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12일에 시작했으니 딱 두 달 됐다. 내가 체육관에 다니기 시작한 지도.
 
원체 면역력, 체력과는 친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다. 체중미달에 황달을 안고 세상 빛을 봤고 엄마 손에 안기기 전에 인큐베이터에 먼저 들어갔다. 그때부터 늘상 아팠다. 툭하면 그랬다. 정말 감사하게도 큰 병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자라는 내내 잔병치레가 끊이질 않았고 (물론 지금도 그렇고), 엄마의 소원은 언제나 내 건강이었다.
 
그래서인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피아노 학원 가는 시간보다 태권도 학원 가는 게 더 재밌었고, 중학교 땐 검도·합기도에, 조금 커서는 수영도 배웠다. 단점이라면, 관심은 화르륵 타올랐다 차갑게 식는 양은 냄비 같았고, 체력만큼 의지력도 약하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여러 운동을 배워보길 시도했지만 얼마 못 가 관두기 일쑤였다.
 
그렇게 여느 해처럼 골골대던 올해 봄. 저질 몸이 빵 하고 터졌다. 체력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마음먹음과 동시에 집 앞 체육관에 찾아갔다. 구구절절 서론이 길었지만, 내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내가 다니고 있는 체육관은 킥복싱과 무에타이를 함께 가르쳐준다. 무에타이의 ''을 기본자세로 하고, ·라이트·원투 등의 복싱 기술을 배우고, 쏙(팔꿈치 찍기)·때(발차기)·딥(밀어차기) 등 무에타이 기술을 배우는 식이다. (사실 킥복싱 자체가 무에타이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격투기이기 때문에 비슷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처음엔 오로지 살기 위해 체육관을 나갔고, 매일 하다 보니 기술 배우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보니 (뜬금없지만) 무에타이 기술의 집합체인 영화 <옹박>이 궁금해졌다. 개봉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뒤늦게 찾아 봤다. 줄거리는 매우 간단했다. 마을의 수호신인 옹박 불상의 머리가 도난 당하고, (토니 자)은 이를 되찾기 위해 악당들과 혈투를 벌인다. 마치 만화 <드래곤볼>처럼 한 놈을 처치하면 더 강한 또 다른 놈이 나온다는 것과, 주요 장면들을 다각도에서 여러 번 반복하여 보여주는 점이 흥미로웠다.

단순한 스토리라인과 다소 올드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액션은 정말 끝내줬다. CG, 와이어, 스턴트도 없이 토니 자가 맨몸으로 보여주는 무에타이 기술들은 넋을 빼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몰랐을 땐 분명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장면들이 뇌리를 강타했다. 특히 무에타이에서 주로 사용하는 무릎과 팔꿈치 기술들은 저렇게 구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더욱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호신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팁을 주자면, 주먹이나 발을 쓰는 것보다 팔꿈치·무릎으로 때리는 것이 훨씬 더 큰 타격을 준다. 팔을 칼날처럼 세워 빠르고 강하게 가격하면 살이 찢어져 피가 줄줄 흐를 정도다. 실제로 중학생들의 무에타이 경기만 해도 유혈이 낭자하다고 한다(는 사범님의 말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던 악당 무리 중 한 명과 싸우다가 무릎으로 헬멧을 박살내버리던 장면! 단순히 그냥 때려서 부수는 게 아니라,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 상태에서 한 번 더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기고 뛰어내리면서 정확히 헬멧을 반으로 쫙! 수박 쪼개듯 쫘아악! 정녕 와이어 없이 이런 장면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소름 돋을 정도..! 무술이나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한 번 이상은 봤을 영화겠지만, 아직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한다. 매우 추천한다!

맥락도 없고 중구난방인 글이지만, 결론을 내리자면 난 이런저런 과정 끝에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씨네플레이의 두X 선배는 내가 일주일 안에 관둘 것이라 말했지만, 난 그 기대를 산산조각 내주었다! 두 달 간 (거의) 매일같이 체육관을 나갔고, 지금도 운동을 배우러 가는 길이 너무나 즐겁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덕분에 체력도 많이 향상됐고, 내가 좋아하지 않던 류의 영화도 좋아하게 됐고, 생전 찾아보지 않던 무에타이 경기를 찾아보며 즐기게 됐다. 운동 하나 배우게 된 것뿐인데 일상의 즐거움은 몇 배나 늘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런 즐거움이 하나쯤 있길 바라본다.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혹시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옹박 - 무에타이의 후예

감독 프라차야 핀카엡

출연 토니 자

개봉 2003 태국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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