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그것! 바로 '제목'입니다. 영화의 얼굴임은 물론, 흥행 여부를 결정짓는 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관객들에게 첫 모습을 보이기 전까지 엎치락뒤치락 제 모습을 갈고닦는 영화들! 그 과정에서 영화의 제목이 수정되기도 합니다. 극장에 걸리기 직전 제목이 수정된 영화들도 있었죠. 이 영화들의 제목은 왜 바뀐 걸까요? 이번 주 알쓸신잡은 바뀐 제목 속 사연을 나열해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밤의 열기 속으로

바뀐 제목 <추격자>

<추격자>의 원제는 '밤의 열기 속으로'입니다. 1965년에 출판된 존 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형사물 <밤의 열기 속으로>에서 따온 제목이었죠.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낯선 제목인 터라 고심하던 제작진! 입에 쉽게 붙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추격자>로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었네요. 

추격자

감독 나홍진

출연 김윤석, 하정우

개봉 200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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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의 밤

바뀐 제목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이 <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당시, 이 작품의 제목은 '아열대의 밤'이었습니다. 제작 단계에서는 '아열대의 밤'이란 제목과 동시에 '사냥꾼'이라는 가제로 알려지기도 했죠. 김지운 감독은 "겨울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어야 했기에 '아열대'란 말이 어울리지 않아" 제목을 <악마를 보았다>로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복수하는 사람의 파멸과 정체성 등 감정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려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악마를 보았다

감독 김지운

출연 이병헌, 최민식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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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만화와 권법소년

바뀐 제목 <품행제로>

권법소년이 나오는 명랑만화 같은 이 영화! <품행제로>는 처음 소개될 당시 말 그대로 '명랑만화와 권법소년'이라는 제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각본을 담당했던 이해영, 이해준 감독! 그들은 시나리오에 80년대스러운 소스를 조금 더 첨가하고 중필(류승범)의 캐릭터성을 뚜렷이 한 후, <품행제로>라는 제목을 제안했죠. 입에 챡 달라붙는 이 제목! 아이코닉한 제목임은 분명합니다.

품행 제로

감독 조근식

출연 류승범, 임은경, 공효진

개봉 200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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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보러 와요

바뀐 제목 <살인의 추억>

<살인의 추억>의 원제는 '날 보러 와요'입니다. <날 보러 와요>는 영화가 원작으로 삼은 연극의 제목이었죠. 봉준호 감독은 "원작과 달리 이 영화가 시대에 대한 코멘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목을 <살인의 추억>으로 수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의 초반부, 허수아비에 쓰여있는 문구인 "너는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가 제목의 후보(;;)이기도 했죠. 이 문구를 제목으로 추천한 사람은 박찬욱 감독이라고 합니다.

살인의 추억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김상경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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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수첩

바뀐 제목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수첩', 왠지 '추적 60분',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제목이 함께 떠오르는군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제목은 배우들이 실제 경찰들과 함께 생활하며 캐릭터성을 구축하던 당시 탄생했습니다. 김동석(장동건)의 모델이었던 동명의 김동석 경위가 소매치기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이런 나쁜 놈들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고함을 질렀고, 이를 인상 깊게 들은 이명세 감독은 제목을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수정했죠.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감독 이명세

출연 박중훈, 안성기, 장동건, 최지우

개봉 199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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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바뀐 제목 <공동경비구역 JSA>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제는 <판문점>이었습니다. 한때는 '더 라인', '선'이란 제목으로 불리기도 했죠. 흠. 같은 말 다른 느낌의 좋은 예인 것 같네요. <공동경비구역 JSA> 완승!

공동경비구역 JSA

감독 박찬욱

출연 이영애, 이병헌, 송강호, 김태우, 신하균

개봉 200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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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바뀐 제목 <7번 방의 선물>

기적 같은 천만 영화의 주인공 <7번방의 선물>. 이 영화의 원제는 '12월 23일'이었습니다. 극 중에서 12월 23일은 용구(류승룡)의 딸 예승(갈소원)의 생일이었죠. 2013년 1월 23일에 개봉한 이 영화! 계획보다 개봉이 미뤄지기도 했고, 스포일러의 우려도 있어 제목을 <7번방의 선물>로 변경했습니다.

7번방의 선물

감독 이환경

출연 류승룡, 박신혜, 갈소원,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김기천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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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계획

바뀐 제목 <굿바이 싱글>

철딱서니 없는 톱스타의 영원한 내 편 만들기, 정말 제목 그대로 독거 스타 주연(김혜수)의 '가족 계획'을 그린 이 영화. <굿바이 싱글>의 제작사 대표는 "영화의 내용을 전부 설명하는 듯한 제목 때문에 관객들의 상상력을 해칠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굿바이 싱글>이 호기심 자극하는 제목임은 분명하죠!

굿바이 싱글

감독 김태곤

출연 김혜수, 마동석, 김현수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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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가득한 집

바뀐 제목 <비밀은 없다>

손예진의 열연이 빛났던 <비밀은 없다>는 꽤 많은 가제를 지닌 작품이었습니다. 이경미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던 초기에는 '불량소녀'라는 제목을 지니고 있었고, 시나리오가 완성된 후에는 '행복이 가득한 집'이란 제목이 붙었죠. 영화의 내용과는 완전히 상반된, 반어적 의미를 지닌 제목이었습니다. <비밀은 없다>의 투자배급사였던 CJ 엔터테인먼트는 "관객들의 상상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라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으로 생각해 제목을 수정했다 밝혔죠.

