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걸 어떻게 찍었을까?' 영화를 관람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신 적이 있나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장면, 혹시 롱테이크로 촬영된 장면은 아닌가요?

이런 장면들처럼요. (<올드보이>, <어톤먼트>)

근래 많은 영화들이 롱테이크를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어떤 영화, 어떤 장면에서 사용했는지, 혹은 영상에 새겨진 내용이 어떤지에 따라 확연하게 다르죠. 우리가 기억하는 롱테이크, 어떤 것이 있는지 만나볼까요? 

롱테이크가 왜 새롭지?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롱테이크는 그렇게 보편적인 촬영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2000년 이전에 롱테이크를 사용한 대표적인 작품을 떠올려보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서편제>, <로제타> 등이 있습니다. 

<서편제>의 롱테이크, '진도 아리랑' 장면

그러니까 아주 극단적인 경우죠. 제작 자본이 충분한 경우, 아니면 연출자의 의도를 충실하게 반영한 경우. 필름이 사용되던 시기에 롱테이크 기법은 '촬영 시간=필름량=돈'이라 다소 어중간한 작품에선 만나기 어려운 방식이었죠. 

10분의 롱테이크를 이어 완성한 <로프> 촬영 현장.

하지만 필름보다 디지털로 촬영하는 시대로 넘어오면서 롱테이크 촬영은 보편화됐습니다. 여전히 롱테이크를 위해선 준비해야 할 시간이 많지만 적어도 '필름값'의 압박에선 벗어났으니까요. 

디지털이 완성시킨 명장면

필름의 시대가 가고, 디지털 촬영이 도래하면서 롱테이크는 좀 더 보편화됐습니다. 필름값 걱정이 없고, 10분(필름 한 통으로 촬영 가능한 시간)이란 제한도 없고, 카메라도 상대적으로 간소해졌으니까요.

<버드맨> 촬영 현장.

그래서 하나의 롱테이크로 완성된 영화들도 있습니다. 2006년 제작된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이란 영화는 96분간 단 하나의 롱테이크로 영화를 채웁니다. 한 곳에서 세트를 짓고 촬영된 영화라 연극에도 발을 걸치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몽환적인 시간 구성이 롱테이크 영화와 맞아떨어집니다. 

The Magicians - 마법사들 예고편. 아쉽게도 DVD로만 만날 수 있습니다.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의 <러시아 방주>라는 영화 역시 96분의 롱테이크로 이뤄졌습니다. 성 페테르스부르크의 에르미타쥬 박물관을 배경으로 러시아의 '역사'를 응축시킨 영화를 탄생시킵니다. 오케스트라와 수천 명의 엑스트라로 완성된 영화는 러시아 관객들에게 더 크게 다가왔을 겁니다.

이제는 '롱테이크' 하면 조건반사처럼 떠오르는 <버드맨>도 있죠.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를 넘나들며 리건(마이클 키튼)의 뒤를 쫓는 이 영화는 '버드맨'이란 제목처럼 카메라가 유영하며 인간 군상을 담습니다. 물론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역시 이 촬영 기법으로 촬영했습니다.

기억해야 할 이름 BEST 3?

<버드맨>이 나왔으니 '롱테이크'에 이름을 남긴 세 사람을  소개합니다. 먼저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현재 명실상부 롱테이크를 가장 잘 찍는 촬영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칠드런 오브 맨>에서 10분이 넘는 롱테이크 추격전을 선보이더니 이후 <그래비티>에서 12분 롱테이크 우주 장면으로 관객들을 경악시켰죠. 

Children of Men 2006 Long Take 3

이후에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함께 <버드맨>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완성시켰습니다. 두 작품 모두 역대급 롱테이크를 선사했는데요, <버드맨>은 시간을 축약시키는 연출을 택했고 <레버넌트>는 자연광만으로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BIRDMAN: "Does She Talk"

또 다른 영혼의 파트너로는 테렌스 멜릭 감독이 있습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투 더 원더>, <나이트 오브 컵스>, 그리고 최근 개봉한 <송 투 송>까지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핸드헬드, 롱테이크. 이 분야에서 빠지면 섭한 사람들이죠. 다르덴 형제입니다.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형제로 1996년 <프로메제>로 영화계에 데뷔했습니다. 

