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택시운전사>가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딸과 함께 단둘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취재를 위해 한국을 찾은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광주로 데려다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독일 기자라는 외부인, 택시기사라는 소시민을 통해 비극적인 역사를 사실적으로 구현해 그 시대를 기억하도록 마음을 두드립니다. <택시운전사>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 속 인상깊은 택시기사 캐릭터들을 모아봤습니다.


트래비스
로버트 드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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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드라이버>

영화 속 택시운전사 하면 곧장 떠오르는 캐릭터. 베트남전의 트라우마로 잠을 못 이루는 그는 하릴없이 택시를 몰고 "쓰레기 같은 도시" 뉴욕의 밤거리를 배회합니다. 밑도끝도 없는 외로움에 시달리던 그는 대통령 선거사무소에서 일하는 베티를 좋아하지만, 첫 데이트에 평소 다니던 포르노극장에 그녀를 데려가는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지르죠. 후반부의 파격적인 변신이 워낙 강렬해 모히칸 스타일의 이미지가 특히 많이 회자되지만, 음울한 재즈 음악과 함께 택시 안에서 점점 메말라가는, 나약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의 에너지 역시 잊기 힘듭니다.

택시 드라이버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로버트 드 니로

개봉 197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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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제이미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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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래트럴>

맥스는 LA의 택시기사입니다. 개인택시도 없어서 동료와 같이 차를 공유해야 하는 처지에, 몰디브 섬을 사진으로만 보며 리무진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꿈을 되뇌는 그에게 날벼락이 들이닥칩니다. 하룻밤을 꼬박 태워주면 큰 돈을 주겠다던 손님 빈센트가 바로 킬러였던 것. 자기와 함께 죽이거나 죽으라고 협박하는 그를 피해 온 LA를 뛰어다녀야 하는 악몽 같은 밤을 보내죠. "이 도시에선 사람이 죽어가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을 테지만, 빈센트와 보냈던 하룻밤은 맥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기억일 겁니다. 부디 맥스가 몰디브도 가보고, 리무진 회사도 운영하고 있기를..

콜래트럴

감독 마이클 만

출연 톰 크루즈, 제이미 폭스

개봉 200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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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사미 나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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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시리즈

다니엘은 속도광입니다. 한때 마르세유에서 가장 빠른 피자 배달부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택시 기사로 전업해 직접 개조한 택시를 몰고 매일같이 광란의 질주를 선보이죠. 손님을 목적지로 제 시간에 데려다준다는 점으로만 보면 지극히 모범적인(?) 운전사인 다니엘은, 운전면허 시험에 8번이나 떨어진 형사 에밀리앙을 만나면서 범죄 소탕 작전에 가담합니다. 자동차만 있다면 고삐 뿔린 망아지마냥 미친 듯 거리를 활보하지만, 오랜 연인 릴리(마리옹 코티아르) 앞에서는 순하고 쏘-스윗한 강아지! 스피드만큼은 확실히 보장하는 <택시> 시리즈, 더워서 녹아내릴 듯한 요즘 보면 제격이겠네요.

택시

감독 제라르 삐레

출연 사미 나세리, 프레데릭 디팡달

개봉 1998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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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유령
데이빗 요한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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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지>

찰스 디킨스의 저명한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을 현대적/코믹스럽게 변주한 <스크루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어떤 시도도 마다 않는 냉혈한 방송국 사장 프랭크가 사랑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영화입니다. 그를 일깨우기 위해 세 유령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과거유령은 택시운전사로 등장해 프랭크를 유년 시절과 일 때문에 연인을 떠나보낸 청년시절로 데려다주죠. 시가를 입에 달고 다니며 걸걸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인 과거유령을 전설적인 펑크밴드 뉴욕 돌스 출신의 배우 데이빗 요한센이 연기했습니다.

스크루지

감독 리차드 도너

출연 빌 머레이, 카렌 알렌, 존 포사이스, 존 글로버, 밥 골드웨이트, 데이비드 요한센, 캐롤 케인, 로버트 미첨, 니콜라스 필립스, 마이클 J. 폴라드, 알프리 우다드

개봉 198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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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사
톰 윌킨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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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 온리>

아주 가끔은, 오늘 처음 본 택시 기사님께라도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죠. (네, 우리 현실 속 택시기사들을 생각한다면..) 워커홀릭 이안(폴 니콜스)은 사랑에 모든 걸 바치는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를 사랑하면서도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인한 다툼으로 힘겨워 합니다. 사만다의 연주회에 가는 길에 만난 택시기사는 "그녀가 있음을 감사하고 계산 없이 사랑하라"는 충고를 들려주고, 그날 밤 사만다가 세상을 떠나죠. 기사의 비중 자체는 작지만, 그가 던진 말과 범상치 않은 눈빛은 <이프 온리>의 절절한 로맨스를 따라가는 길잡이가 됩니다.

