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감독 장윤현  출연 한석규, 전도연, 박용수, 추상미, 김태우  개봉 1997년 9월 13일  상영시간 106분  등급 15세 관람가

접속

감독 장윤현

출연 한석규, 전도연

개봉 199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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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사랑하던 선배에 대한 기억이 생활 한복판에 습관처럼 붙어있는 라디오 PD 동현(한석규)과 친구의 애인을 사랑하는 케이블 TV 쇼핑가이드 수현(전도연)은 PC통신이란 공간에서 만난다. ‘해피엔드’와 ‘여인 2’라는 ID로 자신을 감춘 채 시작된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는 마침내 서로에게 새로운 출발을 위한 힘을 건넨다. 1990년대 멜로영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접속>은 당시 최신 트렌드였던 PC통신을 남녀의 만남과 사랑의 도구로 자연스레 접목시키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딱 20년 전 오늘, 9월 13일 개봉했던 <접속>을 소개한다.

소통과 교감의 새로운 방법 PC통신

‘삐익 삑 뚜우우~’ 지금 세대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PC통신이 접속을 알리는 신호음이다. 전화선을 빼내어 부모님 몰래 모뎀을 연결해본 사람만이 기억하는 소리다. IT기술은 공감과 소통의 장소를 PC통신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냈다.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종이를 가득 채우는 시간 만큼의 온기와 그 마음이 당도할 때까지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서로의 음성에는 의미를 넘어선 감정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하지만, PC통신 푸른 화면에 건조하게 튀어나오는 활자들은 미처 감정을 담아낼 여유가 없다. 모니터 속 익명의 공간은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솔직하고 꾸밈없는 말들을 전할 수 있다. <접속>의 동현과 수현은 모두 어긋난 사랑에 대한 상실감으로 현실에서 아파한다. 감정을 덜어낸 조언과 충고는 그들이 다시 사랑을 시작하도록 마음을 움직인다.

전도연의 첫 주연영화

강인함과 순수, 퇴폐와 허무. 이 모든 캐릭터를 한 몸에 품을 수 있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 전도연은 한국영화 정점에 항상 이름을 올렸고, 칸의 선택을 받은 배우가 되었다. TV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그녀는 당시 톱스타였던 심은하, 고소영처럼 화려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각종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리며 성장하고 있었다. <닥터 봉>(1995), <은행나무 침대>(1996), <초록물고기>(1997), <넘버3>(1997)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한석규에 비해 <접속>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그녀는 경력이며 외모며 여러모로 부족해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도연을 캐스팅한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시나리오를 논리적, 지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해석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는 말로 전도연을 설명한다. 무심한 표정으로 상실의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전도연은 영화 <접속>을 통해 화려하게 스크린에 등장한다. 20년간 한국영화계를 이끌어온 대배우 탄생의 순간이었다.

영화를 더욱 빛낸 음악들

영화 <접속>을 기억하는 방법에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를 비롯해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 'The Look Of Love'는 영화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한국영화 OST로는 이례적으로 80만장이라는 판매 기록을 세울 정도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물론 이전에도 영화음악이 유명했던 영화들은 존재했다. 김수철의 노래 '나도야 간다'로 유명한 <고래사냥>(1984), 강인원, 김현식, 권인하가 부른 <비오는 날의 수채화>(1989)의 동명 주제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접속>의 OST가 특별한 이유는 대중음악과의 협업 전략을 넘어 국내 최초로 라이선스를 획득한 팝음악을 실어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일이다. 영화 <비트>(1997)가 비틀스의 'Let It Be'를 무단 사용하여 국제적인 저작권 분쟁에 휘말렸던 실수와는 대조적이다.


전도연 (사진 씨네21).

전도연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지난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특별전을 열어 <접속>을 상영했다. 그리고 9월 13일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수퍼S에서 영화 <접속> 상영과 배우 전도연,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등이 함께하는 GV가 진된다.

기회를 놓쳤더라도 또 한번의 기회는 있다. 9 24일 일요일 밤 10 55 EBS 한국영화특선에서 <접속>을 방영한다. PC통신 시절의 향수와 피카디리 극장의 옛 모습, 그리고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두 사람의 앞날을 암시하듯 경쾌하게 흘러나오는 'A Lover’s Concerto'의 선율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방영 시간을 메모해두기 바란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심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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