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을 앞두고 어디에 묵을까를 고민하던 저는 에어비앤비라는 국제 민박 사이트를 이용했습니다. 프랑스인이었던 숙소 여주인은 요리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여행객인 우리에게 무척 다정했습니다. 아침마다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부엌을 보여주며 식재료와 도구를 설명해주기도 했고, 직업이 셰프인 동생 자랑을 하며 그녀가 펴낸 요리책도 보여줬습니다. 디저트에도 관심이 많은 그녀 덕분에 다양한 마카롱을 접할 수 있었죠. 그녀가 직접 예약해준 레스토랑에서 맛본 프랑스식 코스 요리 덕분에 여행의 즐거움이 늘어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그녀와의 만남은 프랑스인들은 모두 미식가라는 나의 선입견(?)에 기름을 부어준 셈이 됐습니다. 모두가 요리를 사랑하고 요리를 즐기는 나라. 프랑스는 미식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나라입니다.

영화 <쉐프>에는 프랑스 요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찬 프랑스 셰프가 등장합니다. 알렉상드르(장 르노 분)는 미슐랭 가이드 별 세 개를 기록한 최고의 레스토랑 셰프이며 매주 TV 쿠킹 쇼에 출연할 만큼 인기 스타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일하는 가게의 젊은 사장은 전통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그의 요리를 고리타분하게 여기며 쫓아낼 궁리를 합니다.

이 젊은 사장은 가공식품, 냉동식품 등을 활용해 재료의 단가를 낮춰 이윤을 내는 데만 관심이 있거든요. 두 사람은 번번이 의견차를 보이고 사장은 자신의 운영방식에 매번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알렉상드르를 곱게 보지 않죠. 결국 사장은 알렉상드르가 만든 봄맞이 새 메뉴가 미식가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해 레스토랑의 별이 차감될 경우 알렉상드르를 가차 없이 쫓아낼 것임을 경고합니다. 이제 알렉상드르는 사람들을 사로잡을 새로운 메뉴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또 다른 셰프 자키(미카엘 윤 분)도 있습니다. 그는 천재적인 요리 감각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의 요리는 사람들에게 너무 어렵게 느껴집니다. 예를 들면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주문한 손님들에게 호두 호박 무스, 로메인 샐러드 위에 올린 단밤 아스픽, 토마토 라비올리를 추천하는 식이죠. 손님들의 입맛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몸담는 레스토랑마다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이며 곧 태어날 아기 때문에 경제적인 안정이 절실한 자키. 결국 그는 셰프의 꿈을 접고 페인트공으로 취직합니다. 하지만 우연히 그곳에서 인생의 등불이자 멘토로 삼아왔던 전설의 셰프 알렉상드르를 만나게 됩니다.

자키는 늘 알렉상드르의 레시피를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에 비유하며 따라했고 그처럼 되길 꿈꿔왔습니다. 알렉상드르도 자신의 메뉴를 똑같이 따라하는 요리 천재 자키를 보고 놀랍니다. 서로 너무 달라서 처음엔 삐걱대던 두 사람이지만 알렉상드르가 자키의 실력을 인정하고 자신의 조수로 임명하면서 두 사람은 손발이 맞기 시작합니다. 이제 남은 건 봄맞이 메뉴 개발! 이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이들의 움직임은 사람들에게 큰 웃음과 기쁨을 선사합니다.

전통 계승과 혁신 사이의 충돌은 요리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맛을 원했고 이에 맞춰 요리의 기법도 변해왔습니다. 건조 숙성 방식인 드라이 에이징 기법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음식의 맛 성분을 막아주는 진공저온 요리 방식이 유행을 하기도 했는데, 이 영화에서 찾은 현대적인 기법은 분자요리입니다.

이는 음식을 분자 단위까지 연구해 질감이나 조직 등 요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원래의 형태를 버리고 새로운 모양으로 재창조하는 기법이라 원재료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워낙 독특한 발상이라 분자요리로 유명한 스페인의 레스토랑 엘 불리는 이미 명소가 되었고 (아쉽게도 현재는 문을 닫았지만) 이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 <엘 불리:요리는 진행 중> 2011년에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합니다. 영화 속 소중한 일상의 요리들도 그렇습니다. 추운 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수프, 딸이 시험을 볼 때마다 행운을 비는 마음으로 만들어주는 아몬드 브리오슈, 갓 태어난 딸이 쑥쑥 자라 자신이 만든 뵈프 부르기뇽을 맛 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 우리가 요리를 먹는 행위로만 보지 않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데는 이런 진정한 마음이 요리에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죠. 요리의 형태와 조리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든 중요한 건 언제나 본질이니까요.

우리는 가끔 주변의 것들을 수치화하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별점을 매기고 맛있는 음식을 파는 가게에도 별을 답니다. 사실 이렇게 점수를 매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개인마다 생각과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평가의 관점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키는 새로 맡은 레스토랑에 별점을 달지 않습니다. 정성과 마음이 담긴 요리에 점수를 매기는 건 무의미할 테니까요.


영화 속 메뉴 따라하기

이 영화의 무대가 고급 레스토랑이다 보니 등장하는 요리도 화려합니다. 재료부터 구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집에서도 간단한 재료로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면서도 폼 나는 요리를 소개하려 합니다. 연어를 종이 포일로 싸서 굽는 생선요리인데요, 구운 뒤 포일 채 그릇에 올리기만 해도 굉장히 이국적인 식탁이 차려집니다. 영화 속 절대 감각을 타고난 셰프들처럼 멋지게 만들어보세요.

연어 파피요트

▶ 재료
연어 1토막, 양파 1/4, 주키니 호박 1/6, 샐러리 1, 레몬 슬라이스 1/2개분, 방울토마토 2, 블랙 올리브 3-4, 올리브오일 1 큰 술, 화이트 와인 1 큰 술, 소금 후춧가루 적당량, 2줄기, 여분의 올리브오일 적당량

▶ 만들기
소스 : 사워크림 3 큰 술, 마요네즈 3 큰 술, 다진 케이퍼 1 큰 술, 다진 마늘 1 큰 술, 설탕 1 큰 술
1. 연어는 흐르는 물에 잘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 뒤,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밑간한다.
2. 양파는 얇게 슬라이스로 썰고, 주키니 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썬다. 샐러리는 껍질을 벗겨 어슷 썬다. 방울토마토는 2등분 한다.
3. 종이 포일에 올리브오일을 바르고 양파와 호박, 샐러리를 올린 뒤에 1의 연어와 방울토마토, 레몬 슬라이스, 딜을 얹는다.
4. 3을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 뒤 윗면에 올리브오일 1 큰 술을 바른다.
5. 마지막으로 화이트 와인을 끼얹은 뒤 가운데 부분을 접어 스테이플러로 고정하고 양쪽 끝도 접어서 마저 봉한다.
6. 오븐을 180도로 예열한 뒤 15분가량 구워낸다.
7. 소스의 재료는 모두 섞어서 함께 곁들인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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