"Rosetta" di Jean-Pierre e Luc Dardenne, 1999, Belgio, Francia

이후 <로제타>, <아들>, <더 차일드>, <자전거 탄 소년>, <내일을 위한 시간> 등 다양한 작품을 찍었습니다만, 역시 이들의 시그니처 샷이라면 '인물 뒤에서 따라붙는 롱테이크'일 겁니다.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망합니다. 

다르덴 형제와 항상 함께하는 알랭 마르코엔 촬영감독은 imdb.com 기준 41편을 촬영한 걸로 나오는데요, 아쉽게도 국내에선 다르덴 형제의 작품을 제외하곤 정식으로 소개된 적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정말 '전설'과도 같은, 이분하면 숙면 롱테이크가 떠오르는 감독입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입니다.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들을 찍었지만, 대중들에겐 '수면제' 같은 영화로 기억되기도 하죠. <솔라리스>, <거울>, <잠입자>, <노스텔지아>, <희생> 등을 남겼습니다.

그중에서도 '롱테이크'로 유명한 작품은 <노스텔지아>과 <희생>이죠. <희생>에서 집이 불타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찍기 위해, 실제로 불태워버린(!) 건 유명한 일화죠. <노스텔지아>는 초를 들고 온천을 지나는 롱테이크로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상징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영화 수업 들을 때 힘들었습니다.)

Lisa Gerrard - Adrift (with Tarkovsky's Nostalghia)
요즘 롱테이크는 어때요?

디지털의 힘은 드라마에서도 롱테이크를 담을 수 있게 했습니다. <데어데블>은 롱테이크 액션을 선보였습니다. 또 <트루 디텍티브>에서도 형사들이 벌이는 침투 작전을 롱테이크로 담아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했죠. 둘 다 유튜브에서 'long take'를 검색해면 상위에 뜰 만큼 유명한 장면이죠. 

True Detective - Six minute single take tracking shot - no edits, no cuts - Who Goes There

거기에 CG의 활약으로 점차 롱테이크의 범위가 넓어지기도 했습니다. <어벤져스>의 짤막한 장면을 예로 설명드리면, 뉴욕에서 싸우는 히어로들의 모습을 쭉 따라가는 이 장면은 실제로는 끊어서 촬영한 뒤 CG로 이어붙인 것입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디지털식 롱테이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이죠.

THE AVENGERS - Avengers Assembled Scene!

<틴틴 : 유니콘호의 비밀>은 모션 캡쳐와 CG를 결합시킨 추격 장면을 선보였습니다. 작품 자체가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아 자주 거론되진 않지만, 에디터는 이 장면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연코 CG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니까요.

Gotcha. [Chase Scene]-The Adventures of Tintin. (Full-HD)

물론 이런 CG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아날로그 롱테이크'의 강렬함을 보여주는 영화도 있습니다. 최근작이라면 역시 <라라랜드>를 뺄 수 없겠죠. 오프닝인 'Another Day of Sun' 롱테이크는 사실 3개의 롱테이크를 절묘하게 이어붙여 탄생한 장면입니다. 

LA LA LAND - Another Day of Sun (Opening Scene)

진짜 전통적인 롱테이크라면 'A Lovely Night' 장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매직 아워(해가 지기 직전의 시간)에 맞춰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3개월 동안 노래와 춤을 연습했다는데요, 노력한 만큼 아름다운 결과물이죠?

A Lovely Night - La La Land

이외에도 롱테이크 명장면은 많습니다. <첩혈쌍웅 2 - 첩혈속집>의 경찰서 시퀀스, <어톤먼트>의 됭케르크 해안 전장 신, <올드보이>의 장도리 격투 신, <헝거>의 13분 대화 장면. <레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 장면 등등…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죠.

혹시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웠던 롱테이크 장면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함께 공유하시면 어떨까요?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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