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쓴다. ‘씨네플레이’는 10년 전, 20년 전 이맘때 개봉했던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재개봉하면 당장이라도 극장으로 달려가서 보고 싶은 그런 영화들을 선정했다. 이름하여 ‘씨네플레이 재개봉관’이다.

본 얼티메이텀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맷 데이먼, 줄리아 스타일스, 데이빗 스트라탄, 조안 알렌 개봉 2007년 9월 상영시간 115분 등급 12세 관람가

본 얼티메이텀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맷 데이먼, 줄리아 스타일스, 데이빗 스트라탄, 스콧 글렌, 패디 콘시딘, 에드가 라미레즈, 알버트 피니, 조안 알렌

개봉 2007 미국,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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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3부작의 마지막이었으나 이제는 마지막이 아닌 영화, <본 얼티메이텀>을 다시 봤다. <본 얼티메이텀>은 2007년 9월 국내 개봉했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본 얼티메이텀> 촬영현장의 맷 데이먼(왼쪽)과 폴 그린그래스 감독.

‘최후통첩’(Ultimatum)이라는 제목처럼 <본 얼티메이텀>은 시리즈의 마지막 장으로 손색 없는 영화였다. 시리즈의 원작자인 로버트 러들럼이 참여한 마지막 영화였고,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토니 길로이 각본가 콤비가 참여한 마지막 영화이기도 하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본 얼티메이텀> 이후 시리즈를 (잠시) 떠났고 그 자리를 토니 길로이가 이어 받아 제이슨 본(맷 데이먼)이 아닌 애런 크로스(제레미 레너)가 주인공인 영화 <본 레거시>를 만들었다. <본 레거시>를 시리즈로 인정하지 않는 팬들이 있다. 그들은 <본 얼티메이텀>이 진짜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복귀해서 연출한 <제이슨 본>을 떠올려봐도 마찬가지다. 9년 만에 다시 돌아온 제이슨 본은 과거 같은 박력이 부족해 보였다. 그 과거의 정점이 바로 <본 얼티메이텀>이다.

‘가디언’ 기자 사이먼 로스를 연기한 패디 콘시딘

<본 얼티메이텀>을 본 사람들은 런던의 워털루 역을 기억할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자인 사이먼 로스(패디 콘시딘)와 만나기로 한 제이슨 본의 신출귀몰한 행동은 눈을 굴릴 시간조차 만들지 않는다. 액션블록버스터에서 첩보물 특유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제이슨 본은 전화로 사이먼 로스에게 지령을 내린다. 신발끈을 묶으면서 CCTV 카메라를 피하고 카메라의 회전에 맞춰 일어서게 만든다. CIA 상황실과 교차 편집되며 긴장감이 고조된다. 가장 많이 긴장한 사람은 사이먼 로스다. 그는 청소부가 총을 들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하고 결국 자신을 노출시키고 만다. 이때 CIA 요원인 스나이퍼 파즈(에드가 라미레즈)도 등장한다. 제이슨 본, 사이먼 로스, 사이먼 로스를 쫓는 CIA 현장 요원, 모니터를 통해 이 상황을 주시하는 CIA 상황실, 스나이퍼 파즈까지 곧 터질 듯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다. 워털루 역 장면이 더 놀라운 건 통제된 촬영 환경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역을 통째로 빌릴 수 없었다. 유명한 얘기지만 실제 역을 찾은 행인들이 카메라를 쳐다보기도 한다.

워털루 역 시퀀스는 <본 얼티메이텀>의 분위기를 한껏 올려놨다. 이제부터는 진짜다. <본 얼티메이텀>의 액션을 말할 때는 탕헤르를 언급해야 한다. 모로코의 도시 탕헤르에서 제이슨 본, 맷 데이먼은 현재까지 등장한 21세기 최고의 액션을 선보였다. CIA 암살요원 데시(조이 앤사)가 CIA 상황실로부터 타겟에 대한 문자 메시지를 받는 데서 시작하는 탕헤르 액션 시퀀스는 오토바이 추격 액션을 시작으로 건물을 뛰어넘는 옥상 추격전, 특히 스턴트맨이 카메라를 메고 쫓아가면서 촬영한 창문으로 뛰어드는 장면, 화룡점정인 제이슨 본과 데시의 격투 신까지 이어진다.

<본 얼티메이텀> 탕헤르 격투신

제이슨 본과 데시의 격투는 <본 아이덴티티>부터 이어진 전형적인 제이슨 본의 액션이었다. 쉐이키캠이라고 불리는 빠른 카메라의 움직임, 근접한 촬영, 잘게 쪼개진 컷들, 주변의 일상적인 소품인 하드커버 책, 수건 등을 활용한 액션, 긴박감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사운드도 크게 작용했다. 그렇게 완성된 액션 신은 놀라웠다. 관객들은 눈과 귀를 함부로 놀릴 수 없었다. 간혹 어지럼증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현란한 화면을 그저 넋놓고 바라볼 수밖에. 미국의 아카데미 회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본 얼티메이텀>은 2008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 음향효과상, 음향편집상을 수상했다. 참고로 이전 시리즈의 두 편의 영화는 아카데미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아카데미도 인정한 제이슨 본 스타일의 액션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여기에 희생된 영화들이 꽤 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007 퀀텀 오브 솔러스>다. 제임스 본드가 제이슨 본을 따라하려고 했던 이 영화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제이슨 본 따라잡기는 트렌드였다. 이 시기 만들어진 거의 모든 영화에서 제이슨 본의 흔적을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다.

CIA 부국장 노아 보슨을 연기한 데이빗 스트라탄
파멜라 랜디를 연기한 조안 알렌(오른쪽).

<본 얼티메이텀>은 자신이 누군지 몰랐던 제이슨 본이 고향인 미국 본토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다. 제이슨 본이 CIA 뉴욕 지부에 잠입하는 과정은 워털루 역과 비슷한 쾌감을 선사한다. 파멜라 랜디(조안 알렌)를 이용하고 CIA 부국장이자 블랙브라이어 작전의 책임자인 노아 보슨(데이빗 스트라탄)과의 통화를 통해 음성 소스를 빼내는 치밀함도 보인다. 제이슨 본이 파멜라 랜디와의 통화에서 “좀 쉬어요”(Get some rest)라고 말하는 전작 <본 슈프리머시>의 마지막 장면이 <본 얼티메이텀>에서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연출도 인상 깊게 남았다. 이어지는 뉴욕 시내를 질주하는 파즈와의 자동차 추격전도 큰 볼거리였다.

2002년작 <본 아이덴티티> 시절의 맷 데이먼.
2016년작 <제이슨 본>의 맷 데이먼.

2002년 <본 아이덴티티>로 시작해 2007년 <본 얼티메이텀>까지 이어진 <본> 3부작은 21세기형 액션블록버스터의 기준이 됐다. 그전까지 전혀 보지 못한 빠르고 현란한 액션 연출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다른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 기억은 매우 강력했다. 결국 2016년 <제이슨 본>이 돌아왔다. 반응은 갈렸다. <본 얼티메이텀>을 넘어섰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맷 데이먼은 제이슨 본 후속작에서 하차할지도 모른다. 맷 데이먼이 아닌 제이슨 본이라니. 어쩌면 이제 더 이상 <본> 시리즈를 관통한 음악인 모비의 ‘익스트림 웨이스’(Extreme Ways)를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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