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은 아직도 싸우고 있다"
- <공범자들> 최승호 감독

MBC, KBS 등 공영방송은 지난 9년 간의 이명박근혜정권에서 가장 큰 피해자였다. MB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KBS 정연주 사장이 해임됐다. MBC 엄기영 사장은 권한을 하나둘씩 빼앗기더니 결국 사표를 쓸 수밖에 없었다. 정권은 검찰, 경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동원해 언론을 탄압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언론인들이 옷을 벗어야 했다. <뉴스타파> 최승호 PD그렇게 MBC <PD수첩>에서 쫓겨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가 전작 <자백>(2016)에 이어 내놓은 <공범자들>은 우리가 왜 공영방송 정상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다큐멘터리다. 이용마 MBC 해직 기자, 김보슬·김민식 MBC 피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MBC 기자) MBC 동료들이 부천을 찾아 <공범자들>을 보았는데, 그들의 감정은 어땠을까. 승호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공영방송 내부에서 긴 시간 동안 투쟁을 해왔음에도 그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목적이 두가지다. 촛불 혁명을 일으킨 시민들은 그동안 공영 방송은 아무 투쟁도 안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잘 싸워봐라, 그걸 보고 도와줄지 생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잘 드러나진 않았지만 방송사 내부에서 싸우는 과정이 있었, 희생이 컸으며, 아직까지도 진정성 있게 싸우는 사람이 많다. 그걸 시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공영방송 문제에 기대를 가지게 하는 게 첫 번째 목적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언론은 장악되지도 않을뿐더러, 권력 스스로 멸망을 자초할 수 있다. 언론이 피를 흘리고 희생하지 않으면 언론의 자유를 지켜낼 수 없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싶었다.

= 감독 자신 또한 언론탄압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연출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

- 부정적인 측면도,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피해 당사자인 내가 과열된 상태가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당사자였기에 이 문제를 속속들이 알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없는 시간에 빨리, 쉽게 접근하는 게 가능했다.

= 제작 과정에서 과거 영상을 다시 보니 어떤 감정이 들던가.

- 그 상황을 직접 경험했으니 정권의 탄압을 막기 위해 애쓰고, 고함 지르고, 몸싸움 했던 사람들의 결말을 알고있지 않나. 결말이라는 건 비극적이고 절망적이라 화면 속에 들어가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 영화는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매뉴얼에 따라 언론을 얼마든지 장악할 수 있다는 걸 상세하게 보여주는데.

- 그래서 (정권이 언론을) 점령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KBS의 경우, 그냥 이사회가 움직여 (정연주) 사장을 하루아침에 해임시켰다. MBC의 경우 방송문화진흥회가 바로 사장을 해임시키면 여론이 안 좋아질 수 있으니 (엄기영) 장의 권한을 조금씩 빼앗으며 사장이 사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거다. 그 두 가지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 영화의 중후반부는 아직도 투쟁하고 있는 해직기자들을 다루는데.

- 아쉽게도 해직기자들을 많이 넣지 못했다. 2012MBC 170일 파업 과정만으로 한편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 만큼 이야기가 방대하다. 언론 탄압의 피해자들이 가진 회환을 대표하는 인물이 MBC 이용마 기자인 까닭에 그의 사연을 직접 보여줘야 했다.

= 방송 PD로서 극장용 다큐멘터리 두 편을 연달아 만들어보니 어떤가.

- <자백><공범자들>을 만들면서 극장용 다큐멘터리는 TV보다 더 깊은 세계가 있다는 걸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공범자들>은 빨리 진행하다 보니 속성 과외를 받은 느낌이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 더 만들었으면 좋겠다. 우선은 공영방송 바로 세우기부터 하고.

공범자들

감독 최승호

출연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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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성훈 · 사진 박종덕 객원기자
(<씨네21> 공식 데일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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