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쓴다. ‘씨네플레이’는 10년 전, 20년 전 이맘때 개봉했던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재개봉하면 당장이라도 극장으로 달려가서 보고 싶은 그런 영화들을 선정했다. 이름하여 ‘씨네플레이 재개봉관’이다.

재개봉 포스터

딱 10년 전, 2007년 9월 20일 <원스>가 개봉했다. 개봉 당시 22만 9672명의 관객이 들었다. <워낭소리>가 갱신하기 이전까지는 국내 개봉 독립영화 사상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다. 그렇다 해도 <원스>는 아마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본 관객보다 뒤늦게 입소문 때문에 다운로드를 통해 본 관객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잔잔하고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이런 영화는 쌀쌀한 가을 날씨에 조용한 영화관에서 보기 딱 좋다.

마침 11월 1일 극장 재개봉이 예정되어 있다. 에디터처럼 극장 개봉을 놓친 영화팬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재개봉 기념 포스터가 나왔지만 우리의 기억 속 포스터는 역시 이것이다.

원스
감독 존 카니 글렌 핸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개봉 2007년 9월 상영시간 86분 등급 전체 관람가

원스

감독 존 카니

출연 글렌 핸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개봉 2006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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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 수리공인 '그 남자'는 매일 밤마다 거리에 나와 노래를 부른다. 우연히 지나가다 남자의 음악을 귀 기울여 듣는 '그 여자'. 그녀도 어려운 형편에 악기 전문점에서 하루에 한 시간씩 연주를 하며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아직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여러모로 비슷한 처지의 두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며 음악적으로 감정적으로 교감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잔잔하게 펼친다.

존 카니 표 음악 영화의 매력
<원스>는 음악영화 감독으로 대표되는 존 카니 감독의 영화다. 존 카니의 작품 중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은 <원스>,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다. 그는 음악과 사랑,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는 감독이다. 에디터 개인적으로는 <비긴 어게인>과 <싱 스트리트>가 더 취향에 가까웠지만, 많은 사람들은 세 편 중 <원스>를 가장 좋은 작품으로 꼽는다. 그 이유는 뭘까?

아마 세 작품 중 가장 은유적으로 감정 표현과 스토리를 전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스토리는 큰 갈등이 없다. 음반 작업을 하는 과정도 굉장히 순조롭다. 그러나 영화 속 그 남자와 그 여자의 감정적인 관계는 어떤 한 감정으로 정의내리기 힘들다.

그 남자는 헤어진 연인을 만나러 가기 전 노래 녹음을 위해 그녀에게 음반 작업을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그녀는 이혼한 상태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간 연인에 대한 감정의 잔여물이 남은 상태에 놓인 두 사람. 그러나 음악적 교감의 순간만큼은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하고 서로에게 애틋하다.

악기 전문점에서 영화의 메인 테마곡인 'Falling slowly'를 맞춰보는 순간, 남자가 준 CD를 듣고 밤새 작사하다 CD 플레이어의 건전지가 떨어져 급하게 건전지를 사 온 뒤 곡을 완성시키는 장면 등이 그렇다. 영화는 음악으로 기억되는 사랑의 순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그래서일까? 음반 작업이 끝난 후 결말로 다가갈 때 쯤, 두 사람의 멜로라인은 평범한 예쁜 사랑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 


영화보다 더 유명해진 영화 OST
영화는 안 봤어도 이 영화의 OST는 알지도 모른다. 악기 전문점에서 함께 연주하며 부른 메인 테마곡 'Falling slowly'가 가장 유명하며 다른 곡들도 큰 사랑을 받았다.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남자가 부르는 곡은 'Say it to Me Now', 여주인공이 밤거리를 터덜터덜 걸으며 부르는 노래 'If you want me'도 기억에 남는 곡이다. 영화는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 상을 받았다.

영화는 남녀 주인공 둘 다 뮤지션을 캐스팅해 음악에 더욱 집중했다.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글렌 핸사드는 아일랜드 인디밴드 '더 프레임스'의 보컬, 기타리스트다. 여주인공 마르게타 이글로바도 어릴 적부터 음악을 했고, 핸사드의 솔로 앨범에 참여했다가 영화도 참여했다. 이들은 영화 속 모든 음악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수수하지만 매력적인 아일랜드의 풍경
<원스>는 국내에 생소한 여행지 아일랜드의 풍경을 매력적으로 담아낸 영화다. 아일랜드 출신 감독이라 그런지 아일랜드가 갖고 있는 도시의 매력을 잘 포착했다. <원스>는 아일랜드 더블린 하면 '버스킹의 성지'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도록 만들었다. 최근 JTBC는 버스킹을 테마로 영화 <원스>의 주요 촬영지를 여행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을 방영하기도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일랜드의 화려하지 않은 거리와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은 딱 요즘 같은 계절에 떠나고 싶게 만든다. 


<원스>의 소소한 비하인드

▶ 글렌 핸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이 영화를 찍으며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들의 나이 차이는 무려 18살 차. 하지만 나중에는 헤어졌다.

▶ 아이가 있는 엄마 역할을 연기해야 했던 마르게타 이글로바의 당시 나이는 19살이었다.

▶ 영화 이후 두 사람의 실제 삶의 모습을 다큐로 담아낸 <원스 어게인>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흥행 결과와 평단의 반응은 아쉬웠다.

원스 어게인

감독 닉 어그스트 페르나,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크리스 답킨스

출연 글렌 핸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개봉 2011 미국, 체코,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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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카니 감독은 글렌 핸사드가 이끄는 그룹 '더 프레임스'에서 1991년부터 1993년까지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 한국 라이센스 뮤지컬로 제작되었다. 남자 주인공은 윤도현과 이창희, 여자 주인공은 전미도와 박지연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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