정인후는 조정석이, 그를 변화시키는 군인 박태주는 이선균이 맡았다. 순수하게 스토리만 두고 봤을 때는 <행복의 나라>가 <탈출: PROJECT SILENCE>보다 공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태주는 '강직한 군인'이라고 묘사된 캐릭터인데, 이선균이 마약 혐의에 휘말렸으니 관객의 정서로는 훨씬 더 몰입하기 어려울 수밖에.

<행복의 나라>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7년의 밤> 등을 연출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다. 추창민 감독은 전작 <7년의 밤>도 촬영 종료 이후 개봉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었는데, 이번에 준비한 <행복의 나라>로까지 표류 상태여서 누구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 않을지 우려마저 든다. 이외에도 조정석, 이선균과 호흡을 맞춘 제3의 주인공 유재명 또한 평소 그의 명성대로 훌륭한 연기를 보였을 듯한데 그것도 볼 수 없게 됐으니 관객으로서도 아쉬울 뿐.

 
 

노 웨이 아웃

불행인지 다행인지.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촬영을 막 시작했을 때 이선균이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을 전해들어 자연스럽게 하차 수순을 밟았다. 물론 주연 배우가 갑자기 하차한 것이어서 당장 잡혀있는 촬영 일정을 중단하고 2주간 휴식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선균 정도의 인지도가 있으면서 동시에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찾는 것도 무척 곤혹이겠으나, 그럼에도 만일 촬영이 한창인 중반에 사고가 터진 것보다야 몇 천 배는 나은 상황이다.

<노 웨이 아웃>은 희대의 흉악범이 출소하자, 그의 목에 200억 현상금이 걸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200억 원 현상금으로 일어나는 사적 재재, 이를 막고자 하는 경찰과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장 등 각 인물들의 속내가 얽히고설키는 이야기. 여기서 이선균은 시민들을 지키려는 경찰 백중식 역으로 발탁됐다. <행복의 나라>에서 함께 했던 유재명은 하필 여기에도 출연하는데, 그로서는 차기작 두 편이 차질을 빚는 아찔한 상황. 그 외에도 대만 청춘스타 허광한이 <노 웨이 아웃>으로 한국 드라마 데뷔할 예정이었는데, 촬영 연기가 변동을 가져올지도.


Dr. 브레인 시즌 2

〈Dr. 브레인〉
〈Dr. 브레인〉

 

애플tv+ 최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이자 김지운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Dr. 브레인>. 2021년 공개 이후 2022년 초, 후속 시즌 제작 예정으로 발표됐다.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었으나 최근 <거미집>을 공개한 김지운 감독이 “차기작은 <Dr. 브레인> 시즌 2를 연출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원년 멤버들이 다시 모이는 각이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주연 이선균이 마약 혐의로 사실상 제작이 불투명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Dr. 브레인>은 공감 능력은 전혀 없지만 특유의 천재성을 타고난 뇌과학자가 5년 전 죽었다는 아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코마 상태인 아내의 뇌와 동기화한다는 내용을 다뤘다. 본격적인 제작 전이어서 다른 작품에 비해 타격은 덜하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작업 중인 작가진과 스태프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것 같다.


이선균의 차기작은 위와 같다. 제작을 완료한 작품이 두 편뿐이긴 하지만, 두 편 제작비만 해도 300억 가량 되기 때문에 관계자들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보도에 따르면 올 초부터 마약 혐의로 조사 중인 유아인, 그리고 이번에 조사 중인 이선균 두 배우 때문에 작품들이 공개를 미루거나 취소되면서 600억 가량의 제작비가 공중분해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다. 안 그래도 위기에 봉착한 한국영화계에 주연급 스타들이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마약에 대한 경종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