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이다. 픽사의 간판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2003)가 속편 <도리를 찾아서>(2016)로 다시 우리 곁을 찾는다. 니모보다 더 인기가 좋았던 캐릭터인 도리가 이번 편의 주인공이 됐다. 반응은 아주 뜨겁다. 6월 17일 북미에서 개봉한 <도리를 찾아서>는 픽사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전반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함께 올해 최대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드디어 한국에서도 개봉일(7월6일)이 다가온 지금, <니모를 찾아서>와 <도리를 찾아서>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주인공이 다르다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은 니모고, <도리를 찾아서>의 주인공은 도리다. 이 두 물고기는 주인공이란 사실과 이름이 두 글자(물론 영어로는 네 글자)라는 점을 제외하고, 다른 것 투성이다. 애니메이션의 모습과 똑 닮은 모습으로 실존하는 물고기인 둘은, 우선 그 종(種)부터 다르다. 니모는 흰동가리, 도리는 블루탱이다.

니모 / 흰동가리

주황 바탕에 흰색 줄무늬의 흰동가리는 말미잘과 공생하며 그것의 독으로 연약한 몸을 보호한다. 니모 가족은 사나운 물고기를 피해 대부분의 시간을 말미잘 안에서 보낸다. 암컷이 죽으면 수컷 중 가장 큰 개체가 암컷으로 성전환한다는 특징도 있다. 니모의 엄마 코랄이 죽은 후 아빠 말린이 부모 노릇을 모두 해내는 걸 떠올려보자.

도리 / 블루탱

선명한 푸른빛을 띤 활 모양 몸에 연노랑 꼬리와 지느러미를 가진 블루탱은, 영화에서 마찬가지로, 태평양과 호주 등 산호초 지대에서 서식한다. 기상과 취침 시간이 늘 일정해서 아무리 밝더라도 잠 잘 시간만 되면 눈을 감는다. 도리가 아침만 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니모 부자를 깨우러 가다가 연거푸 말미잘 독에 쏘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다만, 블루탱이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전해지지 않는다.
   

찾아야 할 대상이 다르다
니모, 말린 부자

두 작품은 모두 주인공의 가족사로 시작한다. 니모와 도리 모두 어려서 가족을 잃었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는 다르다. <니모를 찾아서>는 말린과 도리가 사람에게 잡혀간 니모를 찾아 떠나는 내용이다. <도리를 찾아서>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도리가 돌연 자기 부모를 떠올리곤 그들을 찾아 함께 살던 캘리포니아 바다생물연구소로 향하고, 말린과 니모가 그 뒤를 따라가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구태여 따지자면 <도리를 찾아서>의 제목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

어린 도리와 아빠, 엄마

찾는 이와 찾아야 할 이가 다르니, 파생되는 이야기도 사뭇 다르다. 자신의 과잉보호에 반항하다가 포획 당한 자식을 아버지가 구출하러 가는 <니모를 찾아서>는, 말린이 도리와 함께 허둥대는 사이 니모가 자기 힘으로 어항에서 탈출하는 ‘자립’의 여정을 그렸다. 한편 짧은 기억력 때문에 부모를 잃어버리고 홀로 성장한 아이가 갑자기 기억해낸 부모의 행방을 추적하는 <도리를 찾아서>는, 도리가 엄마 아빠에게 가까워질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누구인지, 스스로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깨달아가는 ‘자아실현’의 과정이다. 서로 다른 두 이야기. 하지만 둘 사이엔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니모, 도리, 말린에게는 서로 곁을 지켜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다.

공간이 다르니, 친구들도 다르다
<니모를 찾아서> 속 시드니항
<도리를 찾아서> 캘리포니아 바다생물연구소 컨셉아트

니모, 도리, 말린이 사는 곳은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다. 그들은 가족을 찾기 위해 늘 그곳을 떠나야만 한다. 하지만 두 작품의 행선지는 각자 다르다. 말린과 도리는 <니모를 찾아서>에서 남부 시드니항으로, 가족을 찾아서 떠난 도리와 그녀를 찾아서 떠난 니모와 말린은 <도리를 찾아서>에서 캘리포니아 바다생물연구소로 향한다. 그럼 그 거리는 얼마나 될까? 시드니항까지 약 1,700km, (캘리포니아 바다생물연구소의 모체가 된) 몬트레이 베이 수족관까지 약 11,000km다. 실제로 <도리를 찾아서>의 여정이 6배나 더 먼 셈이다.

무지 빠른 바다거북이(150)

달라진 건 장소와 거리만이 아니다. <니모를 찾아서>의 말린과 도리는 100분의 러닝타임에서 73분 동안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바다에 머무른다. <도리를 찾아서>의 캐릭터들은 영화가 시작하고 불과 15분 만에 바다를 벗어나 바다생물연구소로 도착하고, 이야기 전반이 육지에서 펼쳐진다.

행크와 도리 / 데스티니(위)와 베일리(아래)


여정 중에 만나는 친구들도 새롭다. <니모를 찾아서>의 경우, 말린과 도리가 헤매는 바다와 니모가 갇힌 수족관 모두 물속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조연이 물고기였다. 그들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저마다 특성은 흐릿했다. <도리를 찾아서>는 그 반대다. 등장하는 동물들의 종류는 줄었지만, 캐릭터는 한껏 생생해졌다. 자유자재로 보호색을 바꿔가며 도리를 돕는 문어 행크는 시도 때도 없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도리의 어릴 적 친구인 고래상어 데스티니와 그의 단짝인 흰돌고래 베일리 역시 각자 지닌 능력(!)을 발휘해, 도리가 부모를 찾는 길잡이가 된다. 그리고 정말 정말 귀엽다. 극장을 나서면서 당장 굿즈를 털어오고 싶어질 정도로 말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