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흥행대전의 서막이 열렸다. 지난해 <부산행> 천만 돌파를 예측했던 씨네플레이 에디터들은 올해도 회의 테이블에 모였다. 올여름 가장 큰 기대작으로 꼽힌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과연 승자는 어떤 영화가 될까? 씨네플레이 에디터들이 (맘대로) 예측해보았다.

-일단 <군함도>가 개봉한 지 한 주가 지났어. 처음에는 <군함도>가 강력한 원톱으로 나오면서 1000만은 기본이고 <명량> 기록을 깰까, 2000만 관객이 들까 하는 예측이 나왔었지.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반에는 흥행몰이를 하다 주말 지나면서 관객 수가 확 빠졌어. 먼저 왜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고.

<군함도>에 대한 아쉬움과 논란


박평남-먼저 내가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일동 웃음) 아니 영화를 안 봤는데 얘기하면 안 되는 거 아냐?

박평남-영화에 대한 얘기는 아니고. (웃음) 확실히 언론 시사를 했을 때는 "류승완 감독 영화 중에 별로다, 못 만들었다" 이 정도 얘기가 있었고, 역사왜곡이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얘기는 없었던 상태였어. 사실 영화 잘 만들고 못 만들고는 흥행에 상관없는 거잖아. 못 만든 영화도 흥행 잘 되는 경우도 엄청 많고.
 
-작년에 <인천상륙작전> 같은 영화가 그랬지.
 
박평남-그렇지. 문제는 이 영화가 역사왜곡 논란이 있다는 것인데. 오히려 언론시사 때는 그런 얘기가 거의 없었잖아.
 
-사실이 아닌 걸 사실처럼 왜곡했다기보다는 역사적 비극을 너무 가볍게 다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당시 탄광 노동자들이 정말 최악의 환경과 상황에서 고생하면서 노동을 했는데 그 착취당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다소 미화해서 그렸다는 것, 그리고 일본인들을 더 나쁘게 그렸어야 했는데 좀 덜 나쁘게 그렸다는 것, 또 조선인이 조선인을 괴롭히는 것 정도인데. 사실 조선인이 조선인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었겠지. 다만 그것만 너무 강조했다는 게 비판을 받는 것 같아.

짐니-거기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까지 더해져서 더 심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
 
박평남-되게 신기한 게 <군함도> 기사<군함도> 욕이 올라오는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보면 <덩케르크> 기사에도 그렇고 모든 영화 기사에 <군함도> 욕하는 댓글이 달렸더라고. 처음에는 독과점으로 비난하다가, 점점 역사왜곡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것 같아.

츄바카-역사왜곡 얘기가 있고 나서 쏟아지던 기사와 인터뷰를 보면 "'군함도'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다, 상업 오락영화다"라는 이야기가 있었어. 반면 영화사가 내놓은 홍보글에선 애국심을 고취하잖아. 그런 상충되는 지점들이 관객들의 반감을 사는 것 같기도 해.
 
-사람들이 '군함도'라는 가볍지 않은 역사적 진실을 가지고 좀 더 진중하게 이 참혹한 실태를 고발해주고, 일제가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환기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게 약했다는 거지. 그래서 왜곡했다는 것까지 나간 것 같아. 결국은 중요한 소재를 류승완식의 오락영화·장르영화를 만드는 데 이용했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지.
 
츄바카-세월호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어도 이렇게 만들었을 거냐는 얘기도 있더라고. 그 댓글 보고 되게 와닿았어.
 
도리-개인적으로 난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의 야심이 담긴 영화라고 생각해. 이전작 <부당거래>나 <베테랑>에서 보여준 사회 의식과 액션, 재미의 조화를 '군함도'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해서도 잘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문제는 영화의 완성도가 그걸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거지. 류승완 감독의 팬으로서 생각해봐도 어떤 면에서는 실패한 실험이었다고 생각해.
 
