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스 가이즈> 예고편

마약과 포르노 산업 그리고 디스코는 19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단골 소재다. <부기나이트>(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1997)처럼 포르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마약에 손을 대면서 부침을 겪는가하면, <토요일 밤의 열기>(감독 존 바담, 1977)처럼 청춘남녀가 하늘 쭉쭉 찌르는 디스코에 열광하기도 한다. 앞의 두 작품처럼 1977년 미국 LA를 배경으로 한 <나이스 가이즈>(감독 셰인 블랙) 역시 포르노와 마약 그리고 디스코를 이야기에 적재적소에 배친시킨 영화다.

<나이스 가이즈>
누가 봐도 안 어울리는 다혈질 잭슨과 '뺀질이' 홀랜드

잭슨 힐리(러셀 크로)는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남자다. 파이터 출신이라는 적성을 살려(?) 돈 받고 사람 때리는 일을 하는 청부폭력업자다. 여대생 아멜리아(마거릿 퀄리)의 뒤를 봐주던 중, 아멜리아에게 집적거린 홀랜드 마치(라이언 고슬링)에게 매서운 맛을 보여준다. 홀랜드 마치는 아내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딸 홀리(앵거리 라이스)와 단둘이 살아가는 사설탐정이다. 대단한 사건을 의뢰받아 해결하기는커녕 남편 장례식장에서 사라진 남편을 찾아달라는 노부인의 의뢰 같은 걸 받아 입에 겨우 풀칠하며 산다. 어느 날, 아멜리아가 사라진다. 잭슨은 아멜리아의 실종사건 뒤에 큰 음모가 있을 거라는 촉이 발동해 탐정 홀랜드를 찾아가 사건을 함께 해결해보자고 손을 내민다. 마침 LA 법무국장 주디스 커트너(킴 베이싱어)가 잭슨과 홀랜드 앞에 나타나 자신이 아멜리아의 엄마라고 밝히며 실종된 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셰인 블랙 감독의 2005년작 <키스 키스 뱅뱅>에서 호흡을 맞춘 앳된 시절의 발 킬머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왼쪽부터)
감독의 전작 <키스 키스 뱅뱅>에 <나이스 가이즈>의 싹이 보인다

셰인 블랙 감독은 십 여 년 전 연출했던 <키스 키스 뱅뱅>(2005)이라는 영화를 통해 자신이 버디무비에 재능이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하드보일드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에게 바쳤던 <키스 키스 뱅뱅>은 좀도둑 해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사립탐정 페리(발 킬머)가 한조를 이루어 두 개의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였다. 사건이 예측불가능하게 터지는 상황에서 캐릭터들의 구수한 입담과 유머를 액션에 버무린 오락영화였다. 그점에서 <나이스 가이즈>는 감독의 전작 <키스 키스 뱅뱅>과 여러모로 닮은 작품이다.

<나이스 가이즈>의 삼각축, 잭슨, 홀랜드, 홀리(왼쪽부터)
철 없는 두 남자를 '하드캐리'하는 똘똘한 홀리

다소 무식하지만 정에 약한 거구의 잭슨과 허우대만 멀쩡하고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홀쭉한 홀랜드. 성격으로 보나, 체구로 보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남자의 케미는 기대이상이다. 둘이 티격태격하며 무안을 주는 장면들은 <리쎌 웨폰> 시리즈, <러시아워> 시리즈,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콤비들 못지않게 유머러스하다. <리쎌 웨폰>, <러시아워>, <나쁜 녀석들>, <다이하드> 시리즈의 두 남자 주인공이 경찰이나 형사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반면, 잭슨과 홀랜드는 전문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그러다보니 밥 먹듯이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는가하면, 맨몸으로 거구의 악당들과 주먹을 주고받아야 하는가하면, 본의 아니게 위험천만한 자동차 추격전과 총격전을 펼친다. 그 모습이 꽤 애잔하다. 철없는 두 남자 사이에서 홀랜드의 딸 홀리가 때로는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또 때로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조타수 역할을 하는데 제법 기특하다(<키스 키스 뱅뱅>에서 해리와 페리 사이에서 미셸 모나한이 연기한 하모니가 홀리 같은 역할을 했다). 개연성이 없는 시퀀스들이 간혹 있긴 한데, 굳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그 또한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나이스 가이즈>
<파파 워즈 어 롤링 스톤>, <부기 원더랜드>, <자이브 토킨> 등 자동재생되는 1970년대 히트곡

1970년대 미국, 특히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마약과 포르노 산업은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아멜리아 실종사건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템테이션스의 <파파 워즈 어 롤링 스톤>(Papa Was A Rollin' Stone), 쿨 앤드 더 갱의 <겟 다운 온 잇>(Get Down on It),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셉템버>(September), <부기 원더랜드>(Boogie Wonderland), 올 그린의 <러브 앤 해피니스>(Love and Happiness), 비지스의 <자이브 토킨>(Jive Talkin) 1970년대 히트곡들이 영화 속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힘껏 살려놓는다. <나이스 가이즈>는 마약과 포르노 산업 그리고 디스코 음악들을 버무린 솜씨가 훌륭한 영화라 할만하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김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