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의 군인이 우정을 나눈다. 함께 장난을 치고 술을 마시고 선물도 준다. 즐겁게 이야기하다 귀순을 권해도 이게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 만큼 서로의 상황을 아는 깊은 관계가 됐다. '형'이란 호칭은 상징적이다. 이수혁(이병헌)은 처음부터 오경필(송강호)에게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라며 형이라 부르고, 정우진(신하균)은 큰 결심을 한 듯 남성식(김태우)에게 형이라 부른다. 정말 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

이 형제들이 영원히 행복할 수는 없었다.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이들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비극이 일어나기까지의 사건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달은… 해가 꾸는 꿈>, <3인조>로 연이어 흥행에 참패한 박찬욱 감독을 스타 감독으로 만들어준 흥행작이자 출세작이다. 박찬욱 감독은 제작자 입장에 많이 맞춰 영화를 만들었다 했지만 그런 이유로 영화는 대성공을 거둔다. 600만 가까운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비극이 일어나는 순간까지, 이들의 좋았던 시절을 보여줄 때 음악은 큰 역할을 한다. 오경필의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라는 대사가 아직도 회자될 만큼 김광석의 노래는 영화에서 이들을 더 끈끈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비극의 참혹한 현장에서 긴장감을 잔뜩 높이기도 한다.

김광석의 노래와 목소리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호소력이 있다. 삶의 굽이굽이마다 김광석의 노래가 존재하는 것처럼 그의 노래를 처음 듣는 북한 군인에게도 '이등병의 편지'는 '오마니' 생각이 나게 할 만큼 절절하다. 비극의 다리를 건너는 순간 급박한 총소리와 함께 들리는 ‘부치지 않은 편지’의 긴장어린 목소리는 영상과 음악이 서로를 더 빛나게 해준다.
 
노래 선곡은 조영욱이 했다. 이후로도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업하며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의 영화음악을 맡은 조영욱은 김광석의 노래뿐 아니라 한대수의 노래 <하루 아침> 등을 선택해 영화의 분위기를 맞춰 나간다. 이런 조영욱의 옆에는 방준석이 있었다. 조영욱이 기존의 노래를 가지고 적절하게 선곡했다면 방준석은 스코어를 작곡해 영화에 녹여냈다. 이미 <텔미 썸딩>에서 호흡을 맞춘 적 있는 두 사람은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도 역할을 분담해 사운트트랙을 완성했다.

방준석이 만든 스코어는 독특하게 들린다. 에스닉(민족적)한 스타일을 원한 박찬욱 감독의 요구대로 그런 음악을 만들며 한국 타악기와 외국의 민속 악기를 샘플로 사용하기도 했다. 샘플링된 소리와 실제 악기를 이용해 곡들을 만들었다. 에스닉한 곡들만 있는 건 아니다. 그는 모던록 밴드 유앤미 블루 출신이고, 유앤미 블루에서 감성적인 곡들도 많이 만들었다. 그런 방준석의 배경과 여러 요소들이 고르게 영화 전반에 삽입돼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만들 때까지 영화음악가로는 신참이었던 그는 이후 수없이 많은 영화음악 작업을 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음악가로 우뚝 서게 된다.

하지만 이 사운드트랙은 음원 사이트에서 서비스되고 있지 않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알 수 없다. 사운드트랙의 음악을 듣기 위해선 이미 절판된 음반을 구하거나 영화를 다시 보는 방법밖에는 없다. 송강호와 이병헌의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이등병의 편지'나 긴박한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부치지 않은 편지'가 더 큰 울림을 주는 건 틀림없지만 이를 위해 매번 영화를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노래들을, 방준석의 색깔 있는 스코어를 좀 더 수월하게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공동경비구역 JSA

감독 박찬욱

출연 이영애, 이병헌, 송강호, 김태우, 신하균

개봉 200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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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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