-사실 류승완 감독의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 생각 외로 공장의 기성품처럼 너무 빤하게 나와서 놀랐어. 대자본이 들어간 기획영화의 한계이기도 해. 애초에 돈이 많이 들어갔으니까 기본 1000만은 해야 돼. 천만영화가 나와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시작하면 영화가 이렇게 나온다는 거지. 그렇다고 영화가 아주 엉망이냐 하면 또 그렇진 않거든. 말 그대로 딱 무난한 수준의 영화로 나왔는데, 이상하게 사람들의 공분을 산 거야. 이 영화를 안 까면 이상한 거고.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이유로 힘을 내세워서 약자를 찍어누르는 그런 영화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거지. 박근혜 정권에 사람들이 억눌려 있다가 촛불시위하고 정권이 바뀌면서 이제는 강자가 약자를 찍어누르는 건 더 이상 우리가 묵과해선 안된다는 그런 심리들이 있는 것 같아. 재벌들의 갑질 이런 것도 지금 공정위에서 조사하고 처벌하려 하잖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대기업이 돈 많이 들여서 덩치로 밀어붙이는 거에 대해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반발하는 거지. 영화가 좋으면 사실 어느 정도 무마가 되거든. 그런데 영화도 그냥 그래. 더군다나 그렇게 민감한 한일관계 소재를 단순화하니까 더 공격하는 거지. 장점이 없는 영화는 아닌데 장점이 완전히 묻혀버렸어. 단점만 콕콕 집어 공격하니 이건 단점밖에 없는 영화처럼 되어버린 거야.
 
박평남-보통은 어떤 영화가 잘 된 경우 입소문의 힘을 얘기하는데, 이 영화는 대표적으로 입소문 때문에 잘 안되는 경우가 되어버렸어.
 
-개봉 첫날 100만 가고 첫 주말에 거의 400만 갔다가 그 이후 갑자기 관객이 확 떨어졌어. 500만 넘어서부터 증가세가 굉장히 더뎌졌잖아.
 
일동-맞아.
 
짐니-<택시운전사> 개봉하면서 더 확 떨어졌지.
 
츄바카-지난주에는 <군함도>밖에 볼 게 없었으니까.

-내가 지난 주말에 <군함도>를 한번 더 보러 갔는데, 노부부들도 많고, 자식들이 부모님 모시고 오고,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도 지팡이 짚고 오시고 그러더라고. <명량>이나 천만 넘는 영화들은 보통 초반에 젊은 관객들이 몰리고 그 다음부터 중노년층, 가족 관객들이 오면서 쭉쭉 올라가고 그러는데, <군함도>는 처음부터 중노년층, 가족 관객들이 몰렸어. 내가 보기엔 볼 사람들은 이미 초반에 다 봤고, 더 이상 늘어나기가 쉽진 않을 것 같아.
 
박평남-, 그렇구나. 진짜.
 
-내 생각엔 700만 그 정도. 700만도 힘겹게 들 것 같아.
 
짐니-나는 반대로 생각했어. 온라인상에서는 반응이 안 좋았지만, 출근하는 길에 아줌마들이 "그래도 <군함도>는 봐야지, 가족들이랑 꼭 봐야지" 하는 얘기를 듣고, 젊은 사람들이 안 봐도 40-50대 분들이 많이 봐서 잘 되겠구나 했었거든.
 
-어쨌든 영화가 이렇게 논란이 일면 사람들이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궁금증 때문에 보는 경향도 있지. 그런 이유로도 관객이 어느 정도 들 것 같긴 한데, 그걸 감안해도 800만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까 생각해. 상영 기간을 길게 끌고 갔을 경우에 말이지.
 
도리-~말 길게 끌고 갔을 때. (일동 웃음)

츄바카-'류승완 감독'이기 때문에 더 아쉬워. 류 감독에게 기대한 <군함도> 스타일이 있었는데.
 
