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독자는 없겠지만, 그동안 여행에 대한 사랑을 틈나는 대로(ㅋㅋㅋ) 어필하던 에디터. 이번 에디터 칼럼을 뭘 쓸까 고민하다가 틈나는 대로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어필하고자 간략 종합판을 가져왔습니다. 이름하여 직접 가보고 추천하는 영화 속 여행지 BEST & WORST! (그렇기 때문에 남미, 미국, 동남아는 안 가봐서 제외했습니다. 언젠가 가겠죠.) 야심 차게 순위를 매겨보려 했으나 마음이 약해져 그러진 못했는데요. 에디터의 취향 존중할 준비가 되었다면 스크롤을 내려볼~까~요~?


B.E.S.T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체코 체스키 크롬로프
여행 당시 에디터가 찍은 사진(위)/ 비슷한 위치에서 촬영했을 법한 영화 장면(아래)

꼭 영화를 보고 나서 그곳을 찾아가는 재미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다녀온 뒤에 그 공간을 담은 영화를 보는 것도 큰 재미인데요. <에곤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이 그랬습니다. 체코의 체스키 크롬로프의 전경 안에 에곤쉴레의 삶을 불어넣은 이 영화. 영화와 체스키 구시가지, 구시가지 안에 있는 에곤쉴레 미술관까지 즐긴다면 그뤠잇!

에곤쉴레 미술관 내부(왼쪽)/ 체스키 전경을 그린 에곤쉴레 작품(오른쪽)

오스트리아 출신인 에곤쉴레 미술관이 체스키에 있는 이유는 그의 어머니 고향이 체스키 크롬로프이기 때문입니다. 그림과 영화 속 실제 장소가 그대로 숨쉬고 있는 마을인데요. 많은 여행자들이 당일/반일 일정으로 잠깐 들렀다 가지만 이 3종 세트로 즐긴다면 오래 남는 여행지가 될 것입니다.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감독 디터 베르너

출연 노아 자베드라, 발레리 파흐너

개봉 2016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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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이탈리아 피렌체
<냉정과 열정 사이>의 한 장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갔지만 그만큼 좋은 곳입니다. 남녀 주인공이 재회한 안눈치아타 광장도 예쁘지만, 피렌체에서 에디터가 단연 좋았던 곳은 미켈란젤로 언덕입니다. 베키오 다리 옆으로 쭉 이어진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간 그곳에선 아름다운 피렌체의 전경이 내려다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니 명장면에 등장하는 특정 랜드마크보다 준세이가 걸었던 구석구석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있는 길목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

감독 나카에 이사무

출연 다케노우치 유타카, 진혜림

개봉 200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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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진짜 항공 샷, 야경

드론 아닌 진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두브로브니크의 첫인상은 강렬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 같지 않게 판타지스러웠던 이곳! 일찍이 미드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해 촬영코스를 따라가는 투어도 있는데요. 미개봉작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촬영장으로 낙점되어 이곳에서 영화를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스타워즈:라스트 제다이> 촬영 당시, 여행 당시 같은 공간

촬영 기간 1주일간 스타워즈 컨셉의 조형물을 설치해 팬들이 찾아와 코스프레를 하기도 했었다고 하는데요. (방대한 양과 세계관에 압도돼 아직 시도 못한 <왕좌의 게임>과 <스타워즈>. 이제는 봐야 할 타이밍이 온 것 같습니다.) 날이 좋으면 성벽을 둘러싼 아드리아해와 풍경이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이 예쁜 이곳! 깨끗한 거리에 음식 맛있고, 야경까지 가졌으니 다 가진 여행지로 인정합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데이지 리들리, 마크 해밀, 오스카 아이삭, 아담 드라이버, 캐리 피셔, 존 보예가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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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 영국 옥스퍼드
옥스퍼드 학생식당(좌), <해리포터> 속 홀(우)
옥스퍼드 보들레르 도서관(좌), <해리포터>의 장면들(우)(보들레르 도서관은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외부에 공개된 사진을 퍼 왔습니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와 옥스퍼드 중에 뭘 고를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심각한(...) 고민에 빠진 에디터. 촬영 소품을 전시해 놓은 스튜디오도 반나절 동안 헤매고 다녔지만, 결국 이곳을 골랐습니다. 옥스퍼드 대학 건물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 대학도시 옥스퍼드는 대도시 런던보다 공기도 좋고, 사람도 많지 않죠. 대학 곳곳에는 영화 속 호그와트 학생들의 기숙사 배정과 파티가 이뤄졌던 호그와트 홀(옥스퍼드 학생식당), 병원과 도서관(보들레르 도서관) 등이 있습니다.