이프 온리

감독 길 정거

출연 제니퍼 러브 휴잇, 폴 니콜스

개봉 2004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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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벤 달라스
브루스 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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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원소>

뤽 베송의 SF <제5원소>의 배경인 2259년엔 하늘 위로 운행되는 택시가 등장합니다. 연방 요원 출신인 코벤이 몰고 다니는 택시에 유전자 합성으로 만들어진 인간 릴루(밀라 요보비치)가 불시착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죠. 초반에 하늘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을 제외한다면, 택시기사로서의 코벤의 존재는 미미하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기사의 이미지와는 생판 달라서 넣어봤습니다. 제5원소를 사랑으로 일깨우는 택시기사라니, 꽤나 그럴 듯하지 않나요?

제5원소

감독 뤽 베송

출연 브루스 윌리스, 밀라 요보비치, 게리 올드만, 이안 홈

개봉 1997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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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파르 파나히
자파르 파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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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2010년 말 이란 정부로부터 영화 제작을 금지 당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온갖 한계를 거슬러 꾸준히 새 작품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2015년 작 <택시>는 택시에 카메라를 설치해 파나히가 직접 운전하며 테헤란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히 담은 영화입니다. 여성, 장애인, 표현의 자유, 빈곤과 사형제도, 인권 억압 등 이란 사회의 현안들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내밀죠. 비록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택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었지만, 결코 넉넉하지 않은 택시의 공간에서 이란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얻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욱 진솔하게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택시

감독 자파르 파나히

출연 자파르 파나히

개봉 2015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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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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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리콜>

2259년에 하늘을 나는 택시가 있다면, 2084년엔 로봇이 운전하는 택시가 나옵니다. 폴 버호벤의 SF <토탈 리콜> 얘기입니다. 로봇 조니 캡은 손님에게 행선지를 묻고 그에게 맞는 최적의 코스를 선택해 운전하죠. 하지만 모든 컨디션을 손님에게 맞춰주는 건 아닙니다. 퀘이드(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빨리 도망쳐야 하는 상황에서도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며 답답한 소리만 늘어놓기도 하죠. 음, 조니 캡도 천하의 강남 교통 지옥은 뚫기 어렵겠네요.

토탈 리콜

감독 폴 버호벤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개봉 199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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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키
위노나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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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밤>

<지상의 밤>은 한밤 택시 운전사와 손님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모은 옴니버스입니다. 짐 자무쉬 특유의 자유롭고 쾌활한 분위기 속에 각자 다른 테마의 택시 사연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위노나 라이더가 연기한 코키는 첫 번째 단편 '로스앤젤레스' 속 택시기사입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연실 담배를 피워대는 그녀는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빅토리아(지나 롤랜즈)를 태우고 기나긴 대화를 나눕니다. 새로운 여성 배우를 찾고 있던 빅토리아는 코키의 자유분방한 태도에 반해 배우를 제안하지만, "살던 대로 편하게 살겠다"며 거절하죠. 꾀죄죄한 모습으로 시종일관 껄렁대는 코키는 당시 인기의 정점을 달리던 위노나 라이더에게 좀체 상상할 수 없었던 이미지였습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지상의 밤>을 라이더의 대표작으로 기억합니다.

지상의 밤

감독 짐 자무쉬

출연 제나 로우랜즈, 위노나 라이더, 로베르토 베니니

개봉 1991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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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플레처
멜 깁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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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스피러시>

<컨스피러시>의 제리 플레처는 '너무 많이 아는 사나이'입니다. 신문기사의 사건들을 모아 나름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자기만의 음모론을 만들어가죠. 그 음모론을 손님들한테 들려주는 것 또한 제리의 또 다른 낙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아선 안 될 걸 많이 알면 위험에 빠지기 마련. 법무성 직원인 앨리스(줄리아 로버츠)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파헤칠수록 음모는 실제가 되어 그를 옭아맵니다. <컨스피러시>가 기억에 남는 건, 악의 그림자가 제리와 앨리스를 잠식할수록 그들의 사랑이 깊어진다는 설정 때문일 겁니다. 스릴러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로맨스의 지점에 '눈을 뗄 수 없는' 사랑의 힘.

컨스피러시

감독 리차드 도너

출연 멜 깁슨, 줄리아 로버츠

개봉 199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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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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