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또 만들기, 리메이크

2015년, 프랑스의 한 영화인이
'Conte de cinéma'라는 영화를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한 적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을 번역하면 <극장전>인데요.

그렇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떠오르죠?

바로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어떻게 리메이크 했냐고요?
바로, 이렇게...

어느 쪽이 진짜 <극장전>일까요

시나리오 그대로,
그리고
원래 장면과 똑같이 찍었습니다.

심지어 화면구도도

안녕하세요~
봉주르~

이렇게 똑같이
카메라 위치까지 계산해서 찍었어요.

한국의 여관 분위기까지 똑같이 재현...

심지어
액자식 구성으로 이뤄진
<극장전>의 이야기 진행 방식,
줌인 아웃을 잘 쓰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촬영 방식,
나레이션과 대사도

<극장전> 명대사, "이젠 생각을 해야겠다. 정말로 생각이 중요한 거 같아."

그대로 '재현하듯'
찍었습니다.

이렇듯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거나,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등
특정 영화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다시 만드는 작업을 통칭해서 '리메이크'라고 하죠.

그래서 크게 '리메이크작'은
1. 똑같이 찍은 영화
2. 재해석한 영화
로 나뉠 수 있습니다.

최초의 '리메이크' 영화는?

영화 역사를 돌아보면
이렇게 똑같이 찍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럼 언제 누가
처음으로 똑같이
리메이크하기 시작했을까요?

대열차 강도

감독 에드윈 포터

출연

개봉 1903 미국

상세보기

바로, 이 영화입니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최초의 '쿠키 영상'을 만든 영화가
<대열차강도>라고 소개한 적 있는데요.
('쿠키영상의 모든 것을 알려주마')
이 영화는 최초의 리메이크 원작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1903년에 <대열차강도>가 인기를 끌자,

다음 해에 똑같이 장면을 그대로 베낀
'짝퉁'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었죠.

그 이후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화들이 '리메이크' 됐습니다.

리메이크 영화를 만든 이유는
분명합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기운을
그대로 이어받아
또 다시 성공하기 위함이었죠.

실패한 '리메이크' 영화는?
같은 영화 똑같이 만든 대표적인 사례, <싸이코>

미국의 유명한 구스 반 산트 감독도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60년작 <싸이코>를
모든 장면을 그대로 가져와
배우만 달리 기용해서
1998년 새로운 영화 <싸이코>를 찍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무의미한 작업이었다며
평단에서 외면받았죠.

성공한 '리메이크' 영화는?

시대와 국적,
인종을 막론하고
성공적인 리메이크 사례로
거론되는 영화도 물론 많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연출한 <7인의 사무라이>(1954)는

미국의 존 스터지스 감독이
율 브린너와 스티브 맥퀸을 앞세워
<황야의 7인>이란 제목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고요.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

최근에는 안톤 후쿠아 감독이
<7인의 사무라이>를 원작으로
또 한 번 리메이크 작업을 했죠.

안톤 후쿠아 감독의 <매그니피센트 7>

덴젤 워싱턴,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와 함께
한국배우 이병헌이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 <매그니피센트 7>은 국내에도 곧 개봉 예정입니다.

'리메이크', 왜 다시 만들까?

이렇듯, 시대를 막론하고
매력적인 원작 영화가 있다면,
계속해서 다시 만들기도 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다룬다해도
감독이 다르면
영화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죠.
그것이 바로 '리메이크'만의 매력입니다.

기술의 변화 적용한 <로보캅> 리메이크
1987년판 <로보캅>, 한층 업그레이드된 2014년판 <로보캅>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영화에 쓰이는
특수효과 기술도 발전하게 되는데요.

과거에는 표현할 수 없었던 장면이나 효과를
재현하기 위해 리메이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보캅> 리메이크입니다.

폴 버호벤 감독의 1987년작 <로보캅>은
경찰 조직이 민영화된
근미래 사회를 다룬 SF 영화죠.

이를 호세 파딜라 감독은
기술의 업그레이드 뿐만 아니라

1980년대에 문제제기했던
폭력과 공권력에 관한 사회인식을
리메이크작에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변화한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시대정신의 변화를 리메이크작에 담아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서의 차이 적용한 <올드보이>
만두와 문어로 올드앤뉴 <올드보이> 대동단결
'좌우'로 질주하는 한국의 <올드보이>, '상하'로 질주하는 미국의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올드보이>와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올드보이>는

한국과 미국의 정서적 차이를
리메이크한 사례라고 할 수 있죠. 

해외 관객들이 보고 충격을 받았던
오대수(최민식)가 문어먹는 장면이
다른 장면으로 대체된다거나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장도리 복도 싸움 장면의 진행방향을
좌우가 아니라 상하로 바꾸어 찍는 식으로
정서의 차이를
다르게 표현하려 노력했죠.

그 시도가 성공적이었는지는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고요.

그 밖에도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지금도 어디에선가 계속 리메이크되고 있습니다.

어떤 영화들이 리메이크됐는지 더 궁금하면
네이버 영화 매거진
'할리우드식 리메이크의 모든 것'
'일본 영화 리메이크에 관하여'
'유럽영화 리메이크한 할리우드 영화'
항목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이번 주에 개봉하는 영화 중에
<미친개들>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호러 영화의 거장, 마리오 바바 감독이
1974년작에 연출한 <미친개들>의 리메이크작입니다.

2016년판 <미친개들>. 제목처럼 정말 '미친' 전개를 보여준다.

원작 영화가 워낙
무시무시한 에너지로 가득찬
영화이긴 하지만

요즘 관객들에게는
'여혐'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표현수위가 '쎈' 영화이기 때문에

다시 만든 리메이크작에서는
시대의 변화한 정서를 적극 반영했습니다.

리메이크작은 안심하고 볼 수 있어요.
스릴 넘치는 설정만 가져다가
깔끔하게 다듬었거든요.

이번 주말에는
'리메이크' 영화를 한 편 골라,
원작 영화와 비교해보는 건 어떨까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