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촌스러운 말이지만, 이만큼 적당한 말도 없습니다. '영화인들의 축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10월 12일 개막했습니다. 어느새 벌써 22살 생일을 맞이한 BIFF, 간략하게나마 그 연보와 기록들로 BIFF를 맞이해볼까요?


22살 BIFF의 생일파티는?
개막작 <유리정원> 스틸컷.

우선 이번 BIFF를 살짝 엿볼까요? 10월 12일 목요일부터 21일 토요일까지 진행되는 22회 BIFF는 예년처럼 영화의 전당이 있는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5개 극장에서 진행됩니다. 총 75개국에서 온 300편(!)이 상영되는데요, 그중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세계 최초, 혹은 아시아 최초 공개) 영화가 130편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유리정원>과 <상애상친>입니다. <유리정원>은 <마돈나>로 칸영화제에 초청받았던 신수원 감독의 신작입니다. 문근영이 <사도>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작품이죠. <상애상친>은 대만 대표 배우이자 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실비아 창의 신작으로 세 세대의 여성들의 갈등과 교감을 다룹니다.

폐막작 <상애상친> 스틸컷.

내한 예정인 스타들도 미리 만나보자면 프랑스 누벨바그의 상징 '앙트완' 장 피에르 레오, <마더!>를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아쉽게도 제니퍼 로렌스는 불참한답니다ㅠㅠ), 주특기인 누아르로 돌아온 오우삼 감독, <세번째 살인>의 후쿠야마 마사하루, <황야>의 스다 마사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하마베 미나미 등 일본 배우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BIFF에 안 오면 섭섭한 아오이 유우도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로 찾아옵니다.


지금은 '비프', 원래는 '피프'?
1996년 1회 BIFF와 2016년 21회 BIFF 개막식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9월 13일 처음 개최했습니다. 1회 개막작은 마이클 리 감독의 <비밀과 거짓말>이었죠. 1회 BIFF는 31개국의 169편 작품을 소개했고, 총 18만 4,071명 관객들이 함께했습니다. 지금과 달리 초창기 부산국제영화의 중심지는 남포동이었습니다. 부산극장과 대영씨네마가 위치한 남포동 극장가는 곧 '영화의 거리'로 조성돼 2011년 16회 BIFF 전까지 핵심지였습니다.

2009년 14회와 2016년 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해운대 약도. 확실히 해운대에 밀집돼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해운대로 자리를 옮긴 건 2011년 16회 BIFF부터입니다. 영화의 전당을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개관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뒤따랐죠. 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PIFF라는 영문명을 로마자 표기법에 맞춰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로 변경했고 영화 상영 공간도 해운대 인근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옮겨 늘어난 방문객에 발맞춰갔습니다.

BIFF의 프로그램은 매해 기획 주제가 바뀌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총 10개 부문입니다. 그중 시상에 들어가는 4개 부문은 '뉴 커런츠', '한국영화의 오늘', '플래시 포워드', '와이드 앵글' 4개 부문이죠. '뉴 커런츠'는 아시아권 신인감독들의 데뷔작, 두 번째 작품들로 구성되고 '한국영화의 오늘'은 제목처럼 상업영화, 독립영화 구분 없이 한국영화의 흐름을 담은 동시대 영화를 소개합니다. '플래시 포워드'는 비아시아권 감독들의 신작을, '와이드 앵글'은 장편영화 외 단편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네 개의 분야에서 가장 큰 상은 '뉴 커런츠상'으로 이름처럼 '뉴 커런츠' 부문의 최우수 작품 두 편을 선정해 수상합니다. '선재상'은 '와이드 앵글' 부문의 작품에 주어지는 상으로 역시 두 작품을 선정하고요. '플래시 포워드' 부문의 'BNK부산은행상'은 한 작품을 선정해 국내 배급을 지원합니다. 전문적인 심사위원들이 아닌 시민 심사위원단이 주는 '부산시네필상'은 월드 다큐멘터리 중 한 편에, '시민평론가상'은 '한국영화의 오늘' 중 최우수작 한 편에 수상됩니다.

올해에는 특히 귀중한 상이 신설됐습니다.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창설부터 쭉 함께했던,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故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기억하는 '지석상'을 ‘아시아영화의 창’에 초청된 월드프리미어 영화 중 수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몇 가지 기록들

21회까지 통계를 보면 가장 많은 작품이 상영됐던 건 2014년 18회. 자그마치 79개국 312편을 상영했다고 하네요. 이 위상을 그대로 이어받아 이듬해인 2015년 19회는 22만 7,377명이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습니다. 18회에 904명만 더 들었다면 최다 상영작, 최대 관객수 기록을 모두 가져갔을 수도 있었네요.

2016년 21회는 다사다난했던 BIFF로 기억될 정도인데요, 19회의 <다이빙벨> 상영 관련 파장과 영화인들의 보이콧, 태풍이란 악재를 겪으면서 16만 5,149명 관객 수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물론 최저 기록은 여전히 2001년 6회(14만 3,103명)가 가지고 있긴 합니다.

<오직 그대만> 행사 현장 / <메소드>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의 명성에는 개막작, 폐막작의 '티케팅'도 한몫하는데요, 2008년 13회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이 1분 30초란 최단 매진 기록을 세운 후, 2013년 18회 <바라: 축복>은 43초 만에 매진됐죠. 하지만 역대 최단 기록은? 2011년 16회 개막작 <오직 그대만>입니다. 단 7초 걸렸다고 합니다. 개·폐막식의 규모는 아니지만 올해에는 박성웅 주연의 <메소드>가 5초 만에 4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네요!

영화의 전당

영화와는 관련 없지만 정말 의외의 기록도 있습니다. 영화의 전당이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됐거든요. 영화의 전당 빅루프가 세계 최대 캔틸레버 지붕으로 인정받아 기네스북에 오르고 인증서까지 받았다네요. 그래서 부산시 측에서 영화의 전당을 설계한 오스트리아 쿱 힘멜브라우사의 울프 프릭스 대표에게 명예 부산시민증(ㅋㅋ)을 발급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위기 중인 제1의 영화제

이처럼 20여 년간 진행되면서 한국의 대표 영화제로 자기매김한 BIFF지만, 여느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2014년 19회에서 <다이빙벨>을 상영한 이후 부산시와의 갈등,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해촉 등이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으니까요. 2014년 국비지원이 14억이었으나 2017년에는 7억으로 뚝 떨어지며 예산이 감축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22회 BIFF는 민간이사장제로 전환한 두번째 해이자 김동호 이사장-강수연 집행위원장의 마지막 해라는 변화의 기점에 섰습니다. 과연 22회 BIFF가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란 명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내실 있는 즐거움의 장이 될지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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