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최고 밉상 ‘리틀 핑거’의 매력 탐구

<왕좌의 게임>이 7번째 피날레 에피소드를 끝으로 시즌 7을 마무리했습니다. 시즌 6의 마지막 에피소드보다 무려 36%나 높은 1,650만명의 시청자가 몰렸다고 하네요. 오늘은 <왕좌의 게임> 최고의 밉상인 ‘리틀 핑거’의 배우 에이단 질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왕좌의 게임> 시즌 7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권모술수의 천재 리틀 핑거

참 많은 캐릭터가 등장해서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왕좌의 게임>입니다만, 그중에서도 ‘리틀 핑거’는 가장 밉상인 캐릭터입니다. 악역의 끝을 시원하게 보여준 ‘램지 볼튼’이나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세르세이’도 있지만, 배신의 아이콘이자 권모술수의 천재인 리틀 핑거야말로 가장 정이 안 가는 인간입니다.

리틀 핑거의 본명은 피터 베일리쉬입니다. 내세울 것 없는 가문 출신이지만 계략에 계략을 반복하여 킹스랜딩에서 무시 못할 지위에 오릅니다. 킹스랜딩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가 곳곳에 심어 놓은 스파이들을 통해 모두 그의 귀에 들어가고 그는 이런 정보를 쥐락펴락하며 사람들을 기만합니다. 스타크 가문의 몰락 역시 그의 손아귀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루지 못한 캐틀린과의 사랑을 그녀의 딸인 산사 스타크와 완성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 그 속은 알 수가 없습니다. 산사를 킹스랜딩에서 탈출시키는 데 일조한 건 사실인데요. 그녀와 함께 윈터펠에 도착하고도 모략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번 시즌에서 한층 현명해진 산사 스타크의 명을 받은 아리아 스타크의 칼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고 뜻대로 안 되자 목숨을 구걸하는 볼품 없는 사내. 그럼에도 가장 매력적인 악당이었던 리틀 핑거는 그렇게 <왕좌의 게임>에서 하차했습니다.

영국의 중견 배우 에이단 길렌

리틀 핑거를 연기한 배우는 에이단 길렌입니다. 그가 연기한 리틀 핑거는 태생에 대한 콤플렉스와 모략가로서의 오만함을 오가는 복잡한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평가입니다. 1968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초기에 드라마와 TV 영화를 오가며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게이 드라마 <퀴어 애즈 포크>(2000)였습니다. 우리나라 팬들은 주로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에 더 익숙하시겠지만, 그가 연기한 스튜어트 존스라는 역할은 미남자가 많이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가장 요망한 눈빛을 가진 곱슬머리 캐릭터였지요. 에이단 길런은 이 역할로 영국 아카데미 TV 어워드를 수상합니다.

빅 스크린에서의 활약

<왕좌의 게임>으로 얼굴을 알리면서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는 빈도가 늘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의 그 유명한 비행기 탈출 장면에서 베인(톰 하디)을 도발했다가 죽는 CIA 요원으로 등장합니다.

성공한 프랜차이즈 <메이즈 러너: 더 스코치 트라이얼>(2015)에도 출연했었는데요. 여기서는 리틀 핑거의 이미지와 비슷하게 아이들을 기만해서 시설에 다시 가두는 나쁜 어른 ‘젠슨’ 역을 맡았습니다. 이때는 이미 리틀 핑거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서 예고편에서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그의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였지요.

또한 <원스> <비긴어게인>의 존 카니 감독이 연출한 또 한편의 음악 영화 <싱 스트리트>(2016)에서는 문제 많은 아버지로 등장했었고, 올해 최고로 폭망한 대작으로 꼽히는 <킹 아서 : 제왕의 검>에서도 그를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진중한 연기자의 다음 행보

세계 최고의 인기드라마에 출연하고 할리우드 흥행 영화에도 얼굴을 보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작고 의미 있는 작품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유아 어글리 투>(2015)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데요. 감옥에 있던 윌(에이단 길렌)은 누나가 세상을 떠나자 조카 스테이시를 돌보는 조건으로 가석방됩니다. 사춘기 한가운데 있는 조카와 요령 없는 중년 남자의 하루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왕좌의 게임>에서 하차한 이후, 차기작은 <제임스 앤 루시아>입니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제임스 조이스’를 연기하는데요. 영화의 규모나 자신의 인지도와는 상관없이 작품을 고르는 그의 진중한 선구안이 멋져 보입니다. 좀 더 다양한 작품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