옥스퍼드의 풍경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

개봉 2001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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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영국 런던
런던아이(위), <셜록> 오프닝(아래)

(드라마지만...) 런던과 <셜록>을 꼭 추천하고 싶은 에디터의 사심을 담았습니다. 영국의 고풍스러운 이미지는 <해리포터>에서 현대적인 이미지는 <셜록>을 보며 상상했었거든요. 특히 매 시즌 <셜록> 오프닝에서 런던아이, 빅 벤, 밀레니엄 브릿지의 부감을 실물로 맞닥뜨렸을 때의 기분이란! 

<셜록>의 카페(실제/영화 속 장면)

여기가 셜록과 왓슨이 코트 휘날리며 누볐던 곳이구나. 여기가 셜록 집이었구나. 하면서 성지순례를 다녀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팬이 아니면 이곳까지 굳이 찾아올 필요도 없지만 팬이라면 기꺼이 여기 정도는 왔다 가는 것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셜록 시즌1

감독 폴 맥기건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개봉 2010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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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나잇 인 파리> 외, 프랑스 파리의 야경

수많은 영화에 나오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식상한 곳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해요. 짧은 여행 기간 중에도 1일 1에펠탑을 실천했을 만큼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파리는 낮도 좋지만, 밤이 더 매력적인 곳입니다. 파리 여행 갈 때 1순위로 꼽히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왜 '미드나잇'인지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요. 10시간 넘게 걸어도 밤에 또 걸을 수 있는 체력이 저절로 생기며, 코는 마비되었는지 세느강 하수구 냄새도 못 맡는 지경이랄까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장면들(위), 실제 알렉산더 3세 다리(아래)

정말 영화처럼 밤 12시가 되면, 몇 십 년 전 과거로 넘어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입니다. 특히 비 오는 날 바닥에 비친 물빛이 어우러질 때가 가장 예쁩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알렉산더 3세 다리에서 길(오웬 윌슨)과 가브리엘(레아 세이두)이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이 담긴 아름다운 장면에 그 광경이 고스란히 담겨있죠. 영화 속 촬영지인 오랑주리 미술관, 셰익스피어 컴퍼니도 좋지만, 주인공처럼 뚜벅뚜벅 걸으며 구경하는 게 제일 좋은 곳입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담스, 애드리언 브로디, 카를라 브루니, 캐시 베이츠, 마이클 쉰

개봉 2011 미국,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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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판타지아> 일본 고조시
고조시 실제 풍경(위),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한 장면(아래)

오사카에서 2시간 거리(난카이 난바 역에서 고야산으로 가는 쾌속열차를 타고 하시모토 역에서 열차를 갈아타 고조시에 내린다)에 위치한 이곳. 하시모토 역에서 열차를 갈아타면 오래된 선풍기가 달달거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표를 펀치로 뚫어 확인하는 역장님을 거쳐 이곳에 닿으면, 한적한 시골풍경이 나옵니다. 그러나 의외로 있을 건 다 있고, 3개월 단위로 모집하는 기간 한정 레스토랑과 예쁜 카페와 일본식 소박한 밥집들이 골목에 한두 개씩 늘어서 있습니다.

깨알같이 설명되어 있는 영화 속 장소 안내 책자

영화 속 등장인물이 '카페 주리'의 주인장과 대화하던 장면의 그 카페와 주인이 실제로 있고,(오픈 시간을 잘못 알아 못 들어갔고) 전설의 우물에 대해 이야기하던 장면에 등장하는 곳은 지도에는 있었지만 (길치인 관계로) 찾지 못했습니다. (한 게 뭐냐...?) 그래도 영화에 등장했던 고조시의 요시노가와 축제일에 맞춰 방문해 기모노를 입고 축제를 찾은 일본인들과 불꽃놀이를 구경할 수 있었죠. 장건재 감독이 다이어리에서 밝힌 '20여 분의 매직아워'였다던 일몰 시간도 놓칠 수 없는 순간입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감독 장건재