비밀은 없다

감독 이경미

출연 손예진, 김주혁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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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오브 라이프

바뀐 제목 <럭키>

'키 오브 라이프'는 <럭키>가 원작으로 삼은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의 영제입니다. 개봉 전 블라인드 시사회로 관객들을 미리 찾았던 이 영화! <럭키>는 사전 시사 당시 관객들이 제안한 제목이었습니다. 'Lucky'와 'Luck, Key',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면서도 함축적이고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 제목! 이계벽 감독은 새로운 제목 <럭키>에 대해 "열쇠 덕분에 행운을 얻게 된 점을 표현하려 했다"며 "바뀐 제목이 매우 마음에 든다"고 밝혔습니다.

럭키

감독 이계벽

출연 유해진, 이준, 조윤희, 임지연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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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페이스북

바뀐 제목 <좋아해줘>

SNS로 시작해 SNS로 끝나는 이 영화! 이 작품의 시나리오에 적혀 있던 제목은 '해피 페이스북'이었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회사의 이름이라 개봉까지 가지고 갈 수 없던 제목이었죠. '해피 네트워크', '해피 로그인' 등 '해피 OOO'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박현진 감독! 우연히 뮤지션 검정치마의 '좋아해줘'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고, SNS의 '좋아요' 기능이 떠오르면서 <좋아해줘>라는 제목이 뇌리에 박혔다고 밝혔습니다. SNS의 좋아요 기능과 캐릭터들의 로맨스까지 포함한 중의적 제목이었죠.

좋아해줘

감독 박현진

출연 이미연, 최지우, 김주혁, 유아인, 강하늘, 이솜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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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블루스

바뀐 제목 <강남 1970>

김래원과 이민호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강남 1970>의 원제는 '강남 블루스'였습니다. 왜 제목을 바꿨냐는 질문에 유하 감독은 "주변에서 '강남 블루스'라는 제목을 듣고 계속 '주인공 이민호가 제비족으로 나오는 거냐'는 질문이 이어져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아" 제목을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에서는 원제였던 <강남 블루스>란 제목을 달고 개봉했습니다.

강남 1970

감독 유하

출연 이민호, 김래원, 정진영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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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바뀐 제목 <아수라>

등장인물들의 아수라 난장판을 그린 이 영화의 원제가 <반성>이었다니! 에디터 개인적으로는 가장 의외인 원제였습니다. 처음 '반성'이란 제목을 붙인 김성수 감독. 이에 제작사 대표는 '지옥'으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제안했지만...! 가장 좋은 힌트를 던진 건 주연 배우 황정민이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읽고 "완전 아사리 판이네!"라고 했다는 그(ㅋㅋㅋㅋ). 그의 말을 인상 깊게 들은 김성수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아수라>로 변경했죠. 영화를 관통하는 좋은 제목입니다.

아수라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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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선의 왕이다

바뀐 제목 <광해, 왕이 된 남자>

태정태세 문단세 예성연중 인명선... 조선의 왕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조선의 왕이다'라는 제목은 조금 심심한 느낌이 있죠. 기획 당시 '나는 조선의 왕이다', '조선의 왕'이란 제목을 지니고 있었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 3개월 전 제목 변경의 노선을 택했습니다. 제목이 너무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던데다, 우연히 주지훈 주연의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개봉 시기가 겹쳤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잘 바꾼 제목이었습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김인권, 장광, 심은경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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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 없다

바뀐 제목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핵 단호해 보이는 제목입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각본을 담당한 나현 작가가 초고에 붙였던 이름은 '질 수 없다'였다고 해요. 당시 <이대로, 죽을 순 없다>, <하면 된다>와 같은 영화들이 있어 액션 혹은 누아르 영화의 느낌이 날까 조심스러웠다는 임순례 감독. '내 인생의 스카이슛', '내 인생의 슬라이딩 바운드슛' 같은 제목도 생각했고, 제작을 함께했던 김현철 PD는 '대한민국 여자핸드볼'이란 제목을 내기도 했으나...!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ㅠㅠㅋㅋㅋ) 결국 기획실 직원들과 회의에 들어간 임순례 감독! 거기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제목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감독 임순례

출연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조은지, 민지

개봉 200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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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까지 간다

바뀐 제목 <끝까지 간다>

컬트 영화의 제목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무덤까지 간다'! 이 영화의 최초 제목은 '더 바디'였습니다. 시체가 가장 큰 소재였기 때문이죠. 그러다 '무덤까지 간다'로 제목을 변경했고, 개봉 한 달 전 <끝까지 간다>로 제목을 확정지었습니다. 코미디인지 공포인지, 다소 장르가 애매해 보이는 '무덤까지 간다'라는 제목에 관객들이 선입견을 지닐까 걱정했기 때문이죠. <끝까지 간다>는 그해의 수작이었습니다. 국내 영화상을 휩쓴 건 물론, 칸에도 초청되어 주목을 받았죠.

끝까지 간다

감독 김성훈

출연 이선균, 조진웅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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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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