-그 전에 <부당거래> <베테랑>이 워낙 좋았어서. 사람들의 답답한 속을 긁어주는 카타르시스도 있고, 내용도 흥미진진하고. ", 판 뒤집혔다" 하면서 확 엎어치고 그런 게 있었는데 <군함도>는 스토리가 그냥 예상 가능하잖아.
 
츄바카-위기 상황은 공감되지 않고, 필요해보이지 않는 장면도 많고...
 
-다른 에디터들의 <군함도> 예상 스코어는 어때?
 
일동-다 비슷한 거 같아.

<택시운전사>의 천만 가능성


-원래는 <군함도>가 원톱으로 치고 나가고, <택시운전사>가 그 뒤를 얼마만큼 따라잡을 것이냐 하는 게 관전 포인트였는데, <군함도>가 이렇게 확 떨어지면서 오히려 지금 상황이 <택시운전사>에게 득이 된 것 같아. 어제(82) 개봉했는데 첫날에만 70만 들었잖아. 영화에 대한 댓글 반응들도 좋고.
 
츄바카-맞아, 내 친구가 어제 봤는데 옆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우셨다고 하더라구.

-<군함도>가 잘 못한 걸 <택시운전사>가 잘했지.
 
도리-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정확히 상반되면서 말이야.
 
-어떤 평론가 평을 보면, "소재에 대한 예의를 지킨 영화"라고 하더라구. <군함도>가 진중하고 묵직한 소재를 가지고 그걸 제대로 활용 못하고 말하자면 장르영화 만드는 데 이용하고 낭비했다는 느낌인데, <택시운전사> 5·18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다는 거지. 신파보다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접근해서 소재에 대한 어느 정도 선을 지켰다는 느낌이야.
 
박평남-난 오히려 신파가 뚜렷해서 아쉬웠던 경우인데. 너무 신파로 가서 이렇게 밸런스가 무너지나 생각했는데, 사실 뭐 그건 관객들에게 전혀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고. 영화적으로는 완성도가 확실히 아쉬운데 닉이 얘기한 것처럼 소재에 대해 나쁜 의도는 전혀 없는 것 같아. 다만 좀 아쉬울 뿐이야.
 

구대리-'딸', '5·18', 이 소재만 봐도 굉장히 슬프잖아. 사실 나는 <택시운전사>그냥 그렇게 봤지만 '아, 흥행하겠구나, 대중들이 좋아하겠구나' 생각했지.
 
-5·18 때 시민들이 쓰러지고 총 맞고 죽고 이런 건 신파가 아니야. 진짜로 그런 일이 있었고, 그건 보기만 해도 슬픈 거고, 너무나 분통터지는 일이지. 그거 말고 영화에서 뻔하고 아쉬운 장면은 이런 거야. 류준열이 노래 부르는 걸 보고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독일 기자가 김치 먹고, 마지막에 <분노의 질주> 비슷한 자동차 추격 장면, 그런 게 좀 튀는 거지. 분명 단점도 존재하지만, <군함도>와는 반대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이 보이는 영화가 된 거지.

박평남-나는 <변호인>과 <택시운전사>가 되게 비슷해 보이거든. 아쉬운 면도 비슷하고.
 
짐니-둘 다 송강호!
 
-어쨌든 여러모로 지금 <택시운전사>에는 호재로 작용해서 <군함도>보다 더 잘될 것 같아. 1000만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변호인>이 얼마나 들었지?
 
일동-1000만 넘었지. 1100만 정도.
 
-<택시운전사>도 1000만 넘겠네.
 

구대리-그런데 난 <군함도>가 이렇게 까이는 게 안타까워반면 <택시운전사>에는 아쉬운 점이 많아. 아까 말했던 마지막 장면도 그렇고, 김치 이런 것도 안 했으면 좋겠고. 여자는 맨날 주먹밥 주고, 밥 해 먹이고, 김치 먹이고, 이런 역할뿐인데 주요 역할들은 다 남자들이잖아.
 
츄바카-그렇게 따지면 <군함도>도 마찬가지 아닌가?
 
