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싱글맘 히로코(토모사카 리에 분)의 하루는 바쁘게 시작됩니다. 아들 토모야(스즈키 후쿠 분)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뒤 출근해야 되기 때문에 아침 시간이 빠듯하죠. 식사는 전자레인지에 데운 레토르트 식품으로 대충 해결하고 토모야의 손을 잡고 서둘러 집을 나서던 길, 그녀는 거리에 서있는 사무라이 복장의 사람을 보게 됩니다. ‘아니, 이른 아침부터 시내 한복판에 사무라이라니!’ 그 모습을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연기 지망생이거나 마트에서 행사를 나온 사람이려니 하며 무심코 지나칩니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180년전 에도 시대에서 타임슬립을 한 진짜사무라이(니시키도 료 분)였죠. 사무라이가 교통사고가 날 뻔한 토모야를 구해주면서 그들의 인연은 시작되고 갈 곳 없는 사무라이를 측은하게 여긴 히로코는 그를 집에 머물게 합니다.

사무라이는 히로코의 집에 머무는 동안 은혜를 갚기 위해 집안일을 하겠다고 나섭니다. 하지만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가 현재의 도쿄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신문물을 처음 접한 그에게 좌충우돌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는 건 말할 것도 없겠죠. 집안일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세탁기를 비롯한 기기 사용법부터 익혀야 했으니까요. 다행인 건 그가 하면 할수록 집안일에 아주 특별한 재능(?)을 보인다는 거예요. 칼을 쓰는 사무라이라서 일까요? 현란한 칼 솜씨로 요리를 하고 TV 요리 프로그램을 열혈 시청하며 공부한 뒤 맛있고 다양한 메뉴들을 선보이기에 이릅니다.

특히 그는 파티시에의 재능을 보이는데 토모야와 함께 열심히 생크림을 휘핑해서 만드는 딸기 쇼트케이크에서부터 몽블랑, 밀푀유, 갸또 쇼콜라, 딸기 타르트, 부쉬 드 노엘까지 못 하는 게 없습니다. 영화를 보면 이런 우렁각시 같은 사무라이 하나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그의 솜씨에 반한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케이크 콘테스트에 나가라며 권유하고, 히로코 역시 그의 승리가 곧 에도가 도쿄를 이기는 것이라며 부추깁니다. 결국 그는 케이크 콘테스트에 나가게 되고 그로 인해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봉착합니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많지만 에도 시대에서 온 사무라이라는 설정은 꽤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180여 년 전과 달라진 현재의 풍경 앞에서 어리둥절한 그를 관찰하는 것도 재밌고요. 특히 그가 푸딩을 처음 맛볼 때의 표정을 잊을 수 없는데 마치 신세계를 만난 듯한 표정이 흥미롭습니다.

푸딩은 서양의 디저트이지만 일본에서 유독 인기가 많습니다. 편의점이나 마트의 식품 코너에 가도 푸딩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디저트 숍 중엔 푸딩 전문점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서양문물을 빨리 받아들인 고베 지역의 고베 푸딩은 맛있기로 소문이 나있죠.

원래 푸딩은 영국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항해 중에 남은 빵 부스러기와 밀가루, 달걀, 과일 등 있는 재료를 모두 섞어서 넣고 찐 게 푸딩의 시초라고 해요. 이후 재료와 지역에 따라 푸딩은 다양한 형태로 발달했는데, 달걀과 우유를 기본으로 쌀을 넣어 조리한 라이스 푸딩, 빵과 건포도 등을 넣어서 만든 브레드 푸딩, 영국의 요크셔푸딩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푸딩은 신선한 달걀과 우유를 기본으로 만든 커스터드푸딩인데 주로 디저트로 즐겨 먹습니다.

푸딩은 사무라이와 토모야의 연결고리이기도 합니다. 사무라이가 푸딩을 처음 맛본 건 토모야가 건넨 푸딩이었고, 아픈 토모야를 달래 준 건 사무라이가 만들어 준 달걀이 많이 들어간 영양가 있는 푸딩이었으니까요.

사무라이의 등장으로 언제나 시간에 쫓기던 히로코는 마음의 짐을 덜어놓고 회사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됐고,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었던 토모야는 함께 있을 사람이 생겨 외롭지 않습니다. 세 사람은 마치 다정한 가족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무라이는 에도 시대의 사람. 그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현재의 도쿄에 머물 수 있을까요? 그런데 왜 영화의 제목은 촌마게 푸딩일까요? 영화는 꽤 재밌는 마지막 반전으로 그 질문에 대답하고 있습니다.

촌마게푸딩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

출연 토모사카 리에, 니시키도 료

개봉 2010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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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사무라이가 아픈 토모야를 위해 만들어 주기도 한 푸딩은 이 영화의 마지막까지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푸딩이 에도 시대와 현재를 이어주는 끈이 되거든요. 영화 속 푸딩은 캐러멜을 넣어 만든 커스터드푸딩입니다. 푸딩 전용틀을 사용해도 좋지만 집에서는 아래 사진처럼 작은 유리병이나 내열용기를 사용해서 만들면 됩니다. 입에 넣는 순간부터 사르르 녹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디저트를 즐겨보세요.

커스터드푸딩

재료
우유 300g 생크림 80g 달걀 80g (11/2) 설탕 50g
캐러멜 시럽- 설탕 100g 40g

▶ 만들기
1. 설탕과 물을 섞고, 캐러멜색(짙은 갈색)이 될 때까지 끓이세요.
2. 1의 캐러멜 시럽을 준비된 유리병에 조금씩 나눠 담으세요. (뜨거우니까 주의하세요.)
3. 냄비에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약하게 끓이세요.
4. 볼에는 달걀과 설탕을 넣고 밝은 색이 되도록 거품기로 잘 섞으세요.
5. 43을 조금씩 부어가며 거품기로 잘 섞고, 덩어리가 있다면 체에 한 번 거르세요.
6. 2의 캐러멜 시럽을 넣은 병에 5의 혼합물을 나눠 붓고, 오븐 팬에 물을 채워 15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0분가량 중탕으로 구우세요.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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