출연 김새벽, 이와세 료, 임형국

개봉 2014 대한민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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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부산 흰여울 문화마을

아쉬우니까 국내도 한군데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퇴근길에 급 부산행 탑승해버린 에디터(...) 일전에 씨네플레이에서 소개했던 주말여행 뽐뿌! 글을 보고, 부산에 있는 흰여울 문화마을을 찾았습니다.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이곳은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는데요. 해안절벽을 따라 걷는 길이 생각보다 좋습니다.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하는데 (산토리니 안 가본 에디터는) 앞서 소개했던 두브로브니크가 생각나더군요. 다행히 에디터는 오전 시간에 방문해 관광객이 별로 없는 가운데 맑은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요. 오후에 이곳을 떠날 즈음엔 사람들이 골목마다 꽉 차 있는 다소 답답한 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시간대와 관광객 수에 따라 BEST일 수도 WORST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변호인

감독 양우석

출연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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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과 현실 사이에서
이게 아닌데... 싶었던
W.O.R.S.T
(*개취 주의*)

<아멜리에> 프랑스 파리 몽마르뜨 언덕
상상
현실

몽마르트. <아멜리에>를 비롯한 각종 영화에서 아름답게 그려져 관광객과 바가지를 씌우는 사기꾼들이 많은 곳입니다. 몽마르트는 당연히 몽마르트 역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내려 한참을 헤맸던 에디터. 그사이 한국에서 챙겨간 물티슈도 소매치기당했습니다. (그립감이 묵직한 지갑 같았겠죠.) 그러나 몽마르트를 보려면 다른 역에 내려야 했던 것. 이미 지친 상태로 다시 몽마르트로 향해 언덕까지 기어 올라갔는데요. 그곳에서 자칭 피카소라며 초상화 그려줬던 아저씨에게 그림을 받아 그대로 봉인했다는 슬픈 전설이... 그래도 지나고 보면 다 좋은 추억입니다. 파리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건 멋졌지만, 영화 속처럼 낭만적인 풍경은 아니었달까요...?

아멜리에

감독 장 피에르 주네

출연 오드리 토투, 마티유 카소비츠

개봉 2001 프랑스,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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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대만 지우펀
상상
현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을 위해 중국과 대만의 골목길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알려졌는데요. 치히로가 행방불명되어 들어간 신비로운 세계를 상상했다면 오산. 특히 대만의 지우펀은 가장 뜨거운 핫플레이스입니다. 낮이고 밤이고 일본, 중국, 한국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한데요. 골목을 찍으려 했을 뿐인데 모르는 사람의 인생 사진 찍어주기 십상입니다. 에디터는 기빨린 채 허공 샷만 찍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히이라기 루미, 이리노 미유

개봉 200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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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카지노 로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007 카지노로얄>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길치에다가 동물을 무서워하는 에디터에게 이곳은 상극인 여행지였습니다. 베네치아 골목길에서 몇 시간을 헤매 찾아간 산마르코 광장에서 생애 최다 비둘기떼를 목격한 에디터. 이곳은 <007 카지노로얄> 마지막 장면에서 제임스 본드가 재빠르게 질주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한데요. 뛰어가는 뒷모습이 익숙하다 했더니 에디터가 비둘기 무리를 보고 피해 뛰어 들어가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덧붙여 골목골목에서 맞닥뜨린 강아지들 때문에 영화 속 장면처럼 엄청 뛰어다녔던 기억이 많은(ㅠㅠ) 곳입니다.

불안한 에디터 심정을 담은 초점 없는 샷

이런 애매모호한 사진만 남긴 채, 광장의 웅장함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 외에 베네치아의 예쁜 골목들과 야경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지만요. 

007 카지노 로얄

감독 마틴 캠벨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에바 그린

개봉 2006 영국, 미국, 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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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와 워스트를 비슷한 분량으로 뽑아보려 했지만, 좋은 게 너무 많고, 별로였던 건 적었던지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버렸네요. 에디터처럼 여러분도 분명 생각보다 좋았던, 실망했던 여행지가 있을 텐데요. 그에 대한 훈훈한 여행토크가 열리길 바라며, 언젠가 새로운 리스트업을 들고 2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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