-여성 캐릭터가 소외되는 건 한국영화의 전반적인 문제지.

도리-어쨌든 <택시운전사>는 지금 분위기로 보면 1000만 넘지 않을까 싶어.
 
츄바카-나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 둘 다 비슷할 거 같은데. <택시운전사>가 이번 주말에 400만을 넘을지 모르겠어.

<청년경찰> 의외의 복병 될까?

 
-나는 의외로 다음 주에 개봉하는 <청년경찰>이 복병이 될 것 같아. 그냥 별 생각 없이 가볍게 가서 편안하게 웃고 즐기는 영화니까. 예전에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이 그랬듯이. 그때 <군도> <명량> <해무> <해적> 빅 4가 붙었을 때 사실 <해적>이 제일 약하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800만 넘었잖아. 넷 중 유일한 코미디영화였거든. 올해 그 비슷한 포지션이 <청년경찰>인 것 같아. 나는 지금부터 <군함도>가 빠지고, <택시운전사>와 <청년경찰>이 쌍끌이로 가면서, <택시운전사>는 1000만, <청년경찰>은 500만~600만까지 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
 
츄바카-난 오히려 <해적>은 블록버스터 느낌이 있었는데, <청년경찰>은 이런 느낌이 전혀 없고 편하게 보는 영화라서 극장보다는 나중에 집에서 봐야 할 것 같아.
 
도리-나도 한 300만~400만 정도? <청년경찰> 나도 재밌게 보긴 했는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요즘 워낙 정치적 올바름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라 여성들이 봤을 때 좀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 사실 20대 청년 둘이 나오는 버디무비라는 게 이런 장면들이 있겠거니 대충 머릿속에 그려지잖아.
 
뿌요-맞아. <청년경찰>도 진중하게 다뤄야 할 소재를 너무 중간중간에 유머로 풀어서 그런 점에 어떤 반응이 나오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
 
도리-어쨌든 <청년경찰>은 다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영화잖아. 그런데 내 생각에는 지금 입소문이 많이 나고 있다고 봐.
 
츄바카-평도 되게 좋았던 것 같아.
 
뿌요-맞아, 언론시사 평도 좋았고, 재미도 있긴 하지.
 
짐니-그리고 어차피 박서준과 강하늘 얼굴 보러 가는 거기 때문에ㅋㅋㅋ

박평남-그렇다고 <청년경찰>이 <택시운전사>의 발목을 잡을 것 같진 않아. 완전히 결이 다르기 때문에. 그냥 쌍끌이로 가지 않을까.

-<택시운전사>는 깊은 여운이 남는 영화고, <청년경찰>은 재미로 보는 영화, 둘이 쌍끌이로 가지 않을까. <혹성탈출> 같은 경우는 두 영화의 흥행에 크게 변수는 되지 않을 것 같아.
 
도리-<택시운전사>가 확실히 1000만 넘을 것 같아. 작년에도 <부산행> <터널> <덕혜옹주> <인천상륙작전> 네 편이 경합을 벌였는데, 난 솔직히 그때 1000만 영화 못 나올 줄 알았거든. 그런데 부산행이 1000만 넘은 걸 보면 이번에도 <군함도><택시운전사>랑 둘 중 하나는 넘을 것 같아. 그리고 그게 <택시운전사>일 것 같고.

츄바카-영화평론가 듀나가 <택시운전사> 평을 남긴 게 생각나는데, 한국 근현대사를 소재로 만든 영화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중년 남성을 꼭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을 얘기했거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모두의 공감을 얻고 흥행할 수 있겠지.
 
도리-할리우드에서도 보통 그런 영화에서는 남자, 아버지가 주인공이야.
 
구대리-그럼에도 변화하는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어. (나지막이) 모두가 그런다고 꼭 그래야 되는 건 아니니까.

닉-흥행 여부를 떠나 좀 더 다양한 인물,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켜줬으면 좋겠어.

일동-(끄덕끄덕)

군함도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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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류준열,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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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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